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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탈영의혹도 미담으로 바꾸는 무서운 권력

오주한기자(jhoh@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9-16 0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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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한 기자(정치·사회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을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말 그대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게 정상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산이 물이 되고, 물이 산이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세상도 뒤틀리는 게 인간사다.
 
고대에도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권력자의 말 한마디 때문에 사슴이 졸지에 말(馬)로 둔갑하는 일이 있었다. 오죽 유명했으면 200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의 그 사건이다.
 
주나라의 봉건제 아래 6국으로 나뉘어 수백년 간 전란이 끊이지 않던 천하를 기원전 221년 하나로 통일한 진시황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 오로지 그의 사후세계만을 위해 약 70만명이 동원돼 실시된 진시황릉 축조와 병마용 제작, 약 100만명이 동원돼 무수한 희생자를 낳아 ‘세계 최대규모의 무덤’으로 일컬어지는 만리장성 건설 등은 진시황의 권세가 어떠했는지 짐작케 한다.
 
그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른 2세 황제 호해의 폭정은 더 했다. 그는 승상 이사 등 그나마 바른말을 하던 신하들을 대부분 숙청하고 환관 조고와 같은 간신들만 중용했다. 유가(儒家)․법가(法家) 할 것 없이 조정 내 모든 정파에서 반발이 일자 조고는 이들의 불만을 겁박으로 억누르기 위해 일을 꾸몄다.
 
어느 날 어전회의가 열린 가운데 공당에는 뜬금없이 사슴 한 마리가 등장했다. 해괴한 일에 신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조고는 “이것이 사슴이냐 말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사슴이라고 대답한 자들도 있었지만 조고의 안색을 살핀 뒤 말이라고 답하거나 입을 다문 자들도 있었다.
 
그 날 회의가 산회되고 얼마 뒤 모임이 또 다시 열렸지만 사슴이라는 답안지를 내놨던 신료들은 두 번 다시 살아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이후 간신들이 장악한 조정에서는 권력자의 뜻에 따라 사슴이 말로 둔갑하고, 분노로 봉기한 백성들이 단순 강도떼로 변모하며, 관군 패전이 찬란한 승전으로 탈바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는 결국 3대를 끝으로 어이 없이 멸망했다.
 
이 같은 권력독점의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인류사에서 탄생한 것이 삼권분립이다. 국가권력의 작용을 행정․입법․사법으로 나눠 상호 간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서 어느 누군가가 권력을 오로지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대한민국도 삼권분립을 통해 눈부신 민주주의를 이룩한 국가 중 하나다.
 
그런데 근래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때 아닌 ‘충성경쟁’이 벌어지는 정황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 인사 자녀의 탈영 의혹이 ‘미담’으로 찬양되고, 특정행사 선발청탁 거부 의혹이 ‘역차별’로 규정되며, 이에 대한 국민 분노가 ‘적폐세력 정치공작’으로 폄훼되는 일이 벌어지자 수천년 전의 지록위마 고사가 21세기 대한민국 국민들 입에서 다시금 오르내리고 있다.
 
사슴을 말로 둔갑시키는 것은 쉬웠으나 대가는 컸다. 백성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의 손으로 직접 진나라를 심판했다. 지배자의 권력욕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면, 민주주의를 향한 피지배자의 의지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점을 지금의 위정자들은 진정 모르는 것일까.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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