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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에 매달 수백만 원 써서 독서논술 과외를 받게 하자 중2 딸이 박정희·전두환정부를 군부독재라 욕을 하고 DJ·노무현을 민주화 투사라고 하더라. 심지어 페미니즘을 찬양하고 PC주의에 물드는데 이를 ‘인권 옹호’로 알더라. 슈퍼카 타고 초고층 아파트 산다는 일타강사들이 학생에게 빨갱이 교육을 시켜서 기가 막혔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8학군 거주 학부모가 털어놓은 ‘사교육 일번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실상이다. 학벌 사다리의 최정점을 목표로 ‘대치동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이다. 1992년의 학원수강 금지 해제, 1994년 수능제도 도입에 더해 명문학교들이 밀집한 강남은 순식간에 사교육의 성지로 부상했다. 그러자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운동권 학생들과 전교조 출신들이 대치동으로 모여들었다.
‘전면적 과외 금지’를 몰아붙인 신군부는 1987년 ‘6·10항쟁’ 이후 세를 잃었고 1970~80년대 학번 대학생들은 ‘투쟁’을 멈췄다. ‘전교조 해직교사’들과 더불어 수많은 고학력자가 ‘운동 전과’로 실업자 신세로 전전하다 학원강사로 변신했다. ‘운동판’의 주인에서 강남 사교육 공급자로 변모한 것이다.
조동기국어논술학원의 조동기 원장은 고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이자 전대협 2기 에서 활동했고 서울대 81학번으로 노동운동을 했던 손주은 원장은 메가스터디를 창업했다. 메가스터디와 쌍벽을 이룬 스카이에듀를 창업한 이현 대표는 서울대 운동권 출신으로 전교조 해직교사였다. 정봉주(외국어대 84)·정청래(건국대 85) 전 의원도 각각 외대어학원과 길잡이학원을 운영했다.
이들이 일군 대형 학원·소규모 보습학원·재수생 종합학원·영재학교 등에는 맞춤형 그룹과외·내신대비 수업 등이 구성됐으며 가지각색 사교육상품이 매대에 올랐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유례없는 사교육열은 알뜰히 모은 돈으로 대치동 전세를 얻은 ‘대전세대’가 전국에서 모여들며 구색과 수요를 맞췄다. 8학군에 위치한 아파트값은 날개를 달고 고공상승하며 현실판 ‘스카이캐슬’이 세워졌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사교육 업계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교육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미명 하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율 유지·EBS 반영 비율 축소 등의 정책이 발표되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꾼다’ ‘자사고·외고를 없앤다’ 등의 말이 돌고 돌았다. 불안감이 커진 학생과 학부모는 더욱 사교육에 목을 맸다. 지난해 26조 원에 달했던 사교육비는 ‘이해찬 세대’가 학벌 사다리에 올라타기 위해 주머니를 털어 낸 결과였다.
사교육판의 중심에는 ‘대학입시’가 우뚝 섰고 이를 노리고 등장한 게 이른바 ‘일타강사’다. 학생의 사고력·논리력·비판 능력 등을 검증한다는 논술 전형에 맞춘다며 공교육까지 찾아든 교육 좌경화 이념을 학원가로 옮겨와 학생들에게 주입했다. 이들은 수시를 넘어서 수능에서도 대입의 당락을 가른다는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핵심’을 이뤄 냈다.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도 점수 차가 나도록 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만든 문제, 노벨상 수상자도 난해하다고 여길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대가는 천문학적 금액이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유명한 서울사대 동문들이 유명 대형학원을 중심으로 지도부를 구성했다. 이미 세를 굳힌 서울사대 석·박사급 대학원생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적중률이 높은 모의고사 문제들을 생산했고, 심지어 그것이 수능 출제경향과 맞물리며 ‘이권 카르텔’의 중심에 우뚝 섰다. 해마다 ‘킬러 문항’을 기준으로 ‘물수능’과 ‘불수능’을 오가는 수능에 일타강사들의 몸값은 날개를 달았다.
결국 윤석열정부가 나섰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분명히 못박으며 카르텔의 급소를 정조준했다. ‘공교육의 적’이자 ‘사교육의 독’인 킬러 문항의 삭제야말로 운동권의 이권 놀이에 얼룩진 사교육 근절과 공교육 정상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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