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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옥의 열사일침] ‘귀신 헬리콥터’를 아시나요
불법 장기매매 사기 수법의 현실
정창옥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4-21 00:02:50
▲ 정창옥 길위의 학교 긍정의힘 단장
알바를 구하는 것보다 짤리는 게 더 쉬웠다. 어찌어찌 잘 해서 일 잡히면 꼴랑 한 달 일하고 두 달 쉰다. 적성에도 안 맞지만 일도 힘들고 더 했다간 딱 골병들기 십상이다. 아무리 절약해도 들어갈 돈은 정해져 있는데 낼 돈은 항상 부족했다. 누군가에게 손이라도 벌려 보고 싶지만 이 넓은 대명천지에 일가친척 하나 없는 독고다이로 산 지 27년이다.
 
돈은 빌리는 게 아니었다. 그것도 일수 가방 옆구리에 끼고 팔자걸음 걷는 놈들한테는. 3개월 전 100만 원을 빌린 돈이 3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이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화질에 집으로까지 찾아온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그들이 전화를 하거나 나타날  시간만 되면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요동치며 쉰 트림이 역류하고 뱃속이 쓰려 온다.
 
인터넷은 청년에게 유일한 해방구였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 알게된 중년 남성은 참 자상했다. 처음 만났지만 커피숖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처음으로 ‘아버지란 이런 거구나’를 느꼈다. 헤어질 때 10만 원을 쥐어 주는 자상함엔 모든 게 무너져 버렸다. 아저씨는 또 보자며 며칠 후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둘 사이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친근감이 묻어 나기 시작했다. 결국 청년과 중년 남성은 두 달 후에 한 가족이 되었다. “이왕 가족이 될 거라면 오래전부터 한  가족인 것처럼 해야지”라며 잘 알지도 못하는 서류까지 꼼꼼하게 챙긴 아저씨는 불쌍한 고아 청년을 성인 입양했다. 그리고 “건강해야 한다”며 유명한 종합병원으로 데려가 고액의 종합검진까지 받게 했다. 거기다 사채업자에게 빌린 300만 원도 갚아 줬다. 청년은 ‘가족이란 이런거구나’란 감동에 겨워 고시원 이불을 뒤집어쓰고 밤새 울었다.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질 정도로 행복한 하루하루가 지난 며칠 뒤 아저씨, 아니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다급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약속한대로 어서 빨리 해야지?”
“아, 예예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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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와 청년이 가족이 된 것은 장기 밀매를 목적으로 한 위장 입양이었다. 성인 입양 서류는 신부전으로 고통받는 중년 남성과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청년의 장기매매 계약이었던 것이다. 장기매매를 합법적으로 하기 위해선 공문서를 위조해 완벽한 가족으로 둔갑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입양 날짜가 최근이면 서류심사를 통과할 수 없으니 서류작성 일자를 수년 전으로 조작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뇌사자의 장기이식 비율은 100만 명 기준 스페인 36명, 미국 27명, 이탈리아 23명, 한국 9명으로 최하위다. 고통받는 환자에게 가장 빠른 방법은 불법 장기매매 브로커를 통해 ‘야매’로 이식받는 것으로, 이는 돈 많은 환자에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불법 장기매매 일당은 기증자를 구하는 모집책, 안내를 도와줄 알선책, 이동시켜 주는 이동책, 점조직끼리 연결해 주는 연결책으로 나뉜다.
 
불법 장기매매범 일당의 작업 매뉴얼은 두 눈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 가 버린다.
 
#1. 새벽 고속도로 외진 곳에 주차해 쉬고 있는데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한다. 창문을 내리자 갑자기 둔기로 얼굴을 내리쳐 기절한다.
#2.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데 한 아줌마가 “큰일 났다”며 외진 곳으로 데려가더니 갑자기 승합차에서 괴한들이 튀어나와 납치한다.
#3. 길거리에서 한 여성이 명함을 주며 피팅 모델을 제안해 사무실로 따라가 음료수를 마시자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4. 고아나 가출 청소년들을 데려다 키워 다 성장하면 장기를 적출한다.
#5. 인터넷으로 직접 연락하거나 터미널 화장실 광고를 보고 연락하면 건강검진 적합 판정을 받은 후 장기를 받을 사람의 친인척으로 조작해 수술 전 대포통장으로 80% 현금 지급하고 수술 후 20% 지급 약속하지만 수술 중 다른 장기까지 다 털려 결국 사망한다.
 
‘귀신 헬리콥터’를 아는 사람은 그 피 말리는 기다림을 알 것이다.
 
귀(하의) 신(신장·腎). 그리고 심장(Heart)·간(Liver)·각막(Corvea)·췌장(Pancreas)·힘줄(Tendon)· 망막(Retina)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면 He·Li·Co·P·Te·R 즉, ‘귀신 헬리콥터’가 된다. 불법 장기매매의 세계적 은어다.
 
부위별 가격은 신장은 3억, 간은 1억7000, 심장은 1억3000, 췌장은 3억, 두 눈은 200만 원에 거래된다. 인간 신체 중 장기 전신을 16개 부분으로 세분화하고 혈액과 피부까지 암거래된다.
 
우리나라 불법장기매매 검거율은 2017년 4건(16명), 2018년 3건(5명), 2019년 3건(12명)이었는데 2020년 이후부터는 한 건도 검거하지 못했다. ‘검거율 제로’란 뜻이다. 하지만 불법장기매매 관련 게시물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총 2700건이나 발견됐다. 어디선가 꾸준히 장기매매는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대만에서 실종된 4000명이 그렇고, 캄보디아와 미얀마로 취업하기 위해 출국한 청년들만 매년 5000명 이상이 장기밀매 희생자일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된다.
 
비정부기구(NGO)인 GFI(Good Food Institute)는 전세계 불법장기매매 시장의 매출은 9억 달러에서 17억 달러(1조 원~2조2000억 원)로 추정한다. 매년 1만2000건의 불법장기 이식이 행해지고 그중 8000건 정도가 신장·간·심장·폐·췌장이다.
 
장기를 판매하는 측은 가난한 나라 청년들이 대부분이고, 장기 구매자 측은 주로 선진국 사람들이다. 가난한 고시원 청년은 100만 원 생활비 때문에 악명 높은 사채의 늪에 빠진 채, 자상함을 가장한 불법 장기매매단의 마수에 걸려 신장과 간을 도려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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