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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회장이 설립한 ‘현대그룹’의 적통을 잇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은 최근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 온 해운업계의 불황으로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실적저하 및 유동성위기를 겪었고, 급기야 그룹 전체의 위기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룹의 주축을 이루는 계열사들이 자금 악화에 시달리자 증권가와 재계 등에서는 높은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팽배했다. 심지어 일부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그룹해체설’까지 나돌 정도였다.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그룹 총수에 오른 현정은 회장은 그룹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결연한 의지를 내비치며 고삐를 바짝 움켜진 경영을 펼쳤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고강도의 자구책을 내놓으며 그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비쳤다. 현대그룹이 발표한 자구책의 골자는 금융3사 매각 및 계열사 구조조정, 주요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약 3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현대그룹은 자구책을 발표한 이래 최근까지 총 2조8200억 규모의 자금을 마련, 당초 계획 대비 약 85%의 이행율을 보이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LNG 사업부문 매각, KB금융지주 지분 및 부동산 등 자산매각, 현대상선 외자유치 등 자기자본 확충 등에 따른 결과다. 현대그룹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재계는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 회장이 위기 극복에 강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히 현대그룹의 고강도 자구책은 그룹의 위기를 불러온 현대상선의 재무개선 효과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의 지난 3분기 부채는 5조8676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6조3970억원 대비 5294억원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자본은 7683억원으로 3104억원 증가했다. 그 결과 부채비율은 전년 말 1396.9% 대비 633.2% 하락한 763.7%를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현대그룹의 자구책이 “단순히 재무건전성 확보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 회장이 표면적으로는 그룹의 위기 위기 타개를 내세우고 있지만 본인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후 현대그룹 내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가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최대 수혜자는 현 회장으로 지목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강화 행보와 함께 이에 대한 증권가와 업계 등 여론의 반응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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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그룹이 그룹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일련의 자구책이 본연의 목적 외에도 총수인 현정은 회장 지배력 강화의 목적에도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 ⓒ스카이데일리
증권가 “현대그룹 자구책, 유동성 확보 외에 현정은 회장 지배력 강화 목적” 논란
그룹 전반에 걸쳐 유동성 위기가 찾아 온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고강도의 자구책을 발표한 후부터 이행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현대그룹의 자구책은 단순히 그룹의 위기 타개를 위한 목적 뿐만 아니라 그룹의 총수인 현정은 회장 개인의 목적 달성에도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증권가 일각에서 제기돼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가 및 일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현 회장이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그룹의 미래를 내세우고 있지만 본인의 지배력 강화도 눈여겨 볼 대목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후 현대그룹 내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가 발생하면서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및 증권가, 재계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 코퍼레이션 및 롯데그룹 등과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그룹 내 계열사와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5% 전량을 매각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지난 7월 체결했다. 매각 대금은 주당가 3만6994원, 총 6000억원 가량이다.
▲ 자료:현대그룹 ⓒ스카이데일리
이 계약을 체결한 후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에 보유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9.95%(391만6595주)를 현대글로벌(322만9645주, 16.45%) 및 현정은 회장(68만6950주, 3.5%)에 각각 나눠서 매각하는 계약도 함께 체결했다. 처분금액은 1주당 3만6150원으로 현대글로벌은 약 1168억여원을, 현 회장은 약 248억원 가량을 투입해야 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는 주요 계열사였던 만큼 매각 전에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지배구조의 변화를 준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29일 현대로지스틱스가 장외매도에 나섰고 현대글로벌과 현 회장이 장외매수하면서 현대글로벌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5.78%(309만7766주)를 확보,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기존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는 간소화 돼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바뀌게 됐다.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매각이 순탄하게 진행된데 따라 기존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을 보유했던 현대상선, 현대글로벌 등 계열사 및 현정은 회장 등 오너일가는 상당한 현금을 거머쥐게 됐다. 특히 기존에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12.04%를 보유했던 현 회장은 약 813억원(219만8819주)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다.
현 회장은 다만 같은날 현대로지스틱스가 기존에 보유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거래도 계약대로 진행하면서 약 248억원 가량을 들였는데, 현대로지스틱스 매각대금으로 충당했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시선이다.
현정은 회장 손에 쥔 800억 지배력 강화에 활용되면서 구설수
▲ 현 회장은 기존에 보유헀던 현대로지스틱스 주식을 매각해 약 8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사진=뉴시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현 회장이 현대로지스틱스 주식 매각 대금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입 대금을 지불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며 “특히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한 후 남은 6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관심을 드러내는 여론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후 현대그룹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의 움직임이 발생했다. 당시 현대그룹의 분주한 행보는 마치 하나의 목적을 향하고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그 목적은 바로 ‘현정은 회장의 지배력 강화’였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도표=최은숙>
실제로 현대그룹 내 발생한 지배구조의 변화를 살펴 보면, 우선 기존 현대그룹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짐과 동시에 지배구조의 최상위 계열사인 현대글로벌에 대한 현정은 회장의 지분율이 급격이 늘어났다.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했던 현대상선이 기존에 보유했던 현대글로벌 주식 전량(24.8%,125만6140주)을 현 회장에게 넘긴 것이다. 동시에 현대유엔아이도 보유했던 현대글로벌 주식(8.1%, 41만257주)을 현 회장과 그의 자녀들에게 매각했다. 현대상선은 주당 2만6450원씩 125만6140주를 약 332억원에, 현대유엔아이는 주당 2만6450원씩 36만9318주를 약 98억원에 각각 현 회장에게 팔았다.
현 회장이 이들 주식을 매입하는데 들인 비용은 430억원 가량이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현대글로벌 지분율은 기존 59.21%(300만주)에서 91.30%(462만5728주)로 급증했다. 동시에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으로 이어지는 수직 관계의 지배구조가 갖춰졌다. 이와 관련, 최근 증권가에서는 “현 회장이 순환출자 해소 및 지배력 강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현대글로벌 지분 매각으로 현대상선은 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현정은 회장은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또 골머리를 앓았던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까지 했다”면서 “이에 대해 대다수는 현 회장의 수완을 높이 평가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의 자구책은 그룹이 아닌 총수를 위한 자구책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순환출자해소 및 지배력 강화, 지주회사 전환 늦추는 효과 누려
▲ 현 회장은 현대상선의 지분을 넘기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획득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는 단 3주차로 기존 현대글로벌에서 현 회장으로 바뀌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현 회장의 이번 거래가 지주회사 체제 강제 전환을 피해 현대증권의 매각을 수월하게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카이데일리
현대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행보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금감원 및 증권가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지난달 현정은 회장 및 오너 일가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2.04%(372만3040주)를 현대글로벌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6.05%(118만8620주)와 맞교환 했다.
현대상선 보유 지분(전량)은 주당 1만2100원(10월 24일 종가기준)에 현대글로벌에 넘기고 현대글로벌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일부)은 주당 3만7900원에 받아 교환가격은 각각 450억씩 같았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는 기존 15.78%(309만7766주)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벌에서 지분의 9.71%씩을 보유한 현대글로벌(190만6406주)과 현 회장(190만6409주)이 나란히 함께 차지하게 됐다.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이번 주식 거래의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여론이 일었다. 현대그룹이 현대글로벌을 주축으로 한 지배구조를 갖출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거래가 지주회사 체제 강제 전환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현대글로벌의 주식 매각에 수긍하는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신규 순환출자 근절을 내세운 공정위는 강도 높은 관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순환출자는 지난해 개정된 공정거래법으로 올해 7월 25일부터 일시적 순환출자를 제외한 신규 순환출자는 전면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가 감시의 눈을 부릎 뜬 이유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변경 전 2014년 6월 말 기준, 변경 후 2014년 10월 31일 기준) ⓒ스카이데일리
경제시민단체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행 공정거래법 상 총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이 50%를 넘어서면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 현대글로벌이 보유한 총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은 90%대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면 지주회사로 강제전환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대글로벌이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만 아니면 이를 피해갈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상 자회사 주식가액을 산출할 때는 1대 주주인 자회사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현대글로벌을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가장 큰 걸림돌은 현대증권 등의 금융계열사다. 현재 자구책의 일환으로 금융계열사 매각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되면 자칫 제 값을 받지 못하고 급히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번 거래는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게 시민단체 관계자의 주장이다. 현 회장과 함께 공동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되면 현대글로벌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는 주식가액에 산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글로벌이 지주사로 강제 전환될 우려는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 지분율은 9.71%로 같지만 주식수를 보면 현 회장이 190만6409주로 현대글로벌의 190만6406주 보다 단 3주가 많다. 현대글로벌이 지주사 강제전환을 피할 수 있는 주식수가 이처럼 작은데 대해 ‘현 회장의 꼼수’라는 비판적 시선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그룹 계열사 한 중역은 “이번 거래로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의 매각과 관련해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고, 이로 인해 가격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갖을 수 있게 됐다”면서 “그룹 내에서는 이번 거래를 주도한 현 회장의 기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 켠으로는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은 현대로지스틱스 주식 매각 대금 약 100억여원의 사용처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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