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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당위성을 되새기게 하는 요즘이다. 조희대(曺喜大) 대법원장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의 사퇴 촉구와 그 부당성을 반박하는 국민의힘이 맞부딪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대법원장이 22일 “세종대왕께서는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백성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으셨다”며 “급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도 법치와 사법 독립 정신을 지켜내고 정의와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미래를 함께 열어갈 지혜를 나눌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해 현 정국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 크다.
법이 진정으로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 등 공감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이유는 분명하다.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선 직전 갑작스럽게 전원합의체에 붙여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데 대해 여권이 사퇴 촉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정치 개입’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대법원이라는 최고 법원이 그런 짓을 하는 건 옳지 않다”고 한 게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 전 비대위원장은 “그것을 가지고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본인이 하지 않았다는 것까지 만들어 공방을 하는 건 민주당으로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한데 민주당은 급기야 30일 조 대법원장 등을 대상으로 청문회까지 열겠다고 의결했다. 그러나 일선 법관들 사이에서는 사법부 수장의 거취를 집권당이 거론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부정적 여론이 거세다. 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1심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를 교체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데 대해서도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며 판사가 정치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돼야 한다면 사법부 독립은 곧장 무너지고 만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반면 자성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정말 사법부는 일방적으로 독립을 위협받는 순수하고 무고한 피해자인지, 국가적 위기에 헌정 질서의 수호자요 인권 최후의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했는지 본령을 성찰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 퇴진 압박 사태의 발단 중 하나는 대법원장의 정치개입 의혹이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5월 국회 법사위에서 이른바 조희대·한덕수 오찬 회동 의혹을 처음 제기했고, 같은 당 부승찬 의원이 대정부 질의를 통해 확대 재생산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당하면 특검 수사를 받으라고 했을 뿐, 의혹을 제기한 서영교·부승찬 의원 측에서 나온 추가 근거는 아직 없다.
두 의원은 ‘꼬리’를 내리고 있다. 부 의원 측은 당초 ‘제보를 받았다’던 설명과는 달리 “서 의원의 주장을 다시 언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고, 서 의원은 제보자가 전 정권의 고위직이라고만 밝혔다. 이러니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면책 특권 뒤에 숨어 조 대법원장을 끌어내리려 한다고 질책하고 있다.
정치권은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한 의혹 제기는 정치 불신만 키울 뿐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서영교·부승찬 의원은 추가 증거를 내놓든지, 아니면 공개 사과하고 민주당은 사법부 독립을 훼절하는 언동을 삼가는 게 온당하다.
물론 사법부는 개혁에 대한 국민 욕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합리적 공론을 통한 자정(自淨) 운동과 함께 공판중심주의 및 사실심의 강화 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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