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1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팀에 대한 외압 정황을 공식 확인했다.
특검은 “공수처 내부에서 수사를 방해하는 지시가 있었고 그 결과 사건의 핵심 증거 확보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공수처 전 부장검사 2명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성역 없는 수사’를 내세웠던 공수처의 위상이 큰 타격을 입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공수처 수사팀에 외압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며 “당시 처장·차장을 대행하던 김선규·송창진 전 부장검사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영장심사는 1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다.
특검에 따르면 공수처 수뇌부는 지난해 초 수사팀이 대통령실과 국방부 장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요청했으나 이를 보류시켰다. 그 사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했으며 초기에 확보할 수 있었던 핵심 증거 상당수가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정 특검보는 “공수처가 수사를 안 한 것인지, 못 한 것인지 규명 중”이라며 “당시 대통령실이 ‘공수처가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이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통령 탄핵 이후인 올해 5월에서야 대통령실 압수수색이 그리고 7월 특검 출범 이후에야 국방장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정 특검보는 “이미 말맞추기와 진술 오염이 진행된 상태였고 증거 다수가 소실됐다”며 공수처의 초기 수사 태도를 비판했다.
특검은 이번 사건을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방해한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특검은 “공수처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부패를 단죄하라고 만든 기관인데 그 공수처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사를 늦췄다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공수처 전 부장검사 2명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 내부 외압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조직 전체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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