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헤드라인 뉴스

 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유성호의 ‘식사 하실래요’

통일되면 김정은 위원장과 먹고 싶은 평양냉면<1>

“멀리 온 평양냉면…아 멀다고 하면 안되갔구나” 한마디에 ‘대박’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8-08-05 23:41:57

 
▲ 유성호 대중음식평론가
외식시장에서 평양냉면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메밀이라는 웰빙적 요소와 고기육수를 앞세운 맛의 조합이 원초적 미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냉면은 멸치 육수에 밀가루 면으로 만든 국수와 달리 고기 육수에 메밀로 만들어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는 이유도 있다. 최근엔 마니아층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속도감 있게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옥류관 냉면을 공수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접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로 인해 폭발적으로 인기가 높아졌다.
 
김 위원장은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 왔습니다...멀리 온 평양냉면…아 멀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는 한 마디로 냉면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평양냉면은 물론 함흥냉면, 막국수, 칡냉면 등 유사한 면장사가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이번 호는 통일되면 김 위원장과 함께 말아먹고 싶은 평양냉면에 대한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실어본다. <편집자 주>    
 
당번 정해 ‘자리 맡기’ 진풍경 연출하는 도심 냉면 노포들  
 
여름철이면 유명 평양냉면집은 점심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문전성시를 이룬다. 을지면옥, 평양면옥(장충동) 같은 원도심에 있는 노포에는 장년층 마니아들이 순번을 정해 일찌감치 자리를 맡는 진풍경도 보인다. 예약을 아예 안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평양냉면에 열광할까.  
 
그 답을 얻기 위해 각각 하루에 다섯 곳, 네 곳 등 총 2회에 걸쳐 9곳의 평양냉면집 집중 벤치마킹 투어를 했던 적이 있다. 또 개인적으로 서울시내에 있는 여러 냉면집을 순례했다. 하루에 여러 곳 맛을 봐야 맛의 차이와 기준점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평양냉면 강자들은 어떤 ‘무기’로 한 여름 땡볕 아래 손님들을 줄 세우는지 알아봤다.  
 
문학 작품 속에서 냉면을 묘사한 장면을 찾으라면 단연 손꼽히는 것이 백석의 ‘국수’란 시다.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국수’라는 시 일부다. 바로 메밀국수를 소재로 한 것이다. 메밀국수는 평양냉면과 등치가 가능한 먹거리다. 메밀국수를 찬 육수와 함께 먹는 게 바로 냉면이다. 백석의 시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쩡’하고 ‘얼얼한’ 맛의 냉면에 대한 갈구가 있다.
 
▲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이후 열린 만찬에서 평양냉면을 즐기는 모습. 평양 옥류관 수석요리사가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직접 만들어 냉면을 제공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제공]
  
1920년대 서울만 40곳 영업…40년대 강자 우래옥 등장 
 
1936년 7월23일자 <매일신보>에는 ‘냉면’에 관한 기사가 있다. 당시 서울에서 소위 대박을 치고 있는 냉면집들을 다룬 기사다.  
 
“평양냉면, 해주냉면 다음으로 서울냉면을 손꼽을 만큼 이제는 서울냉면이 냉면 축에서 뻐젓하게 한몫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경성냉면은 말하자면 평양냉면의 연장에 지나지 않습니다. 입 까다로운 서울사람들의 미각을 정복해보려고 평양냉면 장사들이 일류 기술자-냉면의 맛은 그 기술 여하에 달렸습니다-를 데리고 경성으로 진출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움직일 수 없는 굳은 지반을 쌓아놓았습니다. 여름 한철 더군다나 각 관청 회사의 점심시간이면은 냉면집 전화통에서는 불이 날 지경입니다.”
  
1920년대 후반부터 서울에는 부벽루, 백양루, 동양루 등 유명 냉면집들이 많았다고 한다. 부벽루란 이름은 평양 대동강 가에 위치한 누각에서 온 것이다. 부벽루가 평양냉면을 파는 집이란 것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상호다. 당시 청계천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냉면집이 약 40곳이 성업했다. 그만큼 메밀 면식을 좋아하는 인구가 받쳐줬다는 의미다.  
 
서울의 평양냉면 절대 강자는 1940년대에 나타난다. 해방이 되면서 일제가 놓고 간 시내 적산가옥을 사들여 문을 연 중로 주교동의 우래옥이 대표적인 곳이다. 평양출신인 장원일 씨와 주방장 주병인 씨가 1946년 서북관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갔다 와서 또(又) 오라(來)는 의미로 지금 이름으로 바꿨다. 우래옥 이후 지금의 평양냉면 강자들은 7․80년대 생겨났다. 특히 1970년대 혼분식장려운동은 냉면의 수효를 ‘격발’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 평양 옥류관 냉면 비주얼.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제공]
   
1970년대 혼분식장려운동이 면식 인구 확대 ‘격발’ 
 
혼분식장려운동은 1960년대 시작해 70년대 새마을운동 일환으로 추진되는 등 전국적으로 강력하게 전개됐다. 모든 음식점은 흰쌀밥 이외에 보리쌀이나 면류를 25% 이상 혼합 판매해야 했다. 당연히 밀가루와 함께 메밀 판매도 늘었고 이 덕에 평양냉면집도 성수기를 맞았다.
 
70년대를 지나 80년대에는 이미 우래옥, 장충동평양면옥 등 노포들이 점령한 4대문 안과 성저십리(한양도성 밖 10리 지대) 지역을 벗어나 성동, 화곡, 광명 등에 나름 지역강자들이 속속 들어섰다. 1969년 문을 연 의정부평양면옥은 1985년에 딸들이 과감하게 서울 을지로와 필동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이면서 가족직영 프랜차이즈의 효시가 됐다.   
 
평양냉면의 특징은 ‘기호(嗜好)’가 ‘기호(畿湖)‘를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북쪽 실향민들은 고향과 멀어지기 싫어했기 때문에 경기도를 잘 넘어서지 않았다. 메밀이 추운지방에서 자라는 곡식이란 점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평양냉면 진출 권역이 충청도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 이남에 평양냉면 강자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최근에는 전남 광주에 ’광주옥‘이 생겨 남북정상회담 수혜를 톡톡히 봤다는 소식이다. 외식업 컨설팅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식당업은 운칠기삼‘이라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광주옥은 운이 참 좋았다.  
 
2018년 현재 평양냉면 시장은 1920년대 경성을 중심으로 견조한 발전을 밑거름 삼아 전통강자와 신흥강자들이 ‘맛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소비자는 어느 포인트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왜 ‘평뽕’ 평양냉면 맛에 빠지는가? 
 
냉면이란 음식은 구성이 단출하다. 면, 육수, 고명을 한 대접에 담으면 된다. 반면 면, 육수, 고명 등 각 재료마다 손질해서 맛을 빼내는 노하우가 상당히 필요하다. 때문에 메뉴로 도입하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하고 맛 밸런스도 잘 유지해야 한다.
 
원래 평양냉면은 주로 동치미국물에 메밀면을 말아 먹었다. <동국세시기>(1849)나 <규곤요람>(1896) 등에는 동치미에 메밀면을 말아 돼지고기 고명을 얹어 먹었다고 쓰여 있다. 소고기 육수를 만들어 동치미와 섞거나 단독으로 사용한 것은 1950년대 이후로 보인다.
 
▲ 평양냉면 벤치마킹팀이 분당 미금로에 있는 리북냉면서 시식을 하는 모습. [사진=필자제공]
  
평양식 냉면은 전쟁 통에 남한으로 내려오면서 소고기 육수와 손잡고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 육수 속에 녹아 있는 육향(肉香)은 인간의 원초적 식욕 본능이다. 육수의 감칠맛과 고소함은 혀의 미뢰를 사로잡아 맛의 포로로 만든다. 후각으로 스미는 육향은 뇌의 기억창고를 여는 열쇠다.
 
인류의 기억 속에 육향은 육식과 포만이라는 행복한 추억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양냉면 육수에 한번 취하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육향의 기억창고 열쇠가 정확히 자물쇠에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호불호가 극명한 음식이란 의미다.  
 
인간의 뇌는 달고 기름진 음식이 당기도록 만들어졌다. 고열량, 고지방 음식이 일반적으로 중독성이 강하다. 간장으로 간을 한 고기육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킨다. 그래서 평양냉면에 한번 빠지면 중독이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평뽕’(마약 같은 맛이란 의미)이라 하지 않는가!  
 
맛 평가로는 대한민국 최고 전문가로 이뤄진 벤치마킹 팀 
 
한편 평양냉면 벤치마킹 팀은 외식업 관련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외식 전문잡지 대표를 비롯해 메밀제분 업체 이사, 평양냉면 기술전수자, 외식 메뉴개발 전문가, 평양냉면 마니아, 메뉴도입 희망자, 평양냉면집 개설 희망자, 외식업 컨설턴트, 대중음식문화평론가 등이 버스 한 대로 함께 이동한다.  
 
이동 간에는 메밀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듣거나 직전 냉면집에 대한 전문가들의 맛 평가와 보완점 등을 듣고 의견을 교환한다. 이들과 이동 간에 나눈 의견을 종합해서 냉면집을 차리면 대한민국 최고가 될 듯 할 정도로 장단점을 조목조목 잘도 집어낸다. 
 
하루 네다섯 곳의 냉면집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부지런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위가 커야 한다. 11시부터 6시까지 한 시간 반 단위로 냉면 한 그릇을 해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헤어질 무렵에는 남산 만하게 부푼 배로 엉거주춤 뒤돌아 가는 모습이란!

  • 좋아요
    5

  • 감동이예요
    0

  • 후속기사원해요
    0

  • 화나요
    1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타의 집&빌딩

종합헬스케어회사로의 성장포부로 일동제약을 이끌어가고 있는 윤웅섭 대표가 사는 동네의 명사들
백운수
미래이엔디
봉준호
윤웅섭
일동제약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1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모든 아동의 권리 실현을 위해 앞장서죠”
전 세계 아동이 온전히 권리 누리는 세상 위해 ...

미세먼지 (2020-09-21 00:00 기준)

  • 서울
  •  
(양호 : 38)
  • 부산
  •  
(최고 : 15)
  • 대구
  •  
(좋음 : 21)
  • 인천
  •  
(좋음 : 26)
  • 광주
  •  
(좋음 : 29)
  • 대전
  •  
(보통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