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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주년 8 ·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에 관한 의미 있는 화두를 던졌다. 하지만 현실과 겉돌 가능성이 큰 화두이기에 자칫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어줍짢은 진용을 갖추면서 속칭 폼생폼사할 여유가 없다. 모양을 갖춘 말의 형용사가 아니라 사생결단 전진하고 싸워 이겨야 하는 명령어가 다급한 시점이다. 경축사에서는 그것이 빠졌다. 사상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 경제 견인차로써의 리더십 부재, 한반도의 불안한 안보정세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복합적 위기사안들이기에 지금은 발등에 불을 끄는 명령어가 급박하게 요구된다. 경축사에서 빠진 ‘명령어 부재’의 문제점을 짚어 본다. <편집자 주>
<스카이 비평> 2008년 리먼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은 맞다. 이듬해 우리의 성장률이나 외환 보유고 등의 측면을 보면 전 세계 어느 국가 보다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헤치고 나왔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 체질은 수출의존가 더 높아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고환율 정책을 인위적으로 지속하면서 대기업들의 현금흐름은 풍부해 졌지만 그 자금이 시장에 풀리지 않으면서 내수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버렸다.
대기업이 위기극복의 주역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이들이 이른바 진골을 넘어 성골 귀족으로 등극하면서 대통령의 권한 보다 막강한 금력이라는 초권력을 확보하게 됐다. 금력이 권력 보다 우위에 서게 될 때 국가의 법치가 바로서기 어렵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이치다. 법 따로 현실 따로가 일상화 될 때 탐욕과 과욕이 세상의 지휘자로 나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동반성장이라는 무게추는 힘을 잃는다.
지금은 금력이라는 신권(臣權)이 청와대의 왕권(王權) 보다 앞서는 구조적 뒤바뀜 현상이 일어났다. 금력의 핵중 하나인 정씨 문중의 ‘외부인사’였던 현 대통령이 5년 단임제 하에서 그들을 휘어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고환율 정책으로 그들을 도와주고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도록 했으나 정작 왕권을 넘어선 기업권력이 쉽게 내수시장 창출에 힘을 쏟을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다. 5년 단임제 하에서 검찰과 국세청의 양대 칼을 휘둘러도 효과가 없음을 이젠 국민들이 안다. ‘서민을 따듯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는 내수 시장을 넓히고 튼튼하게 하는데서 가능하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명령어가 앞서야 한다.
<대통령> "길어진 생애 주기 전체에 걸쳐 자신의 행복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생 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입니다."
<스카이 비평> 지난 2000년 노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조만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길어진 생애 주기’는 결국 노령 층이나 이를 부양해야 하는 후세대나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인 것이다. 그래서 ‘오래 살면서 자신의 행복을 자유롭게 추구한다’는 대통령의 언질은 복음에 가깝다. 인간이 가장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장수와 건강, 그리고 부유함이 깃들어 있는 말이다. 그것이 바로 ‘공생 발전’이라고 한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을 이야기 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녹녹치 않다. 아니 그것을 이루기가 불가능에 가까운 환경들만 즐비하다. 우리가 공생발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 선결과제다. 경제발전이 그 유일한 해답이다. 노년층에 대한 막연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복지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있는 이 때 가장 중요한 정책은 노년층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위한 명령어가 기업들에게 내려가고 꽂혀야 한다. 노년층 복지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현실이라고 본다면 그것이 공생 발전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스카이 비평> 현재 나랏돈을 관리하는 이른바 3인방은 백용호 정책실장, 김대기 경제수석, 김동연 예산실장이다. 이들이 대통령의 ‘재정 건전성’을 책임질 핵심 주역들이다. 재정 건전성은 쉬운 말로 곳간의 돈을 계획성 있고 짜임새 있게 사용하면서 가급적 인색한 경제구조를 가는 ‘구두쇠 식’ 경제 운용의 다른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의 장벽이 너무 높고 크다.
정책실장은 돈 쓰기 좋아하고 입만 벌리는 정치권에 피를 흘리고 싸우면서 소위 주군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지녔다. 2013년 총선과 대선 국면을 맞아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온갖 포퓰리즘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국고가 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권 말기 최후까지 청와대를 떠나지 않으면서 희생을 대신할 용기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 자리에 누가 있든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수석은 곳간에 쌓인 재정 뿐만 아니라 곳간으로 빌려온 빚재정을 동시에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돈을 풀고 돈을 빌려오는 최적의 타이밍을 경제수석이 징검다리 돌을 밟아 나가듯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달라고 몸부림치는 곳에 문을 닫아 걸줄 알고, 돈을 안 빌려주는 곳에서는 돈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이 동시에 갖춰줘야 한다. 결국 용기와 지혜 그리고 지략을 겸비해야 하는 자리가 경제수석인데, 이는 퇴임 후 자신의 생애를 거는 일이기도 하다. 정권 말기에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예산실장은 나랏돈의 쓰임새를 구체적으로 칼질하고 또 풀질하면서 실제 국고와 설계도를 실전에서 짜 맞추는 자리다. 권한이 막강하지만 부담 또한 큰 위치다.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이 큰 그림에서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예산실장은 그 그림 내에서 실전을 해나가는 행동대장 격이다. 대통령이 재정 건전성이라는 구두쇠 지론을 꺼내들었다면 예산실장은 칼질을 우선해야 하는 별로 내키지 않는 자리가 된다. 정권 말기에 이를 잘 해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재정 건전성의 또 하나 축은 물가를 안정시켜 국민생활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뒷감당을 해야 할 정부 지출요인이 많아진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세원을 늘려야 하면서 정작 그 당사자인 기업들을 혹독하게 관리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대개 빠진다. 이는 권력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다. 더구나 정권 말기의 힘은 통하지 않음이 자명하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퇴임 후를 걱정하거나 대비하지 않는 희생적이고 배수진을 친 강력한 명령어만이 유일한 길임을 새김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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