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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피플]-현효제 사진작가

“한국전쟁 참전용사 영웅의 역사를 사진에 담죠”

희생을 기억하고 서로 존중하는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사진 찍는 작가 현효제

여이레기자(iryeo@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30 00: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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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라미(본명 현효제)는 한국과 전 세계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사진을 기록한다. 처음 군인을 촬영하기 시작하면서 현효제 작가는 “이걸로 돈벌려고 하냐” “어디다 팔아먹으려느냐” 등 의혹 어린 시선을 감당해야했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혼자 짊어지고 다니며 늘 근육통에 시달리지만 현 작가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사진=박미나 기자]
 
사진작가 라미(본명 현효제)는 한국전쟁 유엔참전용사들의 사진을 찍는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재능기부와 민간의 후원(한화기업이 두 차례 그의 작업을 후원한 바 있다)을 통해 한국은 물론 세계를 누비며 한국전쟁 참전용사 사진을 찍고 있다. 이른 더위로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5월의 금요일 오후, 역삼동 사진 스튜디오에서 기자는 타오르는 햇살보다 강한 열정을 가진 현효제 작가를 마주했다.
 
인생에 한 가지만 한다면 좋아하는 것보다 미치는 것을 하자
 
2003년 병역의 의무를 마친 현효제 작가는 ‘비쥬얼 이펙트’를 공부하러 미국으로 건너갔다. 패기 넘치던 그 시절의 현효제는 비쥬얼 이펙트를 공부하며 라이팅 디렉터를 꿈꿨다.
 
“당시 유명 라이팅 디렉터에게 ‘나도 당신처럼 되고 싶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죠. 일주일 쯤 뒤 회신이 왔는데 답은 ‘안된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오기가 생겨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죠” 그러자 다시 회신이 왔다.
 
“‘비쥬얼 이펙트를 잘하려면 색, 구도, 빛을 잘 알아야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 나처럼 되고 싶으면 그림을 그리면서 세 가지를 익혀라. 그런데 그림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색은 빼고 흑백 사진으로 구도와 빛을 배우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리고 사진을 찍되 일 년에 10만장쯤 찍으라고 하더군요”
 
현 작가는 바로 DSLR을 사들고 매일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찍은 것이 일 년에 13만장 정도의 분량이 됐다. 13만장의 사진을 찍으면서 현 작가는 구도와 빛에 예민해지고 관찰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비쥬얼 이팩트에 몰두하던 현효제 작가가 사진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친구의 한 마디 충고 덕분이었다.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제게 묻더군요. ‘인생에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좋아하는 것보다 미치는 걸 해야 하지 않겠나? 넌 비쥬얼 이팩트가 좋아? 거기에 미쳐 있는거냐’ 그러면서 친구는 ‘내가 봤을 때 너는 사진 찍는 일에 미쳐 있는 사람이야’라는 거예요” 현 작가는 자신이 사진에 미쳐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그는 그길로 대학 전공도 사진으로 바꿨다.
 
미국에서 일하던 현효제 작가는 사진 ‘작가’의 길을 갈 것이냐 사진 ‘업자’의 길을 갈 것이냐를 두고 고민하다 작가의 길을 택했다. 그를 사사했던 선생님들은 작가가 되기 위해선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했다. 존경하는 사진작가들의 인생을 훔쳐보아도 가족과의 시간이 정말 소중해보였다. 그래서 그는 부모님이 계신 한국으로 8년 만에 돌아왔다.
 
“2013년 서울대병원 홍보영상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육군에서도 홍보영상을 찍어달라고 연락이 온 거예요. 전역한지 10년 만에 군대와 다시 연을 맺게 됐어요”
 
기간병으로 군 생활을 했던 현 작가에게 군 간부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육군 홍보영상을 작업하며 그는 직업군인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군인의 희생을 기록하는 ‘프로젝트 솔져스 Project Soldiers’
 
“한국사회는 희생을 알아주지 않아요. 당장 참전용사에 대한 대우만 봐도 그렇잖아요. 그런데도 자기를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역사에서도 보세요. 의병, 승병, 광복군 등등. 신기한 사회와 신기한 사람들이죠”
 
현효제 작가가 만난 군인 중에는 사병으로 GOP에 근무하다가 “이곳을 내가 지켜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직업 군인의 길을 택한 사람도 있었고 군의 명령을 따르느라 가족과 제대로 된 여행 한번 가보지 못한 어느 아버지도 있었다고 했다.
 
현 작가는 군인의 희생을 기록하겠다고 결심하고 그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한국은 일제강점기를 겪는 등 아픈 기억들을 많이 가진 나머지 기록을 싫어해요. 기록을 하기 시작하면 성공과 실패 둘 다 기억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기념만 해요. 성공한 것만 기념하죠.” 
▲현효제 작가는 “이렇게 사진을 찍으니 내가 진짜 영웅이 된 것 같다”는 참전용사의 한마디에 감동한다고 말한다. 사진작가 현효제는 자신을 삐뚤빼뚤한 나무라고 생각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현효제 작가라는 나무는 뿌리를 내렸고 기둥을 세웠다. 사진은 현 작가가 직접 찍은 한국전쟁참전용사의 사진. [사진=현효제 작가 제공]
  
현효제 작가는 일산 킨텍스에서 군복 사진전 “I am a Soldier”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놀라운 인연이 시작됐다. 한국을 방문 중이던 미군 참전용사를 우연히 만난 것이다. 그의 사진을 찍으며 현 작가는 이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현 작가는 그후 외국인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수소문했다.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개인의 희생에 대한 두 사회의 너무 다른 반응을 체험했다고 말한다.
 
“한국사람들과 미국사람들은 정말 다르더군요. 미군 참전용사들을 사진으로 찍겠다고 했을 때 보훈처는 저의 의도를 믿지 못하고 마지못해 시간을 조금 내줬죠. 그런데 미국사람들은 다르더라구요. 군인이랑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이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기리고 있어요. 사비 털어서 미국에 가니까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오고 참전용사의 사진을 찍어줘야 한다며 2시간 거리를 직접 가서 차로 모셔온 사람도 있더라니까요.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후원을 받아오기도 하고요”
 
참전용사의 사진을 액자에 담기 시작하다
 
미국에 간 현효제 작가는 참전용사의 사진을 찍어 그냥 드리는 것 보다는 액자에 담아 드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한번 페이스북에 글을 써봤죠.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액자 후원이 필요하다. 그랬더니 진짜 놀랍게도 10분 만에 후원자 스무 명이 나타나더라니까요”
 
현 작가의 참전용사 사진촬영 작업은 현효제 작가 사비와 개인 후원으로 충당되고 있다. 기업 한화에서 300개의 액자를 후원한 적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사비와 개인 후원을 통해 작업하고 있다. 
▲현효제 작가는 한국군 참전용사 어르신들은 온통 ‘한’ 투성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고 감사를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현 작가는 지적한다. [사진=현효제 작가 제공]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현 작가는 미군·영국 출신 참전용사와 한국인 참전용사들 사이에 큰 차이점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외국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은 자부심이 있어요. 이만큼 발전한 한국을 보면서 행복해하죠. 반면 한국군 참전용사 어르신들은 온통 ‘한’ 투성이에요, 한. 한국은 그분들의 희생을 기리지 않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육군 본부가 한국군 참전용사 사진의 액자값을 후원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촬영 장비며 촬영장에 가는 기름값이며 모든 경비는 현 작가 사비로 충당하지만 액자값이라도 육군본부가 부담하는 게 어디냐고 그는 말한다.
 
“한국군 참전용사 대우요? 심하죠. 가끔 한국전 참전 조끼나, 모자 쓰고 다니는 어르신들 보셨어요? 그거 사비로 구입하신 거예요. 옛날에야 우리가 못살았으니까 그랬다고 쳐도 지금은 잘살잖아요. 그런데도 남을 위해 희생한 사람을 대우하지 않는 분위기가 안타깝죠”
 
“우리는 남에게 존중받고 싶어해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은 존중하지 않죠. 그러면 나중에 우리가 존중받을 수 있을까요? 전혀요”
 
현효제 작가는 조만간 전 미국을 돌며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다.
 
“갈 때마다 생존하시는 분들 숫자가 줄어요. 한국전 참전 당시 그분들은 대개 17~18세였으니 지금은 다들 90세에 가까운 고령이시죠. 시간이 없어요”
 
그는 캠핑카를 구입해 향후 2년간 전 미국을 돌며 참전용사들을 카메라에 담고 멋진 사진전을 끝으로 프로젝트를 마칠 예정이라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결연한 의지와 힘이 느껴졌다.
      
▲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냐고요? 그런거 없어요. 그냥 열심히 찍는거죠." 그의 작업들이 세상에 어떤 길을 선물할지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사진=박미나 기자]
 
기자는 인터뷰 말미에 현효제 작가에게 어떤 사진작가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현 작가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냥 열심히 찍는 거죠.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찍자, 열심히. 그뿐이에요”
 
그런 그의 말을 들으며 스티브 잡스의 “인생은 점을 찍는 것과 같다”는 말이 떠올랐다.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뒤흔든 잡스는 “일단은 모르지만 인생에 점을 찍어나가다 보면 점들이 이어져 길이 된다”고 말했다.
 
현효제 작가는 참전용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진을 통해 세상에 점을 찍어가고 있다. 현 작가의 앞에 얼마나 멋진 길이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된다.
 
현효제 작가의 사진들은 프로젝트 솔져스 홈페이지(https://www.project-soldier.com)에서 확인 가능하다. 
 
[여이레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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