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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피플]-김태우 작가

“글쓰기와 커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죠”

소설가이자 카페 주인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삶·도시의 의미 찾아

이한빛기자(hblee@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5-23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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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우 작가는 소설가이자 카페 주인으로서 사람과 세상에 소통하기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도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햇살이 누그러지기 시작한 늦은 오후와 노을의 중간 무렵, 번잡한 도시의 대로 뒤편 서초동 주택가는 도시의 소음에서 멀어져 한적한 느낌마저 들었다. 오가는 사람들도 별로 눈에 띠지 않는 주택가 골목길 모퉁이 뜻밖의 장소에 무심한 듯 카페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다.
 
밖에서 보이는 전면 유리창 안쪽 테이블에 편안한 자세로 안락의자에 몸을 묻은 채 책을 읽고 있는 중년의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클럽 1d1m’  카페 주인이자 소설가인 김태우 작가(47·남)다. 묵직한 문을 밀고 들어가니 그윽한 커피향이 주인보다 먼저 기자 일행을 맞이했다.
 
글과 커피는 서로 다른 성격을 지녔지만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글은 글쓴이와 독자가 서로 교류하는 수단이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 카페 역시 사람들이 서로 활발히 소통하는 장이 된다.
 
김태우 작가는 글쓰기와 카페를 통해 사람들과 세상 사이에서 소통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카페를 오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사는 도시의 의미를 글에 담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끊임없이 소통을 꾀하고 있다. 
  
학창시절 해방구로 선택한 글쓰기, 마음 드러내는 창구로 만들어
 
김태우 작가는 학창시절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에게 글쓰기란 경직되고 금지되는 것이 많았던 시대 상황에서 억눌린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방구 역할을 했다.
 
“군복을 입던 사람들이 대통령을 하던 시절이라 자유로운 표현이나 관계들이 경직돼 있었어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많다보니 학교도 싫어했죠. 제 마음 속에 억눌러져있던 게 많았는데 글쓰기를 통해 그것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때의 카타르시스도 있고 자기 해방감도 생겨났죠”
 
그렇게 글쓰기에 빠졌던 김 작가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신춘문예에 응모하며 작가의 꿈을 키워나갔다. 더불어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와 기업 사료 편찬 등 글과 관련된 업무도 수행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글과 함께해 온 그는 자신의 작품인 ‘피아노’가 201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숱하게 공모에 낙방했는데, 그때마다 당선되면 어떤 기분일지 미리 상상도 많이 해보곤 했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당선 전화일지 모른다 하는 설렘도 있었구요. 그런데 막상 당선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오히려 무덤덤하더라구요. 전화를 건 신춘문예 담당자가 ‘제가 왜 전화했는지 아시죠’라고 물었을 때도 감흥이 없었어요. 이후에 아내와 어머니께 당선소식을 전하는 통화를 하면서 뒤늦게 실감이 밀려 왔죠”
 
그러나 김 작가는 신춘문예 당선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작가 생활에서 전환점이 됐다지만 이후 넘어야 할 단계가 많이 남은 만큼 자기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사람들은 신춘문예가 됐다고 하면 ‘이제 진짜 작가가 됐다’고 인식하잖아요. 그런데 작가가 자격증이 있는 직업도 아닌데 신춘문예 당선이 됐으니 작가의 시작이라고 못 박고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프로야구를 예로 들면 올해 우승했다고 하지만 내년 시즌을 바로 준비해야 하듯이 작가도 넘을 고개가 많이 있는 만큼 신춘문예는 작가생활의 연장선상이라고 봐요”
  
▲ 김 작가는 201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분에서 '피아노'가 당선됐다. 그 전부터 글쓰기 활동을 이어가던 김 작가는 학창시절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해방구로 삼았고 이를 통해 글과 인연을 맺게됐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신춘문예에 당선된 ‘피아노’는 큰 아이를 위해 쓴 작품이다. 아이가 크면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아이 교육에 대한 김 작가의 고민이 담겨있기도 하다.
 
“소설가가 어떤 소설을 쓰면 그 주인이 따로 있어요. ‘피아노’는 아이들한테 주고 싶었던 소설이에요. 첫 아이가 태어난 이후 아이 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 작품에는 그 고민을 담은 것인데 제가 느낀 좋은 부모상은 무언가를 해줘서 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얼마나 잘 하지 않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부모가 자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는데 그 관심이 자칫 아이의 재능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아이가 하고픈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지켜봐주는 것이 좋다고 봐요”
 
‘피아노’ 발표 이후 김 작가는 문예지를 통한 기존의 작품 발표 대신 팟캐스트를 소통의 수단으로 선택했다. 4년여 전 ‘태우의 글상자’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자작소설을 낭송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해오다 잠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김 작가는 다시 팟캐스트 방송을 재개할 계획이다.
 
“제 노트북 폴더에 써놓은 글이 꽤 있는데 어디에 보내는 건 잘 못하겠더라고요. 게다가 최근에 문예지 방식이 외면 받는 현실에서 조금 새롭게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팟캐스트 방송을 하게 됐어요. 지금은 잠시 중단했지만 ‘태우의 글상자’를 다시 시작해 다양한 모멘텀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커피와 글쓰기는 힘 뺄수록 더 좋아…조급해하면 그르칠 수 있어”
 
김태우 작가의 또 다른 직업은 카페 사장이다. 2012년 남부터미널 근처 주택가 골목에 터를 잡은 이후 올해로 8년차를 맞았다. 김 작가는 라디오 작가 시절 우연히 맛본 핸드드립 커피를 통해 커피의 세계에 빠지게 됐고 자신을 압박해오던 스트레스도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저는 무언가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어요. 결혼한 뒤 얼마 안돼서 회사일로 힘들어하던 아내와 커피하우스에 놀러갔는데 핸드드립 커피가 너무 맛있는 거예요. 집에 오는 동안에도 입안에서 감도는 커피의 잔향이 느껴졌어요. 그 향에 매료되어 당장 커피 내리는 도구를 사고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구입해 직접 만들어 마셨어요. 이후에 라디오 작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팔이 잘 올라가지 않던 때가 있었는데 집에 들어와 진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서 먹었더니 뭉쳐있던 근육이 쫙 풀리더라고요. 그때 ‘나를 이완시킬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깨닫게 됐고 커피하우스를 하자고 마음먹게 됐어요”
 
김 작가는 우연히 구한 커피 책을 통해 직접 커피를 사고 만들어 마시며 커피 맛을 구분하게 됐다. 이후 가족들에게 선을 보인 후 적극적인 호응을 얻어 본격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
 
“커피하우스를 하려면 맛을 감별할 ‘혀’가 있어야 해요. 이건 누가 가르쳐서 되는 부분이 아니에요. 직접 실험하고 맛을 찾아야 하는 부분이죠. 창업을 준비한 지 2년 쯤 지난 뒤 명절에 모인 가족들에게 신선한 원두로 만든 핸드드립 시음을 했어요. 다들 맛있다는 평을 했고 합격을 받아 카페를 열게 됐어요”
 
김 작가는 커피와 글쓰기가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며 힘을 뺄수록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조급해 하고 힘이 들어갈수록 그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피를 볶을 때 맛있는 포인트가 있는데 그 순간을 포착하려고 의욕을 너무 앞세우다 보면 맛있는 포인트를 놓치게 되더라구요. 소설을 쓸 때도 말하고자 하는 걸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게 중요하죠. 결정적 순간에 힘을 더하는 건 하수고 힘을 빼면 고수라고 생각해요. 저도 일련의 과정을 덜어내고 조급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의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만들고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글쓰기 작업실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는 커피를 팔고 글을 쓰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을 통해 많은 것을 공유하고 그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글을 쓰다보면 가게 안에 들어오셔서 말을 거시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그분들 중에는 마음이 힘들거나 사연이 많은 분들이 있었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속 깊은 이야기도 했어요.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세상과 사람에 대해 들여다보는 건데 카페를 통해 그분들의 이야기와 삶을 나눌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또 번화한 대도시가 아닌 골목만의 정서도 느낄 수 있었고요”
  
▲ 김 작가가 운영하는 클럽 1d1m은 지난 2012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김 작가는 카페를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닌 문화 행사를 열고 이를 통해 소통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스카이데일리
 
김 작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도시로서의 서울에 대해서도 유심히 들여다봤다. 김 작가가 바라본 서울은 뭔가 획일화되고 반복되면서 비슷한 풍경으로 가득해진 곳이라고 평가했다.
 
“오르한 파묵 작가가 쓴 ‘이스탄불’을 보면 어떤 도시에 사는 사람은 그 도시의 성격을 닮는다는 말이 있어요. 서울은 너무 획일화된 나머지 같은 풍경이 가득한 곳이 돼버렸어요. 사실은 우리가 서울의 모습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 모습을 더 강화시킨 책임이 있지요. 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꾸려는 경향이 유행처럼 번지고 그러면서 똑같은 구도가 자리 잡게 됐다고 봐요. 그런데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카페 위치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대로변이 아닌 이 골목 안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죠. 그나마 다행인 건 저성장시대가 되면서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획일화된 이 도시에도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작가이자 카페 주인으로 다양한 경험을 거쳐 온 김태우 작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글쓰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또 카페를 거점으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게 글쓰기란 자신한테 계속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그 글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인연이나 기회를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이를 위해 잠시 멈췄던 팟캐스트도 다시 시작할 예정이구요. 카페 공간을 활용해서 다양한 활동도 계획하고 있어요. 처음 열었을 때 3년 동안 독서모임을 했었는데 그 모임도 다시 열고 싶구요. 오는 6월에는 ‘시간’이라는 주제로 작은 음악회도 열릴 예정이에요. 이런 행사들을 통해 카페를 일종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를 나서면서 카페 이름이 왜 ‘클럽 1d1m’인지 알 것 같았다. ‘클럽’은 사람들의 소통과 모임을, 한 방울(one drop) 한 순간(one moment)을 나타내는 ‘1d1m’은 일상의 한 순간을 놓치지말고 음미하자는 뜻으로 이해됐다. 
 
[이한빛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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