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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피플]-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소비자보호 위해 한 평생 연구 매진한 학자죠”

피해 입은 소비자 위해 소비자학 연구…이젠 제자 키워내는 보람 느껴

강주현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19-06-20 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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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사진)는 소비자 권익 보호와 향상 등을 목표로 소비자학에 몰두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30년이 넘는 세월을 소비자학에 쏟으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걸어왔다. 소비자 권익향상에 힘썼던 이 교수는 올바른 제자를 양성하는 데도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스카이데일리
 
“기업들의 부도덕한 행동으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학을 공부하게 됐어요. 과거엔 시민연대 등에 몸담으며 소비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힘쓰기도 했죠. 오늘날 기업의 목표 중 하나가 고객만족이 되면서 소비자보호에 앞장서야 할 필요가 많이 줄어들긴 했어요. 그럼에도 제가 가진 재능과 능력을 토대로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응답하고 있고요”
 
인천광역시 소재 인하대학교 한 연구실에서 이은희(61·여) 소비자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이번 학기를 연구년(안식년)으로 보내고 있었다.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이번에야 겨우 진정한 의미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다”며 웃음 지었다. 그간 연구년 마다 온 힘을 쏟아 학문에 집중해온 까닭이다.
 
말로는 안식을 취하고 있다지만 이 교수는 이번 연구년에도 손에서 연구를 놓지 않고 있었다. 이 교수는 지난달 미국에 다녀왔다.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현지 교수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함이었다. 은퇴가 가까워진 교수지만 학문을 마주하는 자세는 젊은 교수 못지않게 열정이 넘치고 진지했다.
 
공부에 몰두했더니 ‘어느새 교수’…소비자 권익 향상에 목소리 내
 
“죄송스러운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어쩌다보니 교수란 직업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천성이 뭐 하나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해요. 그래서 공부를 놓지 못했어요. 학자의 길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죠. 그래서 석사만 마치면 사회에 나가야지 하며 대학원에 진학했던 게 결국 박사과정도 밟게 됐고 교수에까지 이르게 된 것 같아요”
 
이 교수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밟았다. 순수 국내파로 연구에 빠져 학문에 몰두하다보니 교수 자리까지 오른 그의 경력이 사뭇 눈길을 끌었다. 학문을 대하는 이 교수의 열정과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이 교수는 이번 연구년에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안식을 취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그간 학문과 연구에만 집중해온 나머지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았다. 여전히 그 학문을 손에 놓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많은 것들을 놓치지는 않을 셈이다. ⓒ스카이데일리
 
과거에 비해 학문을 ‘내려놓았다’고 전한 이 교수는 젊은 시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문에 몰두했다. 휴일과 연구년에도 쉬는 법이 없었다.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사회진출의 기회가 적었던 시절, 교수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성으로서 이 교수의 삶은 어느 누구의 일상보다 치열하고 열정적이었다. 은퇴가 가까워진 나이에 접어들어야 비로소 쉴 수 있게 됐다는 이 교수의 말은 그간 그가 감당해온 삶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쉬지 않고 공부하고 일에 집중했어요. 집에서 TV프로그램을 보거나 라디오, 신문을 접하는 게 제가 취할 수 있는 휴식의 전부였죠. 그래서 가정에 다소 소홀했고 자식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이제는 제가 짊어진 짐들을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다른 것들에도 집중해보려 해요”
 
이 교수는 학문을 갈고 닦아온 이유 중 하나로 사회공헌을 꼽았다.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사회를 위해 쓰고 싶었던 건 그가 어린 시절부터 품었던 꿈이다. 소비자학과 교수자리에 오를 정도로 소비자학에 몰두한 이유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소비자학이라는 학문에 몰두하게된 건 이윤추구에 눈이 멀어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는 기업들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해야겠다는 마음에서였죠. 제가 공부할 당시엔 기업과 소비자가 대척점에 있었으니까요. 소비자들이 권익을 찾고 그릇된 소비를 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하지만 오늘날의 기업과 고객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기업의 목표 중 하나가 고객만족이 됐기 때문이죠. 어릴 적 품은 꿈이 다소 흐릿해진 상황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소비자권익을 위해 힘쓰는 것보다 수업을 비롯해 여러 가지 교육이나 행사 등에 제 재능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힘을 쓰고 있어요. 물론 기업이 고객을 속이는 행위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니죠. 이를 바로 잡으려는 제 마음도 여전하고요”
 
시대에 대한 당부…배려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이 교수는 학자이기 전에 교육자다. 제자들을 포함해 지금 세대의 청춘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보다 배려하며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답이다. 의무엔 소홀하고 권리에만 집중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태도가 다소 안타깝다는 생각에서다.
 
“요즘 대학에서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학생들을 어떤 식으로 교육해야 할지에 고민이 많아져요. 대학이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키워내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의 추세는 대학이 학생들을 이끌어가기 보다는 학생들의 입맛에만 맞춰주고 있어요. 이게 과연 올바른 인재를 키워내는 방법인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하죠”
  
▲ 학자이며 교육자인 이 교수는 학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해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이 교수는 자신이 걸어온 삶을 토대로 학생과 청년들을 향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교수가 강조했던 언어는 배려와 책임감이다. ⓒ스카이데일리
 
“물론 이런 말을 하면 소위 말하는 ‘꼰대’ 소리를 듣곤 하지만 사회는 자기 혼자만 존재하는 곳이 아니에요. 남 신경 안 쓰고 자기 자신만 편하게 사는 게 ‘만사 오케이’가 아니라는 거죠. 저는 보다 책임감 있고 타인을 배려하며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인재를 길러내고 싶어요. 그게 교육자로서 제가 맡은 임무니까요. 마사지 전문점에 가서 돈을 지불하고 마사지를 받았는데 마사지사가 성의 없이 마사지를 하면 ‘돈 날렸네’라고 생각하잖아요.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다소 아프게 주무르더라도 학생들이 올바른 교육을 받게 노력하고 싶어요”
 
이 교수는 ‘남학생’에 대한 당부도 전했다. 여성의 몸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에 대한 단상, 결혼 생활의 경험 등에서 녹아난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남성이었다.
 
“요즘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죠. 저도 여성으로써 오랜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요. 결혼을 안 한다는 친구들도 늘고 있고요. 어느 면에서 결혼은 ‘사회적 무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여성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오죠.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요. 하지만 결혼은 다른 형태의 삶에서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을 안겨다줘요. 그래서 젊은 친구들이 결혼을 꼭 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일상이고 연속적이라는 점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직장에서의 일은 퇴근하면 종료되지만 결혼은 그게 아니거든요. 제 집은 항상 그곳에 있고 함께 하는 사람도 같은 자리에 있어요. 집에서 하는 식사·청소·세면 등 모든 행위는 반복되고요. 저는 이 일상의 연속에서 배우자 간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봐요. 여기서 중요한 게 남성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요. 사회적으로 남자가 밥을 혼자 차려먹고 설거지하는 게 굉장히 노력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 반찬이 냉장고에 들어가 있는 건 여전히 여성의 몫이죠. 가사일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함께 한다’는 자세가 필요해요. 결국 결혼에서도 배려와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이 교수가 걸어온 길은 오늘날 그가 가진 철학과 가치관의 토대를 이뤘다. 언어와 함께 나타나는 그의 표정에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이 느껴졌다.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즐거움과 열정이 묻어나던 표정은, 인생을 말할 땐 여성·어머니·교육자로서의 살아온 인생의 무게가 느껴졌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 교수는 지금까지 한 길만을 고집한 자신의 인생에 선물을 주고 싶다고 답하면서도 교육자로서의 자세를 잊지 않았다.
 
“이제는 그동안 놓쳤던 것들에 집중하며 살아보려 해요. 은퇴 후의 인생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고요. 물론 그 전까지는 사회에 부딪쳐도 결코 모자람이 없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데 집중해야죠. 어디 가서 ”인하대학교 학생은 정말 뛰어나다“는 말을 들을 땐 마음이 뿌듯해져요. 앞으로도 이 말을 줄곧 들을 수 있도록 힘내야죠”
 
[강주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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