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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시대가 온다<237>]-반려동물 복지시설 님비현상

반려시설 곳곳서 퇴짜 “필요성 공감, 내 집앞 N0”

사설장묘시설 난립막자는 공공시설 반대…“정부가 갈등조정 나서야”

김진강기자(kjk5608@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1-11 02: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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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장묘시설은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인식된다. 우리나라 전체 반려견은 680만 마리로 추정되는 반면 공식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41곳에 불과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은 동물장묘업체의 납골당 모습(왼쪽)과 화장장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스카이데일리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의 증가에 따라 반려견 놀이터·장묘시설 등 반려동물 관련시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시설조성이 좌초되고 있다. 특히 ‘동물복지시설이 필요하다’는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정작 ‘내 집 앞은 안 된다’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남 김해시는 지난 2년여 간 공공 동물장묘시설 건립사업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를 넘지 못한 채 지난해 포기했다. 김해시는 2017년 민간동물장묘시설 난립에 따른 민원이 급증하자 해결방안의 하나로 공공장묘시설의 건립을 결정했었다. 시설이용료가 저렴한 공공시설을 통해 상대적으로 이용료가 비싼 민간 동물장묘시설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난립을 막아보자는 취지였다.
 
반려견은 680만마리, 장묘시설은 41곳 불과…님비현상 심각
 
지난 2018년 12월 김해시의 A 시의원은 본회의에서 “김해시에 민간 동물장묘시설 5곳이 운영 중이거나 정상영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용료 절대 우위에 있는 공공장묘시설이 건립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민간 장묘시설이 들어설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한 “김해시의 공공 동물장묘시설 건립은 적절한 대응이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건립돼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곧 난관에 봉착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공공장묘시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사업을 추진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 마을 가까이에는 안 된다’는 반대여론의 벽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장묘시설 예정부지는 부지 인근 마을과의 이격거리가 1.5km인데다 마을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이어서 적당하다고 생각했다”며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설득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밝혔다. 
 
결국 공공 동물장묘시설 건립 건은 지난해 김해시 의회에서 부결됐다. 김해시 농축산과 김윤아 주무관은 “동물장묘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사업을 포기했다”며 “현재 포기서를 제출한 상태이고, 올해안에 국비 15억원을 반납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현재 김해시에는 민간 동물장묘시설 4곳이 운영되고 있다. ‘공공 동물장묘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내 집 앞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반려동물복지센터·반려견놀이터 등의 조성사업은 주민들이 반대하면 추진자체가 어렵다. 현재로선 적극적인 주민설득과 인식개선 노력이 최선의 방법이다. 사진은 부산 북구청이 추진 중인 동물복지센터 조감도(위)와 서울 노원구가 추진하다 주민들 반대로 보류된 반려견 놀이터 위치도. [사진=각 지방자치단체]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시스템에 정식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지난 9일 기준 전국 41곳이다. 이중 43.9%(18곳)는 경기도에, 19.5%(8곳)는 경상남도에 집중돼 있다. 동물장묘업체가 전무한 광역시도는 서울·인천·대전·울산·전남·제주 등 5곳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반려견 수가 680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수 반려동물들이 죽은 후 폐기물 처리되는 실정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4곳뿐인 반려견 놀이터를 2023년까지 25곳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1개 구(區)마다 1곳씩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려견 놀이터 조성에 나선 일선 자치구들의 추진상황은 녹록치 않다.
 
서울시 노원구는 지난해 2월 영축산 근린공원 내 6879㎡ 부지에 1억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반려견 놀이터 조성계획을 세웠지만 주민설명회 이후 빗발치는 반대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노원구청 보건위생과 김미 주무관은 “반려견 놀이터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민원이 계속 제기되면서 지난해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다”며 “올해 추진여부는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반려견 놀이터 예정부지는 마을과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주민들은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배설물 악취를 우려했다”며 “반려견 놀이터를 이용하려는 외부인들이 많아지면 영축산 근린공원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는 가양동 궁산근린공원에, 중랑구는 신내동 봉화산근린공원에 반려견 놀이터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하고 서울시에서 받은 예산을 반납했다.  
 
“혐오시설 인식개선·정부 갈등조정 개입이 최선”
 
반면 반려동물 복지시설 필요성에 대해 시민들의 공감도는 높다. 지난 2016년 서울시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92.5%는 “서울시도 외국처럼 동물복지지원시설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60%에 달했다. 동물복지지원시설을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려동물 사육자의 96%가 찬성, 반려동물 비사육자도 91%가 찬성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반려견 놀이터 4곳의 2018년 3월~11월 기준 사용현황을 보면, 747㎡ 규모의 어린이대공원은 반려견 1만912마리, 견주 1만1014명이 반려견 놀이터를 이용했다. △월드컵공원(1638㎡) 2만103마리, 2만4420명 △보라매공원(1300㎡) 3만2565마리, 3만104명 △초안산 근린공원(800㎡) 2만516마리, 2만4106명 등으로 반려견 놀이터 이용정도가 높았다. 견주들의 만족도는 약 95%에 달했다.
 
▲ 펫팸족의 증가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시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시설 조성이 좌초되는 사례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많이 개선된 반면, 내 집 앞에 들어서는 반려동물 관련시설은 혐오시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반려견 놀이터 ⓒ스카이데일리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문화 수준은 점차 높아질 뿐 아니라 동물권과 동물복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반려인들의 수요를 감안해 반려견 놀이터 등 복지시설 건립에 나서는 추세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하지만 반려동물 장례시설은 물론이고 반려견 놀이터까지 혐오시설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인식개선과 갈등조정에 적극 나서는 방법이 현재로선 최선이다”고 지적했다.
 
전북 전주시가 덕진동 연화마을 인근에 추진 중인 반려견 놀이터 조성사업은 2년째 마을주민들의 반대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예정부지 뒤쪽에는 전주 이씨 시조인 이한(李翰)의 묘역인 조경단이 들어서 있다. ‘조선 시조의 왕릉이 있는 곳에 개 놀이터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반대이유다. 전주시 농업기술센터 김민석 주무관은 “아직 사업은 계속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계속 설득 중이다”며 말을 아꼈다.
 
부산 북구청은 동물학대의 온상이었던 구포가축시장을 전국적인 반려동물의 복지공간으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북구청과 구포가축시장 상인회는 지난해 △가축의 전시·도축 중단 △도축판매업 전면 폐업 △상인들 새 상가 수의계약 지원 △생활안정자금 지원을 합의하면서 구포가축시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따라 북구청은 동물학대의 상징으로 인식되던 공간을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존하는 동물복지거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 아래 고양이전문병원, 고양이 카페, 보호·입양센터, 동물관련 자격증 교육실, 주민 커뮤니티룸, 옥상 놀이터 등이 들어서는 동물복지센터 건립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북구 의회 B의원은 “구포가축시장 부지에 동물복지센터 유치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며 “공영주차장과 소공원을 조성하고 야시장을 만들어 젊은 고객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구포가축시장은 주민들에게 더 나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동물복지도 중요하지만 주민복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은 동물복지센터 건립을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기초의원의 반대의견에 구포시장상인들의 반대까지 더해지면서 동물복지센터건립 사업의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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