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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불매운동 국민심판 부르는 박태영 비양심승계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기자(skim@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2-17 00: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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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 편집인
납세(納稅)는 헌법에서 정하는 국민의 기본 의무다.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는 일방적으로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납세는 법치국가에서 국민의 자유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의적·일방적이 아닌 법률에 의해서만 징세할 있도록 만들어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만든 게 납세의 의무다.
 
국민이 낸 세금은 국가 유지, 국민생활 발전 등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세금은 국가와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일종의 ‘동력원(動力源)’인 셈이다. 국민이 납세 의무를 거부감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부분 세금을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일조할 수 있는 ‘최소한’이라고 여긴다.
 
납세를 회피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가 유독 높은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최소한의 역할조차 하지 않으려는 비양심 행위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최근 상속세·증여세와 관련해 다소 과한 부분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도 노골적인 납세 회피 보단 합법적 절차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고치자는 게 국민 정서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주류시장을 주도하는 하이트진로그룹 오너 일가의 행보는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여진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아들이자 후계자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은 경영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노골적인 꼼수 행각을 벌이다 적발돼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심지어 공정위 제재에 반기를 들고 소송을 제기했다가 끝내 패소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박문덕·태영 부자는 상속세 회피를 위해 사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을 택했다. 박 부사장이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서영이엔티는 그룹 일감을 통해 돈을 번 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 지분을 매입했다. 그 결과 서영이엔티는 막대한 지주회사 지분을 소유하게 됐고 자연스레 최대주주인 박 부사장은 하이트진로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됐다. 최대 수혜자인 박 부사장은 이렇다 할 노력은 고사하고 상속·증여세 부담조차 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비정상적인 거래도 있었다. 일부러 거래 중간 단계에 서영이엔티를 집어넣어 이익을 챙겨주는 식이다. 이런 식의 거래가 이뤄질 경우 다른 기업들의 손해가 불가피해진다. 그 중에는 상장기업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 주주피해도 우려된다. 박 부사장 한 사람을 위한 희생으로 치부하기엔 피해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경영승계의 9부 능선을 넘은 박문덕·태영 부자가 정부당국의 제재를 대하는 모습도 참으로 가관이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공정거래법을 수차례 어겼다는 이유로 이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80억원가량의 과징금 납부 명령을 내렸다. 박문덕·태영 부자는 공정위 명령이 부당하다며 사안을 법정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법원은 두 차례나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얼마 전 열린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박 회장이 서영이엔티를 통해 아들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가 10년 동안 서영이엔티에 99억여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파견직원 임금 등 5억여 원을 부담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이트진로 오너 부자의 꼼수 승계는 법원에 의해 두 차례에 걸쳐 입증된 명확한 위법 행위다. 특히 위법 행위를 저지른 배경이 조세 회피에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중대한 피해를 유발한 위법 행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중요한 위치에 있는 한 개인이나 기업의 조세 회피는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국가의 근간인 헌법의 가치마저 뒤흔들만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아쉽게도 현재 하이트진로그룹 오너 부자에게 내려진 공정위와 법원의 처벌은 기업에 국한돼 있다. 이미 이뤄진 거래를 되돌릴 방법도 없다. 이대로라면 납세의 의무를 노골적으로 회피한 박문덕·태영 부자는 최종승자로 남게 된다. 다행히 아직 방법은 남아 있다. 법적으로 원상복귀가 불가능하다면 여론재판을 통해 꼼수승계의 엄중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불매운동은 그 시작이 될 수 있겠다. 그동안 즐겨 찾던 참이슬, 진로, 하이트, 테라 등을 잠시 잊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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