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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우리끼리 분탕치는 사이 서울 경쟁력 ‘후퇴’

헥시트(HK-exit) 현실화…서울 후보 도시 경쟁서 후순위로 밀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7-19 17:30:21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1990년대 중반 한·중·일 3국은 ‘베세토(BeSeTo)’, 즉 3국의 수도를 연결해 동북아 중심 도시 연결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에 합의한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3국 간의 정치적 잡음이 그치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해지고 독자적인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25년이 지난 지금 이 3개 도시의 경쟁력을 비교해 보면 평가가 반전(反轉)된다.
 
도쿄와 베이징은 2020년 하계 및 2022년 동계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면서 디지털 도시로의 변모를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쿄 올림픽 개최가 연기되어 김이 빠지긴 했지만, 대형 이벤트는 도시의 변신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긴 했으나 서울의 변화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2002년 월드컵 개최 이후 서울은 변화를 촉구할만한 유인이 적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요즘 여러 나라를 다녀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서울의 경쟁력이 과거와 비교하면 퇴보하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를 자주 접한다.      
  
도시의 흥망은 정치적 이유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것이 현실에서도 목격된다. 최근 중국 정부의 보안법 발효로 타격을 입고 있는 홍콩이 대표적 사례다. 아시아 금융·무역 허브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1997년 155년 만에 영국이 중국에 홍콩에 대한 주권을 반환한 이후 23년 만에 다시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시 상당수의 홍콩인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으로 보따리를 싸서 빠져나갔다. 이들은 몸만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재산을 처분해 떠났으며, 상대적으로 부유층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합류하였다.
 
당시 캐나다의 밴쿠버라는 도시는 홍콩인들이 몰려들면서‘홍쿠버’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일시적으로 캐나다 경제에 활력을 주기도 했다. 이런 현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번 재미를 본 국가들이 홍콩인들에게 더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중국 정부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지만 내부 단속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하튼 홍콩이 가지고 상징적 의미와 무게감을 실감할 수 있을 듯하다.
 
한편 미국은 중국에 또 하나의 압박 빌미를 확보, 연일 공세를 강화하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동안 향유하던 특혜는 없어지고, 중국 본토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관세·무역·투자·외환 등 8개 부문에 대해 본토와 다른 대우를 해주었던 특혜를 전격 철회했다.
 
중국이 즉각 반발하면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마찰이 더 격화될 조짐이다. 향후 최대의 관심사는 홍콩이 누리던 허브 기능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로 모아진다. 벌써 과거와 같은 지위를 누릴 수 없을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위상이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틈새를 노리고 홍콩의 기능을 대체하면서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국가 혹은 도시들이 물밑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경제적 자유를 잃게 되는 홍콩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가를 두고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도시 경쟁력의 원천인 ‘경제 자유도’에 역주행, 규제와 세금 폭탄 등 자충수 남발
 
소위 말하는 ‘헥시트(HK-exit)’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홍콩 반환 당시와는 다른 형태의 홍콩 탈출 모습이 보인다. 홍콩인만 떠나는 것이 아니고 자금과 기업이 동시에 외부로 이동을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인들의 잦은 반(反)정부 시위에 따른 내부 단속 강화의 방편으로 취해진 조치지만 서구식 자유 홍콩의 가치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마저 등장한다.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까지 메스를 가함으로서 중국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상품·기술·금융에 이어 사람까지 압력의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중국 인사들의 추방에 더해 공산당원과 가족 등 2억7000만 명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홍콩의 위치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향후 사태가 중국 정부의 계산 착오로 끝날지, 아니면 일시적인 해프닝에 그칠지는 시차를 두고 판명이 날 것이다.
 
홍콩을 대신해 아시아 금융 허브 지위를 노리는 주요 도시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도시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측면에서 홍콩과 경쟁을 하고 있는 대표적 도시다. 헤리티지 재단이 매년 발표하고 있는 주요 도시 경제자유지수에서 올해 홍콩을 제치고 1위로 부상했다. 일본의 도쿄도 빠르게 꿈틀거린다. 도쿄의 국제금융도시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프로젝트팀을 가동하고, 외국인 금융 전문인력 유치를 위해 영주권 취득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와 태국의 방콕도 이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이 와중에 ‘NYT(뉴욕타임스)’가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홍콩 지국의 아시아 디지털뉴스 본부 기능을 서울로 이전하겠다고 최종적으로 결정해 눈길을 끈다. 다만 특파원들은 현재와 같이 홍콩 중심으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홍콩을 떠나는 기업들이 가시화되고 있지 않지만, 이번 보안법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 절반 이상의 홍콩 주재 글로벌 기업들이 이전을 본격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급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 안은 너무 안일하고 무지하다. 수도 서울의 수장인 시장은 불미스러운 일로 세상을 등졌다. 그리고 부동산은 각종 규제와 세금 폭탄으로 시장의 기능이 실종되면서 연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경쟁력의 원천은 자유인 데 반해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통제로 주요 도시 간의 허브 경쟁에서 점점 뒷순위로 밀리고 있는 판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수립된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과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진 서울과 부산을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지정했지만 17년째 표류하고 있다.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진입도 2015년 166개에서 2019년 162개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 고작이다. 정치적 슬로건에만 그치면서 지속적인 인프라 개선, 금융 관련 인력 확보 등 세밀한 액션 부재와 경쟁적 글로벌 스탠더드 구축에서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우리끼리 치고받고 분탕을 치는 사이 한국과 서울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서울의 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만 모른 채 허송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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