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 기자]4·7 재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각 후보 간에 공약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론 안팎에선 후보들의 공약을 두고 이행 가능성은 물론 실효성을 검증하는 움직임도 분주해진다. 특히 이번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 사이에서 여러 공약 중 특히 민생과 직결되는 교통개발 공약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교통개발 공약의 경우 유권자의 환심만 산 채 흐지부지된 사례가 특히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대선 앞두고 친여 세력 집회·시위 장소 대대적 리모델링 나선 서울시
지난해 9월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를 공원화하고 동측 도로는 넓히는 내용의 ‘변화되는 광화문광장’ 조성안을 확정했다. 2019년 내놨던 광화문광장 옆 차선을 대폭 줄이고 경복궁 전면에 월대(月臺)를 복원하는 방안이 교통대란 우려 앞에 가로막히자 새로 마련한 절충안이었다.
그러나 수치만 다를 뿐 여전히 현행 12차선이 7차선(주행차로 기준)으로 절반가량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조사한 ‘서울로 7017’ 자료 등에 따르면 공사가 끝났을 때 세종대로 이용량이 감소해 시간당 통행량은 2936대에서 2510대로 14% 가량 감소한다. 가로 구간 평균 통행속도도 최대 27.8㎞/h에서 19.3㎞/h로 30% 가량 크게 줄어들게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9개 시민단체는 지난해 5월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은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전면 재논의를 선언했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데 서울시가 계속 추진하는 건 옳지 않다”며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법적대응까지 예고했지만 서울시는 요지부동이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의 병가 때문에 재구조화를 대신 발표했던 김학진 행정2부시장은 “2019년 9월 이후 전방위로 소통하면서 시민, 지역민 바람을 담은 광장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며 “변화되는 광화문 광장은 서울시가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도록 해서) 생태문명도시로 본격 전환하는 사업이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서 권한대행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가 시작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중지한다면 더 문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경실련 등은 사업 무효화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서 권한대행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올해 5월 완료될 예정이다.
서울시의 완고한 태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광화문광장이 그동안 친여성향 단체들의 주요 시위장소로 활용되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론 조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부 시민단체의 환심을 사서 여권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배정한 서울대 교수는 “누가 원하고 왜 하는지도 모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가 결국 강행되고 있다”며 “5월로 못 박은 완공 일정은 차기 대선을 의식한 과속 주행이다”고 분석했다. 남은경 경실련 국장은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폭주를 막아야 하는데 110석 중 102석을 여당이 차지하고 있다. 행정‧입법 권력이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박원순 추진한 서울시 산하 공사 합병, 당초 기대와 달리 부작용만 수두룩
현재진행형인 포퓰리즘 움직임이 논란이 되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은 과거의 공약들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2017년 5월 서울시는 서울지하철 운영 주체인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를 서울교통공사로 통합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 일자리 창출 등을 기대하면서 중복예산 조정 등을 바탕으로 소요 예산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향후 10년간 2949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듬해 6월 열린 지방선거에서 고 박원순 전 시장은 득표율 52.79%로 김문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23.34%),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19.55%) 등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3선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서울시 전망과 달리 서울교통공사는 오히려 통합 이전보다 더 큰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했던 서울메트로, 5~8호선을 운영했던 서울도시철도공사의 2016년 영업손실액은 각각 3000억~33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는 오히려 증가해 통합 첫해인 2017년부터 53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까지 누적된 영업손실액은 무려 1조9178억원에 달한다. 김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요금 인상으로 적자를 메우려 하는 걸 시민들이 용납할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했다가 슬그머니 파기한 공약도 있다. 시는 2017년 11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나쁨(50㎍/㎥)’을 초과하는 날에 출퇴근 시내버스, 지하철을 무료로 탑승할 수 있게끔 하는 ‘서울형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했지만 2018년 들어 세 차례나 해당 조치가 발령되자 7회 지방선거를 목전에 앞둔 동년 2월 폐지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포퓰리즘의 결말은 ‘공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말 사단법인 미래학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이재우 인하대 자연과학대학장은 “포퓰리즘 득세, 민주주의 쇠퇴는 심각한 재앙을 불러일으킨다”며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신장, 지속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열린 마음으로 토론하는 ‘K-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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