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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칼럼

비트코인과 세금, 그리고 국가의 책임

한원석기자(wshan@skyedialy.com)

기사입력 2021-04-29 00: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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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원석 금융부 차장.
‘세금(稅金)’이라는 말에서 ‘세(稅)’는 곡식을 나타내는 ‘벼 화(禾)’와 ‘바꿀 태(兌)’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한자다. 옛날에 벼를 비롯한 곡식으로 세금을 걷었던 데서 유래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류 역사에서 최초로 세금을 걷은 것은 기원전(B.C) 3000년경 이집트 고왕국 시대라고 한다. 세금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2500년경 수메르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에서 기록된 가장 오래된 조세제도는 중국 주나라의 정전제이다. 일정 면적의 땅을 ‘우물 정(井)’ 모양으로 9등분한 뒤, 그중 한가운데 있는 땅은 공동 경작하고 거기에서 생산된 곡물을 세금으로 나라에 바치도록 했다. 세금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시경’에 고조선이 농토를 정리해서 세금을 매겼다고 나온다.
 
인류 역사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금, 특히 가혹한 징세는 사회 변화의 시발점이었다. 중국 역사상 수많은 왕조를 뒤엎은 민란의 원인도 가혹한 세금이었다. 오죽하면 ‘예기(禮記)’에 호랑이에게 시아버지와 남편, 아들까지 잃은 여인이 우는 것을 본 공자와 제자들이 ‘왜 그 곳을 떠나지 않냐’고 묻자 ‘가혹한 정치가 없다’고 답한 일화에서 나온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이라는 고사성어까지 실렸을까.
 
민주주의의 시초로 평가받는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도 가혹한 세금 덕분에 나온 것이다. 당시 존왕이 국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귀족들에게 세금을 물리려고 하다가 귀족들의 압박으로 작성됐다. 이는 후대에 ‘청교도 혁명’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 프랑스혁명도 루이 16세가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삼부회를 소집한 것이 발단이 됐고,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도 영국의 세금정책에 반발한 보스턴 차 사건이 시초였다.
 
최근 정부가 내년부터 가상화폐와 관련된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하고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팔아 얻은 ‘기타소득’이 연 250만원을 넘으면 20%의 세율로 분리 과세하도록 했다.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보편과세의 원칙을 충실히 실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은 만만치 않다. 반대하는 측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볼지 여부, 즉 ‘가상자산의 제도화’에 대해 결정하지 않은 채 과세부터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내심이 가상화폐를 일종의 ‘사행성 도박’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나온다. 정부가 가상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는데, 기타소득세는 로또 당첨금이나 경마 배당금 등에 매기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의 가상화폐 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급등락을 반복한 것은 사실이다. ‘묻지마 투자’ 광풍이 일면서 코인 버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지금까지 팔짱만 낀 채로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지난 2018년 1차 코인광풍이 분 뒤로 3년이나 흘렀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하루 거래량이 개인투자자의 주식 거래대금보다 5조원이나 많은 시장을 인정하지 않고 감독 사각지대로 두는 것은 당국의 책임방기로 비칠 수 있다.
 
이는 가상화폐거래소 ‘마운트곡스’ 해킹사건을 겪은 일본이 업계가 주도하고 정부가 감독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과 비교된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가상화폐를 정부규제 아래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개인의 선택에 따른 투자에 대한 책임은 100% 투자자 본인의 몫이다. 여기에 국가가 나서서 책임질 여지는 없다. 하지만 일단 세금을 걷겠다는 것은 사실상 제도권 안으로 포섭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과세를 하려면 실체를 인정하는 입법과 함께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한 가상화폐만 거래될 수 있어 투자자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이 있다면 ‘과세 있는 곳에 국가가 책임질 의무도 있다’는 원칙도 성립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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