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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개발 주도 시대의 국가 경영 시스템서 환골탈태해야

공공 부문의 방만·부도덕 극치에 도달

수술대에 올리지 않으면 공멸(共滅)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6-07 10:33:15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겉치레는 선진국이고 행세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 내부의 소프트웨어가 이에 걸맞게 작동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현안은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생겨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분배와 복지에 대한 욕구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넘쳐난다. 정치권은 표심과 단기적인 이해타산에 집착하면서 포퓰리즘을 연일 남발한다. 다음 대선(大選)의 큰 이슈도 일찌감치 퍼 주기식 기본소득 문제로 논쟁이 격렬하다.
 
소위 말하는 ‘한국형 기본소득’이다. 나라 밖에서는 한국을 치켜세우기도 하면서 마치 실험적인 무대가 돼가고 있는 분위기다. 화수분처럼 재정이 충분해 더 많이 나눠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국가 재정 사정이 녹록지 않고, 더 나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재정에 이바지하는 자보다 재정에 기대려고 하는 자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고정적으로 투입되고 있는 재정의 씀씀이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공정과 정의’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40년 전에 나왔던 화두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덩그러니 자리를 잡는다. 한쪽은 결과의 공정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쪽은 과정의 공정을 이야기한다. 공정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자화상이자 참모습이다. 특히 2030 세대들의 공정성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기회가 균등하지 못하고, ‘꼰대’라고 불리는 기성세대들의 불공정한 행위와 철밥통들의 파렴치한 행동들이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뒤를 분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살포하는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서도 급기야 등을 돌리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거니와 결국 부메랑이 돼 자기네들의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라는 인식에 대한 전환이 만들어진 것이다. 갈수록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절망만 차곡차곡 쌓인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섣불리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부작용의 연속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국가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딜레마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은 국가 경영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아직도 낡은 시대의 유물인 국가주도형 경제 발전의 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이 더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경제의 규모나 국민의 질적 수준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마당이다. 하지만 국가 운영 시스템을 보면 남의 꽁무니를 부지런히 따라가기만 하던 시절의 환상에 매몰돼 있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절벽, 지방의 소멸,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쟁 등 전형적인 선진국형 이슈가 봇물 터지듯 터진다. 타성에 빠진 기존 정치권이나 공공 조직으로는 문제에 대한 접근이나 해결책을 기대하는 것은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개미 쳇바퀴 돌 듯이 뒷북이나 치고, 빈 수레가 요란하듯이 칼은 빼 드는데 별로 되는 것이 없다.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국가 개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든 것은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성공하는 정부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도 국민적 불행이자 재앙이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공공 조직이 곳곳에 수두룩한데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기성 정치인은 중차대한 국가 개조에 속수무책, 세대교체로 미래 세대가 직접 나서야
 
자고 일어나면 생겨날 정도로 누적되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나가려면 공정은 기본이고 효율이 담보돼야 한다. 제대로 된 분배나 복지를 하려면 국가 재정 지출의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줄어드는 것은 없고 끝도 없이 늘어나기만 하는 것이 국가 주도 경제의 허실이다. 주변을 보면 국가 돈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무리로 넘쳐난다. 정권이 바뀌면 한자리를 꿰차려는 미자격 인사들이 득실거리고, 이들을 매개로 돈을 긁어내는 관변 시민단체들이 이미 우리 사회의 독버섯이 되었다. 활동은 거의 없는 각종 위원회에 무전취식 하는 거간꾼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말 그대로 복마전이고,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훨씬 더 기승을 부린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파렴치와 부도덕은 이미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에 비하면 늘공(늘 공무원)은 영악하고 치밀하다. 틈만 나면 산하 기관 혹은 단체를 만든다.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고, 전관예우의 먹이사슬로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거대한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어공과 늘공이 짜고 치는 노름판에 국가는 썩어 문드러진다.
 
지구촌 어디를 둘러봐도 이처럼 방만한 국가 경영을 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나라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이에 대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민간단체나 정부 부처의 업종별 산하 기관 혹은 단체를 보면 가히 기형적이다. 특정 업종의 경우 단체 수가 무려 수십 개에 달한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적 배경과 정서를 가진 이웃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 보더라도 우리 공공 부문의 몰염치와 부도덕의 수준이 심히 낯부끄러울 정도다. 하물며 서구 선진국에 관점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중국의 CCPIT(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라는 하나의 기관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려는 국내 관계기관의 수가 넘쳐나 오히려 중국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국무역협회와 유사한 조직인 일본무역회는 직원이 고작 20여 명인 단순 이익단체에 불과하다. 유럽의 고위 정부 인사는 은퇴하면 평범한 노후를 보낸다. 그들에겐 전관예우라는 단어가 아예 사전에 없다. 불공정과 비효율이라는 타성에 마비돼 공룡 집단이 돼버린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다.
 
요즘 정치판에 새로운 정치 실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야당에서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이다. 전체 연령대에서 골고루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성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조리에 대한 반감이 철퇴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 혹은 지진아로 코너에 몰린 2030을 비롯해 노년층의 지지까지 업고 있는 판세다. 이는 집권 여당에도 충격을 주면서 긴장감을 키운다. 아무튼 신선하고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고 현 정부가 취한 각종 조치가 국민을 불안케 하고, 삶의 질을 더 떨어뜨렸다. 하향평준화보다 상향평준화, 즉 이념적 잣대보다는 시장 경제에 기초하는 활력이 솟구치는 국가로 전환돼야 한다. 국가 전반에 공정성과 효율성이 기반이 되면서 공공보다는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구조로 탈바꿈하는 혁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미래 세대들이 직접 국가의 비전이나 청사진을 맡겨보는 것도 선택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제 시작이다. 허물어진 국가 프레임이 새롭게 복원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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