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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백 투 더 퓨쳐’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6-10 00:02:46
 
▲ 한원석 금융부 차장.
지난 1985년 개봉된 ‘백 투 더 퓨쳐(back to the future)’는 시간여행을 다룬 미국의 SF 겸 코미디 영화다.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우연히 브라운 박사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다시 현재로 돌아가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3편까지 만들어지며 흥행과 평론가들의 호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주연을 맡은 마이클 J 폭스는 일약 대스타로 발돋움 하게 된다.
 
최근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다시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을 통해 유승민 전 의원을 저격하며 “2019년 노벨상 수상자인 배너지 교수가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을 향해 “같은 경제학자라는데 노벨상 수상자와 다선 국회의원 중 누구를 믿을까요”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한 경제 전문가다.
 
이에 대해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통인 윤희숙 의원이 이 지사가 배너지 교수의 주장을 정반대로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배너지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다. 알면서 치는 사기인가, 아전인수도 정도껏 하라”고 이 지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논란의 와중에 “주장의 양보다 질에 집중하라”는 한 누리꾼의 비판에 이 지사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이해능력을 더 키워보라”고 답했다.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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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지 교수의 저서와 발언을 살펴보면 무조건적인 기본소득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현물 지급 등 정책 실행 역량이 부족하거나, 선별 지급 대상을 선정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에는 기본소득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는 IT강국으로 양질의 데이터가 누적된 한국에는 기본소득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배너지 교수의 부인이자 그와 같이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에스테르 뒤폴로 교수는 한 발 자국 더 나갔다. 뒤폴로 교수는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크고 발전한 나라들은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보다는 선별적 재정지원(selective financial support)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비판이 몰리자 급기야 이 지사는 “복지후진국에선 복지적 경제정책인 기본소득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이 복지 후진국이라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여권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지난 총선에서 여권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이상이 교수는 “(복지에 들어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25% 수준으로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GDP의 20%다”라며 “5년 이내 OECD 평균 수준의 보편적 복지국가로 간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이 길을 가로막게 된다”고 비판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1996년 OECD에 가입했다. OECD에는 G7에 속하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대부분 선진국에 속하는 나라들이 가입돼 있다. 이 지사의 주장대로라면 OECD에 가입한지 25년이 지난 우리나라는 후진국임에도 가입한 셈이 된다.
 
이재명 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 2위를 다투는 유력한 후보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멀쩡한 나라를 ‘백 투 더 퓨쳐’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차기 대선 지지율에 걸맞는 정치인이라면 연간 최대 수백조원의 재원이 필요해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거나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한 기본소득 도입보다는 다른 현실적인 공약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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