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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물류센터’ 쿠팡 김범석 무책임경영 유감

스카이데일리 칼럼

임현범 기자(hby6609@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6-22 0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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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범 부국장 겸 산업부장
경기도 이천의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자 불과 5시간 만에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쿠팡의 국내 법인 의장·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는 게 김 창업자의 사임 배경이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해도 모자랄 판에 김 의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국내 직책을 벗어던지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해도 굳이 사고가 발생한 당일 발표했어야 했느냐는 게 대다수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책임 경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같은 시각 덕평물류센터에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여전히 화마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인 김동식 소방경이 목숨을 잃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진입했다가 실종된 이후 사고 발생 사흘째였던 19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현장에서 늘 앞장섰던 김 대장은 불길이 갑자기 치솟자 맨 뒤편에서 팀원들을 챙겨 이동하다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화재가 난 덕평물류센터는 쿠팡의 물류센터 중에서도 규모가 큰 메가 센터로 분류된다. 수도권 배송을 주로 하지만 지방 배송 물량도 거쳐가는 허브 센터 중 한 곳이다. 그런 만큼 규모도 크다. 지하 2층~지상 4층에 연면적은 축구장 15개 크기와 맞먹는 12만7178㎡에 달한다. 센터 내부엔 타기 쉬운 의류부터 포장재인 종이 상자, 비닐류 등 인화성 물질이 많아 불길이 확산됐다. 밤샘 진화작업 끝에 이틀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잔불 정리는 닷새째인 21일까지 이어졌다.
 
만반의 대비를 갖췄다 해도 발생할 수 있는 게 화재지만,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못해 싸늘하다. 이미 온라인 SNS 상에선 ‘쿠팡 탈퇴’ 해쉬태그를 단 게시물이 봇물처럼 올라오고 있다. 어느 누가 강제하기도 전에 소비자가 중심이 돼 ‘쿠팡 불매’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의 배경엔 그간 쿠팡에서 꾸준히 되풀이됐던 직원들의 열악한 근로 처우와 근무 환경 등에 이어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왔던 김 창업자의 태도가 자리잡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쿠팡은 직원들의 연이은 사망 사고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로켓배송을 앞세워 쿠팡은 폭풍 성장했지만 그만큼 직원들은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 쿠팡 물류센터와 외주업체 등에서 노동자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쿠팡의 약속은 사실상 헛구호에 그쳤다.
 
심지어 이번에 발생한 화재도 쿠팡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평소에도 화재경보 오작동이 많았다는 게 쿠팡 직원들의 전언이다. 이번 화재가 발생할 당시에도 직원들은 타는 냄새가 난다며 관리자에게 보고했지만, 관리자는 이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무시했다고 한다. 소방 당국도 이번 화재를 조사한 결과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고 밝혔다. 쿠팡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안전불감증이 초래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쿠팡에서 각종 사고가 되풀이될 때마다 김 창업자가 보인 태도도 소비자들의 분노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배송기사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은 뒤 같은 해 12월 공동대표이사직을 던졌다. 공교롭게도 그가 대표에서 물러난 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국회에선 산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다.
 
결국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쿠팡을 지배하는 김 창업자는 내년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노동자가 또 다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도 처벌은 물론 책임에선 벗어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의장직을 사임한 건 책임회피를 위한 꼼수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글로벌 경영을 위해 국내 직책을 모두 벗어던진 김 창업자의 발언이 무색하게도 미국 증시 상장으로 현재 미국 기업이 된 쿠팡은 매출 대부분을 한국에서 벌어들인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국내에서 ‘죽음의 물류센터’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쿠팡이 지금처럼 무책임한 경영 행태로 일관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을 향한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생산성을 좀먹고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쿠팡 만큼은 예외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한국사회를 덮었던 무분별한 반기업 정서가 해소되려는 찰나 김 창업자의 무책임한 경영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 적게는 쿠팡이라는 기업 하나의 문제지만 크게는 기업을 향한 사회정서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쿠팡 화재 참사 이후 소비자들이 해시태그를 내걸고 불매운동에 나서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착한 기업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창업자는 ‘책임경영’이 뭔지 돌이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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