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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특집-사장님들 힘내세요<5>] 고재영 고재영빵집 대표

“헌혈증 모아 소중한 생명 살리는 착한 동네빵집이죠”

헌혈증 가져온 손님에게 식빵 선물…헌혈증은 조건 없이 기부

기사입력 2021-09-20 12:30:00

▲ 고재영 대표는 2007년 이곳에 들어선 뒤 약 15년 째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빵을 만들고 있는 고 대표의 모습.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 한 아파트단지 근처에 6평 남짓 조그마한 빵집이 있다. 언뜻 보면 여느 동네빵집과 달라 보이지 않지만 조금 특별한 손님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여기는 사랑을 굽고 행복을 나누는 ‘고재영빵집’이다. 고재영 대표(52)는 2007년 이곳에 들어선 뒤 약 15년째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며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고 대표는 ‘웰빙(well-being)’을 주제로 몸에 좋은 재료를 써서 건강한 빵을 만들고 있다. 전국 농민들로부터 직접 공급받은 현미미강, 해바라기씨 등 6가지 잡곡을 쓰고 설탕을 최대한 줄여 담백한 맛의 빵을 만들어낸다. 고재영빵집의 모토는 ‘입 안의 즐거움과 몸 안의 이로움을 추구하는 빵집’이다.
 
“제가 빵을 정말 좋아해서요. 빵을 만들 때 ‘내가 먹을 빵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해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좋은 재료들을 공급받고 이를 바탕으로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들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죠.”
 
또한 조그마한 빵 하나로 행복을 나누며 생명을 살리는 징검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헌혈증을 가져오는 손님에게 식빵을 선물하고 그렇게 모은 헌혈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보내고 있다. 백혈병을 앓던 지인의 자녀를 돕고자 빵집을 개업할 때부터 헌혈증 수집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3000여장을 모으고 전달해 소중한 생명들을 여럿 구했다.
 
“지인의 자제 분이 백혈병 환자여서 헌혈증이 많이 필요한 상태였어요.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개별적으로는 10장 이상 모으기 쉽지 않더군요. 헌혈증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심했죠. 마침 그 시기에 창업을 시작했어요. 빵집을 운영하며 헌혈증을 모아서 필요한 사람들한테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죠.”
 
“헌혈증을 그냥 달라고 하면 주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빵집에서 가장 보편적인 식빵을 주고 헌혈증을 받고자 했죠. 지금까지 15년 동안 한 3000장 모은 것 같아요. 필요한 사람들이 가게로 찾아오거나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면 그때그때 헌혈증을 전달을 해요. 없으면 헌혈증을 모으는 다른 가게에게 연락해서 헌혈증 보내달라고 요청하죠.”
 
고 대표는 15년 간 헌혈증 기부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활동을 하며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많았다고 전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헌혈증을 받은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고 완쾌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다.
 
“몇 년 전에 인천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의 선생님이 연락을 하셨어요. 제자 한명이 몸이 아파 학교에서 단체로 헌혈증을 모으고 있는데 부족할 것 같아 도와달라는 얘기였죠. 선생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연을 주변 사람들에게 공유했어요. 제가 보유하고 있는 것과 지인들이 보낸 준 여러 장의 헌혈증을 합쳐 선생님에게 보내드렸죠.”
 
“어느 날 선생님들이랑 학생들이 가게로 찾아와서 남은 헌혈증을 제게 전달해줬어요. 몸이 아팠던 학생은 완쾌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기뻤어요. 그 선생님은 정년퇴직을 하시고 경북 김천으로 이사 가셨는데 가끔 이쪽으로 올라오실 때면 항상 여기 들렀다가 가세요. 저희 가게 단골손님이 되셨죠.”
 
▲ 고 대표는 헌혈증을 가져오는 손님에게 식빵을 선물하고 그렇게 모은 헌혈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보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그는 헌혈증 기부 이외에도 ‘미리내가게’를 운영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고재영빵집은 군포시 미리내가게 1호점이다. ‘미리내가게’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손님이 미리 값을 치르는 새로운 기부 방식이다. 예컨대 손님이 앙금빵을 두 개 값을 내면 하나만 가져가고 나머지 하나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 위해 내놓고 가는 것이다.
 
“나누는 건 특별한 마음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미리내가게’ 취지가 바로 그것이죠. 앙금빵 1000원짜리로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요. 큰 금액만 생각하니까 기부 활동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이죠. 아직까지 ‘미리내’는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적어요. 한 달에 한 번씩 모아진 빵을 지역 복지관에 전달하죠.”
 
다만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 어려움을 피할 순 없었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어 자연스레 판매매출도 예년과 비교해 30% 이상 감소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플랫폼을 이용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행사마저 멈추면서 학교나 기관에 공급하던 간식 물량도 전무한 상태다.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고재영빵집을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고 대표는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시민과 따듯한 정을 나누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고 대표의 목소리는 삭막한 시대에 커다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윤승준 기자 / sky_sjyoon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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