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토양오염… “감당 가능한 수준 넘어서”
‘토양오염’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물질이 땅에 스며들면서 생겨난다. 토양오염의 경우 다른 환경오염과 달리 한 번 오염되면 복구하기가 매우 힘든 것으로 알려진다. 또 불규칙하게 전파돼 만성적인 피해를 유발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토양오염의 주된 원인은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 폐기물과 가정에서 발생되는 생활 폐기물 등이다. 이외에 대기 오염 물질의 낙하, 수질오염 성분의 침투 등도 토양오염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발생하는 폐기물량은 2009년 35만7861t에서 2019년 49만7238t으로 급증했다. 전체 폐기물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폐기물은 건설폐기물(44.5%)이다. 이어 △사업장 배출시설계 폐기물(40.7%) △생활폐기물(11.7%) 등의 순이었다.
생활폐기물과 건출물폐기물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생활폐기물은 2017년 41만4626t이었지만 2019년에는 48만1682t으로 늘었다. 건출물폐기물의 경우 2017년 19만6262t이었지만 2019년에 22만1102t으로 증가했다.
폐기물 처리 방법은 토양에 매립하는 것이지만 이미 매립지는 포화 상태다. 생활폐기물 매립지는 절반 이상(55.8%)이 2030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고 사업장 폐기물 매립지는 이미 전체 수용량의 77.6%가 차 있다. 약 4년 이내 가득 찰 것으로 전망된다.
토양에 매립되는 폐기물이 많아질수록 중금속과 그밖의 유독 물질은 분해되지 않는다. 유독물질은 인근 식물들에게 흡수되고 해당 식물을 먹는 다른 생물들에게 옮겨지게 돼 생물 농축 현상이 나타난다. 또, 토양 속 유독 성분은 여러 가지 유익한 미생물을 죽게 해 토양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며 생물 군집에 근본적인 파괴를 일으킨다.
농약으로 인한 토양오염도 심각하다. 토양에 살포된 농약에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농약은 오랜 기간 토양에 잔류한다. 이 농약들은 많은 종류의 토양 세균을 죽이므로 성분 등 토양 생태계에 이상을 초래한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토양오염… 더 이상의 악화 막아야
토양오염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벌써부터 일상 곳곳에서 토양오염에 대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며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토양오염 피해지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재개발 현장이다. 이곳은 건설·생활폐기물 등으로 인해 악취·해충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건설·생활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마스크를 썼음에도 악취가 코끝을 찔러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장위동 토박이인 김선옥 씨(58·여)는 “폐기물을 매립하면 나오는 침출수로 토양오염이 심히 우려된다. 장위동은 조선시대부터 줄곧 농민들이 살아와 벼농사, 조, 수수, 고추 등의 작물이 재배되곤 했다.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돼 씁쓸하다”며 “특히 사람들이 내다버린 각종 생활쓰레기로 비가 오면 악취가 심해져 주변을 지나다니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기, 수질오염 등에 대한 경각심은 있었지만 토양오염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내가 토양오염 피해를 겪어보니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쓰레기들로 인해 생긴다고 하니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위동에 사는 김우빈 씨(28·남)는 “특히 장위10구역 재개발 지역은 건설·생활폐기물로 인해 토양오염문제가 심각하다”며 “장위10구역 조합 측에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이야기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지만 이미 오염된 토양이 회복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독 물질로 인해 토양이 오염된 곳도 있다.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 골재야적장이 대표적이다. 망월동 골재야적장은 1998년 한 업체가 국유지를 임대해 야적장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이 업체가 2012년에 폐업한 뒤 남은 폐골재가 9년 넘게 그대로 방치돼 있다. 폐골재 상당수가 불소에 오염돼 있어 반출 처리 후 토양 정화까지 필요한 상태다.
하남시에 따르면 골재야적장의 불소오염 부피는 12만4941㎥다. 토양세척법에 의한 정화비용에만 약 42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시는 해당 토지에 대한 오염 논란이 제기된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토지 및 지하수 오염에 대해 점검한 결과 토지에서의 불소 수치는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
미사동 주민 김구미 씨(55·여)는 “골재와 석재를 가공하고 남은 폐기물, 이른바 ‘무기성오니’가 이곳을 뒤덮고 있다. ‘무기성오니’는 경작에 부적합해 농지로도 사용할 수 없다. 토양오염이 그야말로 정말 심각하다”며 “이로 인해 10여년 전 토양, 대기는 물론 한강 상수원을 오염시켜 한강유역 환경청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환경오염 피해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겪어보니 정말 심각하다라는 것을 느꼈다”며 “특히 토양오염의 경우 우리 생활로 인해 야기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망월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하남 유아숲체험원과 바로 붙어있는 곳으로 인근에는 한강변과 하남 나무고아원이 있어 주민들이 산책하는 곳이다. 공해물질을 들이마시며 산책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며 “지금은 막아 놓았지만 예전에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쓰레기와 폐골재가 쌓여 있고 나무와 잡초로 뒤덮여 마치 동산처럼 보인다. 단순 쓰레기가 아닌 산업폐기물이라 과연 탈바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양오염의 경우 한 번 오염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상생활에서도 토양오염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우용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폐기물 관리가 여전히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곳이 많고 농촌과 오지 등 토양오염이 심각한 곳이 많다. 토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발생원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아울러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인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강화해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환경연구소 관계자는 “토양은 한번 오염되면 복원하기가 쉽지 않고 복원하더라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토양오염 방지의 최선은 토양을 오염시키는 폐기물과 유독물질의 발생을 줄이고 발생하는 오염물질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토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폐기물의 재활용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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