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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톡톡 클래식

‘오징어 게임’, 클래식에 반하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0-07 09:45:21

 
▲이지영 피아니스트·음악학박사
참가자들이 기상, 이동, 게임 끝났을 때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장면과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푸른 도나우 왈츠 등 찰떡궁합
클래식은 드라마의 일부로 극중인물과 상황 시너지하는 효과
보는 이에게도 치유-최면-마취제로 클래식이 몰입도 올려줘
 
한국 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징어 게임’. 어릴 적 친구들과 하던 추억의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공포로 바뀌는 순간 흘러나오는 재즈음악 ‘Fly to the Moon’. 처절한 죽음의 순간에 흐르는 음악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장면 자체에 대한 끔찍한 충격은 음악의 선율이 겹겹이 덜어주었다.
 
바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 트럼펫의 팡파르 소리와 함께 게임에 참여한 456명의 참가자들을 깨운다. 잠에서 깬 참가자들은 음악에 맞춰 중앙으로 걸어 나온다. 낯설지만 희망적인 발걸음이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과 찰떡궁합이다, 라고 안심하는 사이에 붉은색 옷을 입고 △ □ ○가면을 쓴 병정들이 모니터로 사람들을 감시하는 다음 장면을 보여준다. 불안해진다. 주인공 성기훈(배우 이정재 역, 456번)이 1번 참가자 할아버지와 지극히 평범한 대화를 나눌 때까지도 하이든의 음악은 계속된다. 할아버지가 뇌종양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경쾌했던 트럼펫 연주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배우의 표정과 말에 집중된다. 더 불안해진다.
 
트럼펫 협주곡은 1796년 하이든이 64살에 작곡한 곡이다. 음악가로서 최정상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영국에서의 생활을 접고 자신을 30여년간 후원하던 에스테르하지 가문으로 돌아와서 악단을 재건하던 시절이다. 당대 최고의 빈 궁중 트럼펫 주자인 안톤 바이딩거에게 헌정되었고, 그가 초연하였다. 이 곡은 트럼펫이라는 악기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긴 관으로만 되어있어 음역에 제한적이었던 트럼펫을 클래식 음악 악기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협주곡(콘체르토, concerto)이라는 말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같은 독주악기가 오케스트라나 소규모 앙상블과 함께 연주하는 악곡 형식을 말한다. 중세 라틴어 ‘콘체르타레(concertare)’라는 말에서 유래하며 ‘경합하다’, ‘함께 참여하다’라는 뜻이다. 독주악기가 기량을 뽐내기도 하지만 오케스트라와 하나로 합쳐져 합주를 하는 것이 협주곡이다. ‘오징어 게임’에서 달고나 뽑기 게임처럼 한 사람의 기량이 뛰어나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줄다리기처럼 팀의 역량에 승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주는 음악사적 위치와 ‘협주곡(concerto)’ 자체가 주는 장르의 의미까지 계획된 것이라면 소름 끼치도록 완벽한 구상이 아닐 수 없다.
 
▲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스마일’이라 외치는 사진기 앞에 증명사진을 찍는 참가자들의 표정과 함께 나오는 곡은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도나우는 독일식 발음)다. 게임을 하러 갈 때 지나가는 형형색색의 계단식 통로가 보일 때도 이 곡이 나온다.
 
우리에게 ‘푸른 다뉴브 강의 왈츠’로 좀 더 익숙한 이 곡은 1866년 오스트리아-프로이센 전쟁에서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에 패배하면서 침울해진 분위기를 고양시키기 위해 작곡됐다. 원곡인 합창곡보다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되면서 더 많은 인기를 누렸고 지금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승리 아니면 죽음이라는 전쟁과도 같은 게임을 참가하러 갈 때 이 곡의 역사적 배경처럼 불안하고 우울해진 사람들의 심리를 고양시키겠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닐까. 경쾌한 3박자의 왈츠는 알록달록 밝은 색으로 칠해진 계단통로와 잘 어울린다. 게임 참가자의 마음과는 정반대의 음악이 흐름으로써 그들의 무겁고 공포스러운 심경을 덜어준다. 게임마다 이 통로를 지나야 하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시청자의 몫이다.
 
 
‘오징어 게임’ 속 클래식은 시나리오 안에 존재한다. 게임 참가자들이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할 때, 잠을 깰 때, 게임이 끝났을 때 실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드라마의 일부다. 클래식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뇌파를 떨어뜨리게 한다는 아주 보편적인 상식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것 같다. 생사를 판가름하는 잔혹한 게임이 될지라도 게임을 시작하기 전과 끝난 후 그들이 듣는 음악은 왈츠다. 하이든, 스트라우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극 중 배우들에게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찬양하는 시간이고 죽음의 공포를 떨쳐낼 수 있는 최면이고 극단의 상황을 눈치 못 채게 한 마취였다. 세계가 ‘오징어 게임’의 최면에 빠져 있다. ‘오징어 게임’ 속 클래식에 반해보자. 극단의 상황에 반하는(반대되는) 클래식 음악을 들어 보자.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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