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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의 문화방담(放談)

절반의 성공을 거둔 ‘아시아아트쇼’의 과제

팬데믹 속 기록적 인파와 매출 성과로 가능성 보여줘

역동적이고 섬세한 미술시장 메커니즘의 흡수력 필요

궁여지책 섞임보다 아시아미술 비전과 청사진 제시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2-24 11:20:03

 
▲이재언 미술평론가
 최근 미술시장이 뜨겁다. 보통 대부분의 아이템별 시장은 일반 경제상황의 흐름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미술도 일반적인 실물경제 동향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만, 반드시 쌍곡선을 이루지는 않는 것 같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수도 없이 많은 기업들이 도산했지만 의외로 미술시장은 호황이었다. 1990년대 말 당시 사회상황은 암담했지만, IT(정보기술)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젊은 벤처 창업자들이 많은 작품들을 사들였다. 물론 높은 금리의 혜택을 본 금융자산가들이나 부동산 부호들 역시 작품 구입 대열에 합류했다. 사회에 어떤 충격파가 닥칠 때, 경제적으로 흥망과 명암이 엇갈리는 경우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는 때였다.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상황도 20여 년 전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상당수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비용 증가와 영업 부진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팬데믹 덕에 호황을 누리는 곳도 적지 않은데, 미술도 그중의 하나이다. 전반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명품이나 사치품 등에 대한 보복소비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술계가 그 수혜자라는 것은 좀 의아하다. 대체로 미술작품 컬렉터들이 개인의 경우 30, 40대이라는 점이 과거 IMF 때와 비슷한 것 같다. 이는 팬데믹의 특수 효과를 거둔 기업가들이라기보다는 세계적으로 IT, 특히 메타버스 관련 업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환경과 문화 관련 산업들의 급성장에 편승한 자산가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 보아야 할 것 같다. 물론 최근 중산층들의 소득 증가와 맞물려 문화 향유 욕구가 확대되고 있음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시장 장면 [사진=필자제공]
 
이러한 시장 과열 현상이 가장 잘 나타나고 있는 곳이 아트페어이다. 지난달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1회 아시아아트쇼’(11월 18~21일, 컨벤시아)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총 관람자가 4만9000명, 출품작 5000여점 가운데 1700여 점의 판매, 총 판매액이 70억원을 조금 상회한다는 주최 측 자료를 보면 외형적으로 뜨거운 시장의 열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억원에 이르는 브루노 카탈라노의 ʻ여행자ʼ 브론즈상이 팔린 것이나, 국내작가 조덕래의 ʻ대지의 기억-고릴라ʼ(8000만원), 정의지의 ʻQUERENCIA-당신의 안식을 위하여-누ʼ(5000만원) 등이 팔린 것을 보면 소위 적지 않은 큰손들이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트페어가 롱런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매출이 말해준다. 이 정도의 실적이면 다음해 더 많은 갤러리나 작가들이 참여 의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브루노 카탈라노, 커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이나 미국의 갤러리들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여기는 도시가 도쿄,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서울 정도였다. 그 가운데 상하이와 홍콩은 중국 내 정세 때문에 멀어지고 있으며, 도쿄는 구매력이 지나치게 낮아 제외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싱가포르와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바젤 홍콩이 다른 도시로 옮기고자 검토를 하고 있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는 것과 함께 인천이나 부산도 후보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아트쇼 개최는 의미가 있다. MICE 산업의 최적지로 부상하고 있는 인천 송도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쾌적한 스마트시티의 여건을 갖추었다는 것은 아트페어가 단순 매매 시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지역 관광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접한 입지가 해외 구매자들과 관광객들을 유치하기에도 좋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 카드는 아직 활용하지도 않은 상태다.
 
▲장사진을 이룬 관람객 모습
  
여러 가지 여건들이 ‘아시아아트쇼’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출품작들에 대해서 보다 엄격한 퀄리티 관리를 해야 한다. 출품작이 5000여점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있지만 프로작가의 것이라 하기에는 함량이 떨어져 보이는 작품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이 사실을 상당수 관계자들이 지적하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외 수많은 아트페어들이 초기에 첫 단추를 잘못 꿰어 롱런하지 못한 사례들이 너무도 많다. 퀄리티를 개선하지 않고는 결코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 출품작가 김결수의 <노동과 효과>
 
또한 국내외 메이저 갤러리들이 우리 미술시장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유수의 명문갤러리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컬렉터들이 선호하는 대부분의 작가군을 이들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 갤러리들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와 역량, 경륜 등을 흡수해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해외의 명문 갤러리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도 이 포석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큰손 컬렉터들이 움직이도록 하는 동기가 그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명문 갤러리들이 뿌리는 초대권이나 VIP 카드는 주최 측에서 뿌리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 우리 미술시장만이 아니라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큰손들을 움직이게 하는 그들의 역량과 효과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출품작가 안순옥의 <아침3>.
  
주최 측은 ‘아시아아트쇼’가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의 절충형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갤러리 중심의 부스 판매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작가들을 선정하여 부스를 채운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실제로 개별 작가들의 라인업이 급조된 티가 역력해 보였다. 유수의 아트페어를 누비며 마케팅을 해온 시장의 베테랑들 눈에 이런 섞임이 긍정적으로 혹은 전향적으로 비칠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차라리 판매되지 않은 부스의 경우는 과감하게 K-Art의 쇼케이스로 승화시키거나, 혹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를 천명하는 과감한 청사진 아래 기획 코너를 획기적으로 마련하는 기획력이 아쉬웠다. 이번의 외형적 결과는 분명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고무적이다. 하지만 성공에 도취되어 있기에는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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