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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정석<23>]-스톱옵션의 명과 암

‘카카오페이 논란’에 도마 위 오른 스톡옵션 제도

경영진 스톡옵션 행사에 주가 급락… ‘도덕적 해이’ 논란 휩싸여

대량 매물에 주주가치 희석 우려… 뿔난 투자자 비판에 대표 사퇴

제2의 카카오페이 막는다… 팔 걷어붙인 정치권과 금융당국

기사입력 2022-01-25 15:43:21

 
▲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가 주가가 급락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일부 경영진이 사퇴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스톡옵션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행사했다가 주가가 급락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페이 주주들을 비롯한 뿔난 개미투자자들의 강한 비판에 결국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일부 경영진이 사퇴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스톡옵션 행사가 자칫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스톡옵션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 스톡옵션 행사 후 카카오페이 한 때 절반 수준 하락
 
지난해 12월10일 류영준 대표를 비롯해 차기 대표로 내정된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 이지홍 브랜드총괄 부사장,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 전현성 경영지원실장, 이승효 서비스총괄 부사장 등 카카오페이 임원 8명은 스톡옵션으로 받은 44만993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해 87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 주식을 매도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에 편입되는 날이었다. 편입 기대감으로 전날(9일) 카카오페이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500원(3.22%) 상승한 20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카카오페이 주가는 1만2500원(6.0%)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회사 사정을 잘 아는 경영진이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는 점을 앞으로 주가 상승이 힘들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후 주가는 최근 장중 한 때 12만6500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는 52주 최고가(24만8500원) 대비 49.1%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2월3일 상장된 이후 꾸준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첫날 시초가로 공모가 9만원의 두 배인 18만원을 기록한 이래 한 때 24만8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스피200 특례편입 확정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1월25일에는 주가가 3만3500원(18.31%) 급등하기도 했다.
 
‘먹튀 논란’으로 인해 개미투자자를 비롯한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이달 4일 신원근 대표 내정자는 간담회를 열고 사과 입장과 함께 임기 내 보유 주식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과를 했음에도 비판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20일 류영준 대표와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은 이른 시일 내에 사퇴하기로 했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주식을 대량 매각한 임원 8명은 최근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AC)에 사퇴 의사를 표했다. CAC는 류 대표를 포함한 3명의 사의는 받아들였지만, 신 대표 내정자를 포함한 5명은 회사에 남아 상황을 수습하고 앞으로 재신임을 받도록 권고했다. 회사에 남는 5명의 경영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자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수익 전액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고, 대표로 선임되는 경우 임기 동안에 매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미투자자들은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했을 때보다 주가가 30%가량 떨어진 상황이라 오히려 ‘저점매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정치권, 스톡옵션 제도 개편에 팔 걷어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스톡옵션 논란으로 결국 사퇴하기로 했다. [사진=카카오페이 제공]
    
스톡옵션 제도란 회사가 주식을 발행할 당시 가격으로 임직원에게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다. 장래에 사업이 성공했을 경우에 주식을 액면가 또는 시세보다 훨씬 낮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미리 주는 것으로 일종의 임직원 포상에 해당한다. 주로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이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 스톡옵션이 도입된 것은 외환 위기 직전인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장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세풍이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외환 위기 이후 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목돈을 만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톡옵션 붐이 일어났다. 특히 1998년 당시 김정태 주택은행장(이후 초대 국민은행장)이 월급을 1원만 받는 대신 40만주의 스톡옵션을 요구하면서 유명해졌다. 김 행장은 이를 행사해 140억원대의 차익을 올려 이 중 절반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톡옵션은 2009년에 다시 화제가 됐다. 당시 금융당국이 과도한 스톡옵션을 남발했다며 4대 금융지주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에 기존 직원의 임금을 2년 연속 동결하고, 신입직원의 초임을 20%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뤄져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결과 금융지주는 스톡옵션 대신 ‘장기성과급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4년간 경쟁사 대비 주가상승률, 영업순이익 및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달성률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2017년 말부터 성과급의 40%를 3년 이상에 걸쳐 나눠 받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단기 성과에 따라 거액의 성과급을 받을 경우 눈앞의 실적 쌓기에 급급하게 돼 결과적으로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빅테크와 금융사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경쟁 여건이 불균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열린 핀테크 업계와의 간담회를 마친 후 “이에 대해서는 좀 더 맞춤형 감독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를 수긍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보면 소위 동일 기능에 대한 동일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된 제도들의 정합성을 만들어나가는데 좀 더 중점을 두고 정책적·감독적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앞서 신년사에서도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에 불균형적인 경쟁여건은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26일 주요 빅테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날 정 원장은 빅테크 대표들에게 스톡옵션 부여 조건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특정인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도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일정기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손뼉을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선을 앞둔 정치권도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스톡옵션 행사기간을 규정하는 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후보는 “기관 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우리사주 보호예수처럼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면서 “자사주 매각 시 가격, 일자 등을 사전공시 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 소액주주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지난달 27일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 또는 테마주 등의 이유로 단기간에 급등한 주식을 경영진이 대량으로 일시에 매도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내부자 지분 매도 제한’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허용된 장내 매도의 기간과 한도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다.
 

 [한원석 기자 / wsha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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