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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시절 공약으로 내건 ‘주식양도소득세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찬성론자들은 국내 증시에 ‘큰 손’ 투자자를 유입해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데 주력한다. 반대 입장에서는 소수에게만 특혜를 주는 ‘부자 감세’라며 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 또는 근로·사업소득 간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는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주식양도세 폐지가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 세법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다시 법을 뜯어고쳐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수의 과반 이상을 차지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폐지 보다 보유 기간에 따라 세율을 차등화하는 식으로 여야간 합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큰 손’ 투자자, 세금 부담 줄어 韓증시 유입 가능성 ↑
주식양도소득세는 주식 등에 대한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때 생기는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과세 대상은 대주주로 개인투자자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대주주 범위는 유가증권시장 기준 특정 종목의 지분율을 1%(코스닥시장의 경우 지분율 2%) 이상 갖고 있거나 종목별로 시가총액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경우다.
정부는 소득세법을 개정해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하면서 내년 1월 1일부터 주식, 펀드 등 금융상품을 통해 얻은 모든 소득에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과세 대상을 대주주에서 고소득 개인투자자로 확대한다는 얘기다. 수익 5000만원까지만 비과세되고 5000만~3억원 20%, 3억원 초과분은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를 전면 백지화한다는 방침이다. 주식시장에 대규모 자금 투자를 활성화해야 개인투자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주식을 양도할 때 0.08%(코스닥 0.23%)의 증권거래세를 이미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양도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증권업계는 윤 당선인의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을 반기고 있다. 주식양도소득세를 폐지하면 세금 부담을 느꼈던 전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가치 보호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코스피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8.4%, 7.1%이다. 여기에 해외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율(22%)을 반영하면 S&P500 수익률은 4.6%로 떨어진다. 즉, 주식양도소득세를 폐지하면 해외보다 국내 주식시장의 실질수익률이 더욱 높아져 코스피·코스닥 투자 유인이 커진다는 얘기다. 또한 양도소득세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이른바 ‘양도세 회피 물량 털기’ 현상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주식양도세 폐지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선진국에 진입해 공정한 주식시장을 형성했다면 크게 문제없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신흥국 수준이어서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후진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고 아시아지역을 둘러봐도 일본을 빼놓고는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한 나라가 한 군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대표는 이어 “내년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최고 세율 27.5%를 매기기 때문에 미국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이탈하는 자산가들이 늘어나 우리 증시에 먹구름으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증시의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주식양도소득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구적으로 주식양도소득세는 과세돼야 하지만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여러 가지 불안정성이 내재되고 주가도 떨어지면서 외국자본이 일시에 자금을 유출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단기적으로 ‘주식양도소득세 폐지’라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부자들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하지만 대주주들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주식을 마음대로 팔지 못하므로 그렇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 어긋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주식양도소득세가 폐지되더라도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메리트로 작용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소수 대주주에만 혜택을 주는 사실상의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들린다. 기획재정부(기재부)에 따르면 5000만원 공제를 적용할 경우 과세 대상은 전체 주식투자자 가운데 상위 2.5%(약 15만명)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시장 평균 수익률을 평균 10%라고 가정하면 최소 5억원을 투자해야 과세 대상이 된다. 상위 2.5%를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소수 대주주가 주식양도소득세 대부분을 부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17~2020년 주식양도소득세 100분위’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양도소득세는 연평균 3조4706억원으로 집계됐다. 분위별로 상위 0.1%가 1조3044억원(37.6%)을, 상위 1%가 2조4592억원(70.8%)을, 상위 10%가 3조2938억원(95.0%)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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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임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과세 형평성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근로·사업소득, 부동산 양도소득 등 다른 소득세와 비교해 금융투자소득에만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도 어긋난다. 또한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조세제도와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근로·사업·임대소득 등에 대해 세금을 다 걷는 상황에서 주식양도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야 한다”며 “같은 소득이면 세금이 같아야 되는데 부동산은 중과세, 근로소득은 정상과세, 주식양도소득세는 비과세하는 것은 조세의 형평성을 깨는 것이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특히 대주주 또는 대규모 자산가에게 비과세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논리는 동의하기 힘들다"면서 "자산가들이 양도세가 무서워서 주식을 안 하는 게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부자일수록 위험투자에 대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주로 채권투자를 하는데 양도세만 폐지하면 주가가 많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며 “항구적으로 우리 주식시장 체질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고 세입을 확충해야 할 때 자산가 계층한테 과도한 감면을 주는 것은 세수 확보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점을 두루 감안할때 공약을 이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식양도소득세를 폐지하려면 세법을 고쳐야 하는데 국회 과반 의석(172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시행 시기, 과세 범위, 공제한도, 과세표준, 세율 등 주요 내용을 이미 법률에 명시해 시행령(대통령령)을 통해 변경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도 선거 과정에서 주식양도소득세에 대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기에 향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주식양도소득세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양도소득세 폐지는 과세 선진화의 당위성 측면에서도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의 우선순위가 주식보다는 부동산 관련 법안(임대차3법, 종합부동산세 등)에 있을 것으로 보여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많지 않으며, 결국 정치권의 전격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진 연구원은 또한 “예정대로 2023년부터 거래세와 양도세가 동시에 부과될 경우 개인투자자의 신규자금 유입과 증시 활동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하면서 "일본의 경우 거래세와 양도세가 병존하는 구간에서 시가총액 회전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 자산관리 차원에서 절세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제도적으로는 장기보유에 대한 인센티브(양도세율 인하) 방안 등 보완조치를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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