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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법적 시시비비
이동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23 09:53:06
▲ 이동호 변호사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 용산으로 이전 계획 발표
민주당, 인수위 권한 넘는 결정이라며 법적 시비
인수위법 문헌상 인수위 권한이란 해석도 가능
인수위원회법, 노무현 당선인 때 여야 합의 통과
이번에는 민주당의 법적 시비 자제가 정치 도리
대통령도 먼저 나서 당선인과 협의해주길 기대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새 대통령의 임기는 두 달 후에 시작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전ㆍ현직 대통령 간에 원만한 인수ㆍ인계를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는 것이 가동되어야 하며 이는 18일 출범했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은 인수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기존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용산의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원래는 광화문으로의 이전을 공약했지만 검토 결과 국방부 청사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용산 국방부로의 이전이 유력하다는 것은 이미 보도되었고 아직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 중요한 결정을 국민 의견 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결정하느냐부터 국방부 이전으로 인한 안보 공백, 민생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민주당의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원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이 공약을 실천하지 못했던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임 대통령 탄핵에 의한 궐위로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개시되다 보니 집무실 이전보다는 장기간의 국정 공백을 메꾸는 것이 훨씬 시급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에 광화문이건 어디건 집무실 이전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점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현실적인 제약만 들어 계속 반대할 경우에는 자칫 대선 패배 분풀이냐는 비난이 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이 당선인의 이전 발표 후부터는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임기가 개시되지 않은 당선인 신분으로는 국가안보 시설 등의 이동 배치까지 수반하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당선인 측은 입장은 인수위원회의 권한은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이라고 넓게 규정되어 있으므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그에 따른 부처 이동도 업무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호사인 필자는 관련 법률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찾아봤다.
 
관련 법률의 정식 명칭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인수위원회법’)이다. 2003년 2월4일 제정된 것으로 나오는데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이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취임에 앞서 대통령 당선인의 권한을 명확히 하고 대통령직 인수를 위한 인수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국회 행정자치위원장 명의로 2003년 1월22일 발의되어 같은 날 본회를 곧바로 통과했었다.
 
이 법이 생기기 전이었던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는 인수위원회라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임기가 개시되고 나서 국무총리로 김종필이 지명되었으나 당시 야당이자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임명 동의를 해주지 않았다. 그러자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총리 ‘서리’ 형식으로 총리를 임명해버렸고 이에 대통령과 야당 의원들 간에 권한쟁의심판이 제기되는 등 홍역을 치룬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에는 인사청문회법이 생겨서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 임명 시 반드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되었다. 이에 혼란을 방지하고 새 대통령이 원활하게 임기를 개시할 수 있도록 여야 합의로 인수위원회법이 제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수위원회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대통령 당선인에게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권한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국회 동의를 얻어야 대통령이 정식으로 임명할 수 있고 각 부 장관 등 국무위원은 임명이 완료된 국무총리의 제청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쳐야 한다. 이러니 만약 대통령 임기가 개시되고 나서 국무총리 지명부터 시작하면 내각 구성에만도 두세 달이 훌쩍 지나갈 테니 국정공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대통령 당선인에게 미리 국무총리 지명권을 주고 국회에 인사청문회 실시를 요청할 수 있게 해 준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 중요한 것이 지금 문제되는 인수위원회의 권한 범위라고 할 수 있다. 인수위원회법에는 인수위원회 업무로 총 다섯 가지가 열거되어 있다. 그중 네 개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새 정부 정책기조 설정 위한 준비, 대통령 취임 행사 관련 업무 준비, 대통령 당선인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같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다. 그런데 마지막 다섯 번째 업무는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이라는 포괄적인 규정을 둔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어디까지가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인지를 놓고 해석의 여지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 측은 엄격히 해석해서 단순히 집무 공간 이전뿐 아니라 국가안보시설 이동도 수반되니 국군통수권자인 현 대통령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법령의 문구를 해석할 때는 문리해석이라고 해서 우선 문언 자체의 의미를 따져야 한다. 그렇다면 인수위원회 업무의 대상이 되는 ’대통령직‘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하는데 인수위원회법은 다행히 이를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부여된 직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조직법 같은 법률도 아닌 최상위 법인 ’헌법‘을 명시하고 있는데 국군통수권은 바로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헌법상 행정부 수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행정부 수반으로서 자신의 집무실을 변경하고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 집무실에 관한 안보 시설의 이동을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직의 인수에 필요한 사항에 충분히 포함된다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물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인수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고 국회에서 법률 개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공약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여야 한다는 것은 법률로 정한 사항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직 대통령의 승인이 명백히 필요한 예산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두고 민주당이 법적 시비를 거는 것은 근거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청와대도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짧은 시간 내에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속보가 나왔다. 아직까지는 군통수권자가 현 대통령이니 현직으로서의 우려를 표명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설령 예산을 안 주어서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집무실 이전을 못 하게 막는 것은 그다지 실익도 없다. 당선자가 마음먹은 이상 어차피 추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배출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인수위원회법에 대승적으로 협조해줬던 전례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정권을 넘겨줘야 할 민주당은 자의적인 법률 해석으로 공세를 펼치기보다는 자중하고 새 정권에 협조해주는 것이 정치적 도리다. 청와대 또한 비서들이 나서 천박한 언사로 비아냥거리기보다는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어 당선자와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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