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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세 수입이 예상치보다 60조원 이상 더 걷히며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오차’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늘어난 세수의 절반 이상은 집값 급등의 영향을 받은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초과 세수 속에서도 세금을 제때 내지 않았다며 가산세를 무는 납세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산세 부과 통보를 받은 사람들은 "납세 고지서를 받지 못했음에도 가산세가 부과됐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세수 확대에만 골몰해 성실 납세자들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산세 폭탄’에 당황한 납세자‘예납’ 이름과 다른 중간예납제도
개인사업을 하는 이모씨(47)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당초 지난해 11월 내기로 했던 종합소득세 중간예납 세액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았다며 관할 세무서가 불성실납부가산세를 부과했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지난해 11월 중간예납 납부기한을 3개월 연장해주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고 그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이씨는 “고지서를 받지 못했는데 세무서에 문의하니 이미 보냈다고 했다”면서 “우체국에 확인하니 우체통에 넣어 뒀다고 하는데 돈 내라는 고지서를 등기도 아니고 우체통에 넣고 간다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등기우편은 보통우편과는 달리 가능한 한 수취인이 직접 수령하고 집배원의 PDA에 이름을 정자로 써야 하는 게 원칙이다. 다행히 우체국이 실수를 인정하고 세무서측에 공문을 보내 이씨에 대한 가산세 부과 처분은 취소됐다.
이와 관련해 행정소송 전문가인 한원교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송달이 되지 않았으면 처분의 효력이 없다는 게 확고한 대법원의 입장”이라면서 “처분서인 납세고지서가 송달이 되지 않으면 행정처분 자체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납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영업자 등 모두 136만명에 대해 종합소득세 중간예납 납부기한을 직권으로 올해 2월말까지 3개월 연장했다. 그럼에도 우리 주변에는 코로나19로 폐업을 생각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한 개인사업자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들에게 세금 체납에 대한 고지서가 발송돼 가뜩이나 어려운 그들의 처지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간예납제도는 세무 당국이 일정 규모의 세금을 미리 걷었다가 나중에 확정신고 시 정산하는 제도로 정부 수립직후인 1949년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상반기에 내야 될 세금에 대해 소득세는 매년 11월말, 법인세는 8월말까지 신고 납부한다.
그리고 법인세는 다음해 3월, 소득세는 5월에 직전 1년분에 대한 확정신고를 할 때 미리 납부한 중간예납세액을 차감하고 납부한다. 세법에 따르면 중간예납 세액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않는 경우 가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납부기한이 하루라도 늦는 경우 3%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지연된 일수에 대해 연 9.125%의 이자를 붙여 납부불성실가산세로 부과하고 있다.
‘납세자 부담완화’ 도입취지 달리 ‘징세편의주의’ 비판 나와
중간예납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조세수입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면 정부는 조세수입이 지출 금액보다 적은 달에는 국채를 발행해 지출 재원을 조달했다가 조세수입이 많은 달에 국채를 상환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다. 납세자의 경우 한꺼번에 세금을 납부할 경우 자칫 자금 부담을 겪을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납세자의 부담 완화라는 명분으로 시행되는 제도가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세금을 강제로 미리 납부하도록 강요하는 ‘징세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장사가 되지 않아 결국 세금 미납으로 가산세를 부과 받았다는 한 개인사업자는 “예납은 일부를 미리 받아 두는 것인데, 아직 소득 신고 기간도 아니고 납세액이 확정도 안 된 상태에서 미납했다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내년에 낼 세금을 미리 내는 것이 아니라, 그해 상반기의 세금에 대해 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예납(豫納)’이라는 단어를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정(定)해진 날이 되기 전(前)에 미리 냄’이라는 의미여서 ‘명칭을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세법 규정을 보면 중간예납제도는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였다면 기 납부한 세금의 이자 상당액에 대해 감면 등을 적용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자동차세를 일시납부하면 세금의 10%를 감면해 주는 것처럼, 종합소득세 중간예납의 경우도 6개월이나 미리 내는 만큼 해당 기간 동안의 은행 이자에 준하는 금액을 경감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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