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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민주당의 꼼수와 후퇴

국회 통과 검찰청법, 6대 범죄 검찰 수사권 유지 가능성 보여

검찰의‘보완수사권’ 폐지에서 현행 유지로 돌고 돌아 제자리

민심이 두려운 민주당, 꼼수보다 후퇴의 길 택하는 게 현명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04 09:50:56

이동호 변호사·법무법인 온다
필자는 4월 20일자 기고(명분을 찾기 어려운 ‘검수완박’ 법안)에서 소위 ‘검수완박’ 법안의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법안이 급조되다 보니 곳곳에 위헌 소지가 있고 정합성도 떨어지지만 우리나라가 형사소송법을 제정할 때부터 수사와 기소 분리를 의욕했다거나 그것이 주요 선진국 사법 체계의 기본이란 제안 이유 자체가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4월 30일 ‘검수완박’ 법안 중에 검찰청법이 먼저 통과되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서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4개 범죄를 제외하고 수사를 개시한 검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는 것 등이 골자다.
 
이번 통과된 검찰청법 개정 법률은 민주당 의원 전원 명의로 4월 15일 제출됐던 법안 그대로는 아니다.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그동안 제출된 관련 법안들을 모두 병합해 위원회 차원의 ‘대안’을 만들어서 4월 27일 통과시켰는데 4월 30일 국회 본회의 상정 전에 또 일부가 수정되어 통과됐다. 그래서 ‘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된 셈이다.
 
이렇게 대안과 수정안을 거치면서 미세하게 바뀐 부분이 있는데 검사가 단독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 대한 조항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수사권 조정을 거쳐 작년부터 시행된 검찰청법에 의하면 검사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이를 소위 ‘6대 중요 범죄’라고 하는데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6대 범죄의 구체적인 항목들이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민주당 개정안에서는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모두 박탈했었다. 그러다가 국회의장 중재를 거치면서 부패와 경제 범죄에 한해서 검찰의 수사권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비록 국민의힘이 합의를 번복하면서 이탈했지만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사위 대안은 이 합의를 나름 존중했다. 그래서 법사위 대안의 문구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중’이라고 해서 이 두 범죄에 대해서만큼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인정했다.
 
그런데 본회의 수정안에서는 ‘중’이 ‘등’으로 바뀌어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으로 통과되었는데 이 한 글자의 변경이 의미심장하다. ‘중’인 경우에는 범위가 그 앞에 나열된 두 개, 즉 부패와 경제범죄에만 한정되는 것이 명확하다. 그러나 ‘등’인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등’은 사전적으로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에 나열된 부패와 경제범죄로만 한정된다는 해석과 앞에 나열된 것과 같은 종류의 나머지 것들, 즉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까지도 포함된다는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
 
여야가 합의했던 국회의장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 중 2개로만 한정했으므로 이를 중시한다면 전자처럼 좁게 해석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합의를 번복했다는 점에서 중재안은 더 이상 해석의 지침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오히려 후자처럼 넓게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해석의 여지가 없는 ‘중’이란 단어가 본회의에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등’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후자처럼 넓게 해석될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지 않으면 굳이 ‘중’이란 단어를 ‘등’으로 바꾼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새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직접 수사 범위를 기존보다 좁힐 수도 있겠지만 현행 대통령령을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둬버린다면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개정법이 실제로는 무력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전부 박탈할 것처럼 요란을 떨었지만 실제로는 새 대통령에게 공을 떠넘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민주당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검수완박’이 무슨 종교 교리라도 되는 양 교조적으로 추진하던 민주당이 왜 이런 ‘구멍’을 열어 뒀냐는 점이다. 필자의 생각은 반대 여론이 워낙 거세다 보니 민주당이 사실상 후퇴했다는 것이다.
 
후퇴의 증거가 또 있는데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민주당 의원안은 아예 박탈했었다. 이를 두고 엄청난 비난이 일었다. 경찰에게만 맡겨서는 최근 이은해 사건처럼 영악하고 교묘한 수법의 중범죄가 암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에서는 보완수사권이 살아나긴 했다. 그러나 경찰이 송치한 사건 딱 그 범위로만 한정해서 전혀 실익이 없었다. 결국 수정안에서는 보완수사 범위 제한이 아예 사라져 버렸다. 현행 법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결국 민주당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원맨쇼를 하다가 제풀에 죽어 제자리로 돌아간 셈이다.
 
민주당은 민심의 후폭풍이 두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 중재안에서 선거범죄 수사권마저 경찰에 넘긴 것을 두고 ‘국회의원들은 결국 한통속이다’라는 비난도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합의에서 이탈해 버리고 민주당 혼자 남아 버렸다. 이 상태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면 나중에 혼자서 뒷감당을 해야 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중’을 ‘등’으로 바꾸는 비상한 방법을 쓴 것 같다. 만약 대통령령에 선거 범죄가 포함이 안 되면 민주당은 그 책임을 새 대통령에게 넘겨 버리면 된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검찰청법 개정에서 민주당이 남긴 성과는 겨우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 정도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와 기소 분리를 통해 공소권 남용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보이는데 수긍 못 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사 검사나 기소 검사나 어차피 같은 검찰 소속이기 때문에 별 실효성은 없다고 본다. 아직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본회의 의결이 남아 있지만 민주당은 검찰청법 개정처럼 꼼수를 쓰지 말고 민심을 받들어 후퇴해야 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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