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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지금 당장 해야할 일

우주가 곧 팽창을 멈추고 쪼그라든다면

기사입력 2022-06-15 00:02:40

 
▲박선옥 국제문화부장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니, 자연스럽게 생각에 빠지게 됐다는 편이 정확하다. 두 손이 아주 익숙한 단순 노동에 종사하게 되면 두뇌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두지휘할 의무에서 잠시 해방된다.
 
아마도 수천 번 반복된 동작으로 이미 익숙한 순서와 방법으로 두 손이 마치 자동화 기계처럼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간이 창작활동이 필요한 작가나 음악가들에게는 상상력이 날개를 펼치는 순간이라는 것을 다른 창작자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있다.
 
상상력은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시·공간으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한다. 오래전에 개봉됐던 영화 ‘원초적 본능’은 샤론 스톤이 매력적인 포즈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기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눈이 아니라) 귀가 번쩍 띄는 경험을 했다. 바로 영문학에서도 난해하다는 19세기 문학이론가 S.T. 코울릿지의 상상력 이론의 중요한 문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기자의 기억으로는 샤론 스톤의 대사 중에 상상력에 관한 설명, 즉 “상상력이란 불신을 자발적으로 잠시 중단하는 것”이란 말이 스쳐지나간 장면이 있었다. 이 설명을 근거로 그날 설거지를 하는 도중 생각의 날개를 펼친 것은 헛된 공상이 아니라 상상력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불신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결과 손에 쥔 수세미를 매개로 시·공간을 무한히 확장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 경험에는 며칠 전에 외신에서 봤던 한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생각의 단초를 제공했다. 7일 CNN에 기사로 소개된 내용은 주방에서 설거지 도구로 쓰이는 스폰지에 관한 연구 결과다.
 
노르웨이의 한 식품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주방에서 쓰는 스폰지에는 수많은 박테리아가 있는데 이는 제대로 말리지 않고 사용하는 바람에 박테리아가 증식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스폰지보다는 좀더 건조가 잘 되는 솔을 사용하는 편이 살모넬라 등의 박테리아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요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스폰지 한 개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의 수가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수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다.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가 79억5000만명이 넘는데 스폰지 하나에 이토록 많은 박테리아가 득실득실하다니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만일 스폰지를 물에 적신 후 꼭 쥐어짠다면 박테리아 수는 얼마나 줄어들까, 이것을 며칠 동안 잘 말리면 그 수는 또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상상력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지구상에서 돈을 벌기 위해, 혹은 공부하기 위해, 혹은 여행을 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마치 박테리아와 같은 운명으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홍수를 당하거나 혹은 가뭄에 시달리거나 혹은 대규모 사고를 당하는 것이 아닐까. 마치 스폰지를 쥐어짜듯 어느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이 지구가 한방에 쪼그라들지는 않을지?
 
여기까지는 상상력이 발휘된 영역이다. 앞서 코울릿지가 규정한 상상력은 그저 현실에서 벗어난 허황된 공상과는 다르다. 그가 말하는 상상력은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끄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 그날 주방 스폰지에서 출발한 상상력은 우주의 운명이라는 또 다른 범주로 연결됐다.
 
과학자들은 존경스러울 만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우주의 나이를 계산해 냈다. 우주의 나이란 ‘빅뱅(Big Bang)’이라 불리는 대폭발로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가장 최근에 관측된 바에 따르면 대략 138억년이다. 그런데 놀라운 이론이 최근 알려졌다. 지금까지 팽창하던 우주가 곧 수축할 것이라는 이론이다. 
 
빅뱅과 반대되는 ‘빅크런치(Big Crunch)’라고 불리는 이 가설은 우주의 에너지가 밀어내는 힘에서 당기는 중력으로 바뀌어 빅뱅 이후 진행된 것들이 되감겨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주 공간이 쪼그라들 것이고 좁은 공간 내 밀도가 높아져 우주 온도가 올라갈 것이다. 지구의 생명체는 몰살될 것이다. 이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이 일이 불과 1억년 내에 일어난다고 한다.
 
한때 논쟁을 즐기던 시절, 우주에서 일어난 일 혹은 일어날 일에 대해 토론을 벌이다가 그게 지금 당장 우리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따지던 친구와 한동안 말도 안 하고 지냈던 적이 있다. 
 
상상력이란 결국 현실에 대한 명철한 인식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는 코울릿지를 당시 소환할 걸 그랬다. 설거지를 끝내고 돌아보니 산책을 좋아하는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고 있다. 시공간을 여행한 끝에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분명히 보이지 않는가.
 

 [박선옥 기자 / sobahk@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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