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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이브다. 예수 탄생을 통해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이 위로받기를 기원한다. 예수는 공생애(公生涯)를 통해 힘 있는 자가 아닌 낮고 희생에 아파하는 이들의 평화를 위해 살았다.
구세주로 온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이유이다. 그리스도가 상처받은 이들의 슬픔을 위로해 주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를 기도하게 된다. 아울러 ‘세상의 빛’으로 온 예수를 닮아 이웃사랑 실천과 평화세계 구현을 다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군사 충돌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러시아·우크라이나와 내전과 무장 세력의 테러가 확산되고 있는 미얀마, 수단,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태국과 캄보디아 분쟁 등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을 백성들에게도 하나님의 구원과 회복의 손길이 펼쳐지길 소원한다. 지구촌에 수많은 전쟁과 갈등이 지속되기에 2025년 성탄절 메시지들은 공통적으로 평화의 중요성과 대화와 협상의 시급함을 강조하고 있다.
갈수록 강화되는 통제·감시 속에 고통받는 북녘 동포와 지하 성도들, 제3국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탈북민들에게도 예수 성탄의 기쁜 소식이 전해지길 바란다. 의미 있는 성탄절을 위해 지구촌 평화를 위한 기도와 복지 사각지대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을 위한 구제를 제안한다. 교회가 고통당하는 이웃의 절규에 귀 기울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응답할 때,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는 우리 가슴에 더 가깝게 와닿게 될 것이다.
그렇다. 예수님은 불안과 두려움, 어둠이 짙은 세상에 큰 빛으로 오셨다. 하나님의 아들이 가장 낮고 작고 비천한 자리에서 이 땅에 왔고, 하나님께서 먼저 세상 속으로 들어왔기에 성탄이 특정 공간이나 집단의 기념일을 넘어 세상 한가운데로 내려온 사건임을 환기해야겠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 위기가 지구와 그 안에 깃든 온 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 또한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불안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성탄은 어둠과 불안 속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주는 하나님의 소중한 선물이라고 하겠다. 성탄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땅에서 계속되는 하나님의 약속이다.
교회의 사명도 되새겨 볼 때다. 교회가 빛을 소유한 공동체가 아니라 빛을 따라 살아가는 공동체여야 한다. 교회는 침묵 속에 묻힌 음성에 귀 기울이고, 분열된 현실 속에서도 화해와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사명이 중차대하다. 곧 성탄이 예배당 안 행사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드러나는 기쁨과 연대로 완성되는 것이다.
성탄절을 맞아 종교 화합의 장도 펼쳐져 뜻깊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종교를 넘어 손을 잡고 사회적 약자를 먼저 바라보며 함께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성탄 메시지를 전했다. 조계종은 서울 조계사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개최했다. 점등식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성균관, 원불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표 등도 함께 해 훈훈한 분위기를 보였다.
어두운 세상을 비추기 위해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에서 종교 간 화합은 평화를 세우는 가장 강력한 사회적 힘임을 확인하게 했다. 예수님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가르침과 부처님이 펼치신 자비 정신은 종교를 넘어선 하나의 큰 진리인 것이다. 이번 성탄절을 기회로 종교계가 더욱 단단히 연대해 사회적 약자들의 곁을 지키고 고통의 현장 가까이 다가가 국민 화합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그 하나 된 힘으로 남북 평화통일을 위한 희망의 탑을 쌓아가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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