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빈 환자는 깊은 수면 상태로 보입니다. 집중 치료가 필요하진 않으니까 지금 바로 일반병동으로 옮기죠.”
눈을 뜰 수 없어 당직 의사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수빈은 당장 일어나 만세라도 부르고 싶었다. 깁스를 하고 잠깐 머문 병실이지만 한순간도 간호사들의 눈을 피할 수 없어 숨이 막혔다.
수빈은 병실 복도 불이 다 꺼지자 아무도 몰래 밖으로 나왔다. 담배를 피울 수 없어 그게 제일 힘들었다. 주차장 옆 흡연 구역 벤치에 앉았다. 누구든 나타나리라.
“이분들, 대표님하고 어떻게 되는 분인데요?”
전화를 하며 걸어오던 남자는 통화가 끝났는지 핸드폰을 주머니 집어넣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더러워서 진짜.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걸음을 멈추고 라이터를 켰다.
“담배 한 대만 주실래요?”
남자는 깜짝 놀라서 보다간 천천히 다가와 담배를 주고 불까지 붙여주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분명 어디선가 본 사람 같았다. 남자는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는 주차장으로 총총 사라졌다.

* * * * * * *
“방금 병원하고 통화했는데 밤사이 특별한 일은 없고, 예정대로 한 분은 뇌검사 후 수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외 별다른 건 없습니다.”
장 변호사는 비서가 잠깐 기다리라고 하는데도 곧 회의가 있다며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다. 사무실에서 밤을 샌 상훈은 채 잠이 덜 깬 얼굴로 테이블로 와 앉았다. 새벽 7시가 돼서야 잠깐 눈을 붙인 상태였다.
“내가 와이프랑 아직 연락을 못해서…. 다친 사람이 혹시 오화영 씨는 아니지?”
장 변호사는 자기 몫의 일을 마친 듯 돌아서 나가려다 멈췄다.
“머리를 다친 환자는 안해원, 팔 골절 환자는 이수빈, 두 분 다 사모님 고등학교 동기생입니다.”
“이수빈?”
상훈의 눈이 확 떠졌다. 장 변호사는 핸드폰의 메모장을 열어 다시 확인했다.
“네 이수빈. 1985년 5월6일생이네요.”
이수빈과 선우가 동창?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상훈은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그리고 안해원 씨는 1985년 9월30일생이네요. 두 분 다 사모님 동창분이니까….”
“안해원? 다른 한 사람 이름이 안해원이라고?”
상훈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해원이 안해원이었던가? 그런데 그때 해원이라는 그 여자는…. 상훈은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졌다. 이수빈과 안해원이 그 수빈과 그 해원?
갑자기 노크 소리가 났다. 비서가 사진 한 장을 들고 들어왔다.
“최 변호사님이 기다리다가 이거 전해 드리라고 주고 가셨어요. 호출 있어 나간다고 곧 전화 드린다고 합니다.”
상훈은 사진을 받아들었다. 커다란 트럭을 배경으로 옆의 사람들과 웃고 서 있는 진욱이었다. CCTV 화면을 복사한 듯 사진엔 전날 밤 날짜와 시간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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