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반도체 무기’로 글로벌 질서 중심에 부상하는 대만
中 위협에도 경제 우등생으로 미·일 러브콜에 전략적 가치 높여
한국은 국가 위상 후퇴… ‘다크호스’ 국가 모델 지향해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08 09:37:12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세계의 시선이 동북아에 집중되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중국의 무력 시위가 계속되고, 미국은 항공모함을 파견하면서 양국 치킨게임이 절정에 달하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되어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어 중국과 대만의 대립이 양안(兩岸) 전쟁으로 확대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은 두 개의 전쟁에 대한 부담이 있고, 중국은 속전속결이 아닌 장기전이 될 때 자국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경계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직접적 무력 충돌은 피하면서 미·중 모두 체면을 구기지 않기 위한 시위는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올가을 미국은 중간선거, 중국은 시진핑 3기 대관식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민감한 시기에 미국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대만을 감싸고 도는 배경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중국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하나의 중국’에 대해 형식적으로 인정하는 시늉을 하면서도 대만에 대해서는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노선을 수정했다. 중국의 패권 도전을 저지해야 하는 미국의 관점에서 대만이 가진 전략적 가치와 중요성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지정학적 위치에 더해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등장한 반도체 전쟁에서 대만을 배제한 전선 구축을 용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대만에 충분한 몸값을 치르더라도 미국의 편에 묶어 두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대만도 이를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 확대의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
 
대만의 반도체 실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간판 기업인 TSMC를 비롯해 UMC, PSMC 등 3개 사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무려 65%로 압도적이다. 한국은 고작 17%, 중국은 최근 10%를 넘어서고 있다. 반도체 제조 능력을 보더라도 대만 22%, 한국 21%, 일본 15%, 중국 15%, 미국 12%, 기타 15% 순이다. 중국이 인해전술로 중저가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면서 반도체 굴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미국 등 서방의 집요한 압박과 제재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패권 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반도체는 중국에게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이러한 약점을 알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 과정에서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대만 끌어안기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 수단으로 미국·일본·한국·대만을 연결하는 ‘칩(Chip)4 동맹’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들 4개국이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73%, 파운드리의 87%, 설계·생산의 91%를 장악하고 있다. 이 정도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봉쇄할 수 있는 이른바 ‘반도체 NATO (Semiconductor-NATO)’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미국 정부는 한국에도 이달에 동맹 가입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판이다. 
 
이와는 별개로 미국은 반도체법(法)을 통과시키면서 파격적 인센티브로 한국이나 대만 반도체 업체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한편 대규모 생산 시설과 수출 40% 시장인 중국에 대한 삼성이나 SK의 향후 진로 판단이 쉽지 않다. 동맹 가입과 중국을 놓고 큰 결단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대만의 위상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것이 원인이다. 중국이 무력 시위에 이어 대만에 경제적 보복을 시작하고 있지만, 반도체 등 핵심이 빠져 그 파급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양안의 긴장 관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대만은 3년 전부터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지만 대만은 경제 최우등생이라는 지위를 굳혔고, 상반기 경제성장률도 3%대를 유지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을 만난 중국의 차이잉원 총통은 물론이고 TSMC 류더인 회장은 중국의 위협에 대해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여 눈길을 끈다. 심지어 미국에 더해 일본까지 허물어진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위해 대만에 대해 연일 러브콜을 보내는 중이다.
 
글로벌 질서가 요동치는 현실에서 강하게 살아남고 있는 대만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조 기술이나 산업 경쟁력에서 대만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이를 국가 이익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내부의 컨센서스 부재다. 잘 나가는 기업에 대해 응원은 고사하고 깎아내리거나 흠집 내기 일쑤다. 안에서는 자중지란, 밖에서는 우유부단으로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압박을 받는다. 미국과 일본은 ‘2+2 경제 판짜기’ 회의를 하면서 더 긴밀해지는데, 우리는 강력한 경제적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입지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삼성이나 SK는 낸드플래시 개발 경쟁으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태생적으로 강대국이 될 수 없는 국가라면 그들이 만만하게 보지 않는 ‘다크호스(Dark Horse)’형 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살길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