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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박순애 미스터리’를 알고 싶다
교육부 장관 개인만의 ‘헛발질’이 아닌 듯
민감 복잡한 사안을 도구적으로 접근한 탓
그나마 일찍 문제 불거진 게 불행 중 다행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7 08:40:00
▲ 홍찬식 언론인·칼럼니스트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5세 초등학교 입학’ ‘외고 폐지정책으로 인한 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5세 취학은 윤석열정부 차원에서 이전까지 전혀 논의된 바 없었고 외고 폐지는 학교 다양화라는 대선 공약에 역행하는 것이었다. 이런 정책들이 박 장관이 대통령에게 첫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불쑥 튀어나온 배경이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그동안 국민 여론의 질타는 박 장관 개인에게 집중됐다. 교육을 잘 모르는 행정학자 출신 장관이 어설프게 정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내놓은 답변을 보면 그렇게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5세 취학정책이 왜 갑자기 대통령 업무보고에 들어갔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장 차관은 내부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라고만 대답하고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었던 안철수 의원이 그동안 학제 개편을 주장해 온 것을 근거로 안철수 의원과 관련이 있느냐고 캐물었지만 장 차관은 역시 답변을 얼버무렸다.
 
‘5세 취학등의 최종 결정은 박 장관이 했고 따라서 이번 사태에서 그의 책임이 절대적이지만 정책 자체는 박 장관 혼자만의 돌출 행동이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박 장관 말고도 이번 참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여럿 존재한다는 심증이 강하게 포착된다.
 
해당 관계자들이 입을 굳게 다물 것 같으니 박순애 미스터리는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스터리를 구성하는 퍼즐 일부는 찾을 수 있다. ‘5세 취학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학부모들의 반감을 더 자극했던 이 말은 대통령이 내용을 잘 모르고 한 말이라기보다는, 사전에 공감대를 갖고 있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날 업무보고 내용 중에서 ‘5세 취학만 꼭 찍어 대통령이 코멘트를 던졌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퍼즐 조각은 현 정부의 교육부에 대한 강한 불신이다.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를 논의했던 국무회의에서 교육부 차관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로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그런 얘기를 하면 교육부를 없애 버리겠다는 취지로 질타했다고 한다.
 
윤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김인철 후보자가 행정학자 출신이었고, 그 뒤를 이은 박순애 장관도 같은 행정학과 교수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인철 후보자를 지명할 당시 대통령실은 공공행정 전문가로서 교육행정의 비효율을 개선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행정을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전문성을 발휘해 교육부를 바꿔 보라는 주문이었다
 
교육부는 정권 인수위 시절에 폐지까지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는 살아남았다. 윤 대통령이 교육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고, 교육에서 효율을 강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런 흐름에서 정부 내의 교육과 관련된 고위직(교육부 차관, 차관보, 대통령실 사회수석) 전원이 교육 정책을 다뤄본 적 없는 인사들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인 구성이라고 보는 게 맞다. 이런 퍼즐 조각들은 이번 참사를 넘어 교육 전반에 대한 현 정권의 인식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즉 현 정권은 교육을 주로 수단이나 도구적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고, 교육이 얼마나 폭발력 강한 민심의 문제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 ‘5세 취학만 해도 보육과 저출산,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 접근했을 뿐 교육 현장의 학부모들과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에는 무감각했다. 이번 혼선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교육정책을 되돌아보면 좌파 정권들이 일을 그르치고, 그 뒤를 이은 우파 정권들이 사태를 수습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다. 김대중 정권 때는 학생들 사이에 이해찬 세대’ ‘단군 이래 최저 학력이라는 자조가 쏟아져 나오고 그 부작용으로 강남의 교육 수요를 늘려 집값이 급등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고교 1년생들이 수능·내신·논술의 죽음의 트라이앵글을 멈춰 달라며 광화문에 진출해 촛불시위까지 벌였다. 사교육비는 해마다 급등하고 서민 가계는 위축됐다.
 
반면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사교육비가 하향세를 유지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사교육비는 계속 감소했다. 문재인 정권 때인 지난해 전체 초중고 사교육비가 23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지난 우파 정권들은 교육 분야에 분명 강점이 있었다. 좌파가 이론을 실험해 보겠다고 겁 없이 덤벼들었다면 우파는 학생 학부모들의 수요를 파악해 현실에 집중했던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이번에는 오히려 헛발질로 정권 스스로 적지 않은 부담을 불렀다. 갈팡질팡하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아마추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지난 우파 정권들의 노하우를 되살려야 한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아직 실패를 만회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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