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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47회> 백과 흑, 흑과 백
단번에 그 검정 물을 빼버리면 되니까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1 08:02:07
저 꽃, 누가 보낸 건지 알겠냐?”
 
회의를 마치고 나가는 동원을 우룡이 불러 세웠다.
 
이상훈이가 보냈어. 우리 당 서울시장 후보, 뉴 페이스지, 이상훈. 저번에 봤잖아. 기억나지?”
 
고개를 꾸벅하고 나가는 동원을 우룡이 다시 불러 세웠다. 동원은 하는 수 없이 소파에 앉았다.
 
동원은 진욱과 약속이 있었다. 가는 길에 환석의 경찰 조사 관련 보고도 진욱에게 전달해야 해서 마음이 급했다. 앞의 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여유시간이 너무 없었다.
 
, 하늘을 버린 새라고 들어봤냐? 한때는 하늘을 잘 날아다녔는데, 지금은 날지를 못해. 날개도 있고 깃털도 있고 부리도 있고, 있을 거 다 있는데 말이야. 그 새가 뭔지 아냐?”
 
별로 우습지도 않은 말을 해놓고 우룡이 소리 내 웃었다. 우룡의 웃음은 오랜만이었다. 진욱을 길들여보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한동안 굳은 인상이 펴지지 않아 모두 마음이 불편했던 터였다.
 
펭귄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 맞다, 펭귄.”
 
우룡이 흡족한 표정으로 동원의 어깨를 툭툭 쳤다.
 
펭귄이 왜 날 수 없게 된 줄 아냐? 펭귄이 사는 남극에는 펭귄을 해치는 적이 없었기 때문이야. 적이 없으면 동물은 도태되기 마련이지.”
 
대표님 저는 외부 약속이 잡혀있어서 이만.”
 
동원은 더 지체할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진욱 이상훈, 둘을 붙여놓을 거다. 이제 그 둘은 말이야, 서로 물고 뜯고 할퀴고 피 흘리면서 황금 날개를 달게 되겠지.”
 
그 날개엔 내가 올라타게 돼 있다. 확신에 찬 우룡의 말을 듣고 동원은 밖으로 나왔다. 우룡에겐 주변의 모든 사람이 도구였다.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옆에 두지 않을 뿐더러, 옆의 사람은 어떻게든 도구로 썼다. 예외 없었다.
 
너는 나의 분신과 같으니까. 내가 너한테 하는 말들은 나 스스로 다짐하는 말이기도 해. 어려서부터 우룡은 동원을 앉혀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물론 동원도 알고 있었다.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경찰에선 뭐래?”
 
오피스텔로 방금 들어온 듯 외투를 벗으며 진욱이 말했다.
 
일단 혐의점 없으니까 조심하라고만 하고 귀가 조치했대.”
 
믿을까? 이환석, 만만한 녀석은 아니던데?”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어떻게든 뒷배가 나타나겠지?”
 
그림을 그 녀석이 가지고 있을 확률은 없을까? 하여간, 밥부터 먹고 보자.”
 
진욱은 금방 배달된 짜장면을 식탁으로 가져다 놓았다.
 
, 이상훈 변호사. 형이랑 대학 2년 같이 다녔댔지? 한 대표가 시장 후보 시킬 거라더라?”
 
진욱의 젓가락이 순간 멈추었다.
 
흰색이 검어지긴 쉽지만 이미 검어진 놈이 다시 흰색 되겠어? 걱정 마, .”
 
진욱이 풉 웃었다.
 
아냐. 검은색이 흰색 되는 건 더 쉬울지도 몰라. 흰색은 검게 물드는 과정이 있지만, 검은색은 단번에 그 검정 물을 빼버리면 되니까.”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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