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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49회> 호랑이와 사자
용자는 위험이 지나간 후 두려움을 느끼는 법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4 19:20:28
진욱이 오라고 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코빼기도 안 보여?”
 
회의를 마치고 나가는 동원의 뒤통수에 대고 우룡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실 동원은 진욱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룡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마음은 진욱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어 전적으로 모든 건 진욱의 결정에 따를 뿐이었다.
 
아직도 나한테 꼭두각시 노릇 해달라고 손 내밀 건 아닐 테고.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도 만나자 하는 거 보면 대단한 분인 건 확실해. 겁주고 어르면서 도와줄 거 아니면 입 다물라 이거겠지?”
 
우룡이 진욱을 겁주기 위해 공항에서의 교통사고를 계획했던 걸 미리 알았던 진욱은 아직 우룡으로부터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이미 우룡이 꼬아놓은 실타래는 풀릴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우룡이 진욱에게 할 수 있는 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말고는 없어 보였다.
 
당사로 간다고 해. 한 시간 후.”
 
국회가 아니라 구태여 당사 대표실을 고집한다고 전하면 우룡이 역정을 낼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차 대기 시켜. 우룡은 당사로 가자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피를 머금어 남에게 뿌리려면 내 입이 먼저 더러워지는 법이죠. 기분이 어떠실까 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먼저 와 있던 진욱은 싸늘하게 웃으며 우룡을 맞았다. 진욱은 아무에게 악담을 하거나 저주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유독 오늘은 독기 서린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위험이 닥치기도 전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소심한 사람이지. 위험이 닥쳤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겁쟁이고.”
 
 
 
 
진욱의 도발에 살짝 놀라면서도 애써 태연한 모습으로 우룡은 찻잔을 들었다.
 
용기 있는 자는 위험이 다 지나간 후에 두려움을 느끼는 법이죠.”
 
진욱이 찻잔을 들어 건배라고 외칠 듯이 위로 살짝 쳐들었다간 입으로 가져갔다.
 
지금 자네는, 그 어느 쪽도 아닌 것 같은데?”
 
우룡이 소리 내 웃었다. 하지만 소리만 웃음일 뿐 표정은 굳은 채 풀어지지 않았다.
 
엉터리 싸움에 진짜 용기가 필요하진 않으니까요.”
 
그런 우룡의 굳은 얼굴을 지나친 진욱의 시선은 당 대표실을 한 바퀴 훑었다. 진욱의 시선은 마치 겨우 이런 걸 지키기 위해 그렇게 안간힘을 쓰며 사십니까? 묻는 것 같았다.
 
일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열흘 동안 숨어 있었던 걸 설마 용기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마음 밑바닥까지 샅샅이 꿰뚫어 보겠다는 듯 우룡의 부릅뜬 눈빛이 진욱을 향했다.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뭐라고? 반성?”
 
우룡에게서 큰 소리가 뛰쳐나오자 진욱이 벌떡 일어섰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짧았던 것 같네요.”
 
앉아 봐!”
 
힘 있는 자가 더 강해지도록, 가진 자가 더 성공하도록,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시는 대표님을 제가 돕는 일은 없을 겁니다.”
 
거기 서!”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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