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50회> 칼을 빼 들 시간, 집어넣을 시간
지금은 칼을 빼 들 때가 아니야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6 09:40:00
우룡의 고함에 진욱이 걸음을 멈췄다.
 
비서실 직원들이 놀라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다시 나가도록 우룡도 진욱도 아무 말이 없었다. 다시 문이 열리고 동원이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상황을 살피는 척 돌아보며 진욱에게 강한 눈빛을 보냈다.
 
거기 앉아 봐.”
 
동원이 나가자 다소 누그러진 우룡의 목소리가 진욱을 향했다. 동원의 눈빛을 진욱이 모를 리 없었다. 못 이긴 척 진욱이 다시 자리로 가서 앉았다.
 
내가 너를 처음 본 게 사법연수원 수료식 때였어. 알고 있지? 자네가 1등이라 대법원장상을 받았지. 법무부 장관상은 2등이었는데 말이지.”
 
수료식에서 법무부 장관인 우룡을 만나고 검사 임용식에서도 우룡을 만났다. 신임 검사 대표선서를 진욱이 하게 되면서, 우룡의 초대로 그날 진욱은 우룡의 딸 여경과 저녁을 먹었다. 임용식 날은 천 번 만 번 진욱의 머리에서 되뇌어졌던 날이었다. 그날 선우와 결정적으로 끝난 날이기 때문이었다.
 
넓고 길게 그렇게 세상을 봐야 해. 눈앞의 것에만 진실이 있는 건 아니야.”우룡은 진욱이 강하게 나오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내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르지?”
 
 
 
 
우룡의 성격을 잘 아는 동원은 우룡에게 너무 강하게 나가는 진욱을 먼저 걱정했다. 하지만 우룡이 두려웠다면 진욱은 처음부터 국회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나를 겁박해도 옳지 않는 사람을 돕진 못해. 국민을 속이고 제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을 도울 순 없어. 위태롭다고 그 옆에 서는 일은 없어.”
 
동원의 걱정을 모르지 않지만 우룡이 강하게 나오면 그럴수록 진욱은 그의 힘을 상대해야 할 사람이 자신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형 보고 그 옆에 서라는 말이 아니잖아. 칼을 뽑지 말라고. 지금은 칼을 빼 들 때가 아니야. 집어넣을 때라고.”
 
동원이 진욱에게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동원의 엄마는 우룡이 늘 의심스럽고 음흉하다고 했다.
 
네 아빠 죽기 전에 그 사람이 아빠를 사람 취급이나 한 줄 아니? 지나가던 거지 취급도 안 했어. 너한테 이러는 건 분명 뭔가 음흉한 꿍꿍이가 있는 거야. 지 손으로 니 아빠를 죽였거나 죽게 만들었거나!”
 
우룡이 분에 넘치게 자신의 뒷바라지하는 걸 엄마는 늘 마뜩잖게 생각했다. 고마움도 모르고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동원은 매번 들은 척 않았다.
 
그러면서도 우룡과 가까이할수록 우룡이 자신을 보살펴 준 이유가 순수한 삼촌과 조카의 관계 때문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어차피 동원의 길은 정해져 있었다. 우룡과 진욱이 극단적으로 대치하게 된다면 동원은 우룡의 옆에 설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
 
최악의 상황엔 내가 형을 돕지 못할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아?”
 
동원은 말을 던져놓고 진욱의 시선을 피해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18
감동이에요
1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