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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정석] 코스닥 특례상장제도 ‘도마 위’
주가 부진에 빠진 특례상장 기업… 재무구조 악화도 여전
지난해 증시 입성한 특례상장 기업 31곳, 올해 주가 수익률 -50%
증시 부진에 올해는 19개사 상장으로 저조… 대다수 공모가 하회
ROA·자산회전율도 낮은 수준… “기술개발 성공 여부에 주가 급등락”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1 00:07:01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평가·성장성평가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31개사의 올해 주가 수익률은 16일 기준 -51.3%로 집계됐다. 19일 오후 서울시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성으로 코스닥(KOSDAQ) 시장에 특례로 입성한 기술성장기업들 주가가 부진해 시름에 빠졌다. 기준금리 인상, 고환율 등 악재를 감안해도 시장 평균치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등 재무구조도 여전히 개선하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저조한 성적표에 금융당국은 상장 문턱을 높였고 기업들은 좋은 조건임에도 특례상장을 주저하며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기술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주가가 등락하는 만큼 공시제도·불공정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 31개사 중 30개사 주가 마이너스
 
특례상장은 기술과 성장 가능성이 밝은 기업에 일반상장보다 완화된 재무 관련 요건이나 추천으로 코스닥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2005년 바이오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평가 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했고 2014년 대상 기업을 전 부문으로 확대했다. 2017년에는 기업발굴 기능을 강화하고자 상장주관사(증권사·투자은행 등)의 추천으로 운영되는 ‘성장성평가 특례상장’ 제도를 신설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평가·성장성평가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31개사다. 이들의 올해 주가 수익률은 16일 기준 -51.3%로 매우 부진했다. 이 기간 코스닥지수 하락률(-25.5%)보다 두 배 이상 컸다. 개별적으로 봐도 31개사 중 30곳의 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가 상승 기업은 레인보우로보틱스(30.0%)가 유일했다. 하락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 곳은 해성티피씨(-6.5%)뿐이었다. 나머지는 주가가 두 자릿수 이상 마이너스로 내몰렸다.
 
주가하락의 이유를 바이오 업황의 부진 탓으로 돌리기도 힘들다. 지난해 특례상장 기업(31개) 중 바이오기업은 9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공지능(AI),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증시에 입성했다. 비(非)바이오기업 22곳의 올해 주가 수익률은 -52.4%로 평균보다 1.1%p 낮았다. 바이오기업의 하락률(-48.0%)보다도 조정 폭이 컸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을 주식시장으로 유입해 특례제도의 저변을 넓혔다는 거래소의 자평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락률이 가장 두드러지는 종목은 캐시슬라이드 등 모바일 포인트 플랫폼으로 유명한 엔비티다. 연초 2만8850원에 장을 시작한 주가는 9월16일 6250원으로 78.3% 떨어졌다. 5월 실시한 무상증자(100%)를 감안해도 56.7% 하락한 수준이다. 메타버스 테마주로 주목받았던 맥스트도 부진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6만87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75.3% 폭락했다. 4월 주주에게 주당 1주를 지급한 무상증자(100%)를 고려할 경우 하락률은 50.5%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무상증자 이벤트가 없던 종목 중에서는 나노 소재 기업인 나노씨엠에스가 제일 크게 하락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연초 8만1000원에서 16일 현재 2만3400원으로 71.1%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를 사멸할 수 있는 램프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12만4700원까지 급등했다가 이후 조금씩 떨어지며 공모가(2만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거래소의 심사는 갈수록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 입성을 노린 6개 기업(쓰리디팩토리·씨엔아이·메를로랩·네오랩컨버전스·쓰리빌리언·산돌)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심사를 철회하며 상장절차를 중단했다. 올해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기업의 수는 19개에 불과했다. 3개월 정도 남아있긴 하나 2017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상장 문턱을 넘은 기업은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올해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19개사 가운데 스팩합병(원텍·하이딥)을 제외한 17개사의 공모가(무상증자 반영) 대비 평균 주가수익률(16일 기준)은 -19.8%인 것으로 집계됐다. 스코넥·퓨런티어·풍원정밀·코난테크놀로지·루닛 5곳만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마이너스 상황을 이어갔다. 소부장 기술특례로 기대를 모았던 아이씨에이치·레이저쎌·영창케미칼·넥스트칩은 공모가와 비교해 현 주가가 각각 47.5%, 44.8%, 30.7%, 24.9% 하락한 상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례상장 제도는 코스닥시장의 중요한 상장방식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정체된 IPO시장에 큰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상장 후 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하고 재무성과가 지지부진한 기업들이 많아지고 상장폐지 결정까지도 발표되면서 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4년 지났지만 여전히 수익 내지 못해
 
기술성장기업의 수익률은 저조했다. 4년 전인 2018년 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한 21개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 -1367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1288억원)와 비교해 손실금이 100억원 이상 커졌다. 링크제니시스·비피도 2개사만 플러스 수익을 올렸다. 1년 새 손실 규모가 커진 곳은 10개사에 달했다. 수익성과 관련해 절반 가까이 뒷걸음질 쳤다는 의미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재무성과도 부진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특례상장 기업의 성과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상장 후 5년 기간 내내 특례상장 기업들의 총자산이익률(ROA) 중위값은 -10%전후에 머물렀다. 자산이 100억원일 경우 순이익은 -10억원이라는 의미다. 상당수의 기업들이 상장 전 취약했던 재무성과를 상장 후에도 크게 개선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이 자산을 사용해 매출액을 창출하는 효율성 지표인 자산회전율(=매출액/평균자산)도 낮았다. 상장 5년차 특례상장 기업들의 자산회전율은 20.8%로 상장 당해 연도(17.4%)와 비교해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상장 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자신이 보유한 기술력을 시장의 매출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위원은 “특례상장 기업 중 상당수는 상장 후 장기간 지난 후에도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었고 자신이 보유한 기술력을 매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많은 특례상장 기업들이 상장 후 가시적인 재무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기술개발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상업화되는 과정도 오래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따라서 상장 후 많은 특례상장 기업들의 주가 성과는 재무성과보다는 잠재적인 기술력이나 기술의 시장성에 관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며 “특례상장 기업의 주가는 기술개발의 성공 여부에 따라 크게 등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개발과 관련한 특례상장 기업의 공시정보가 사전에 유출될 경우 투자자 피해가 클 수 있으므로 투자자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개발 실패로 귀결될 경우 그 과정에서 공시 위반이나 불공정거래가 증가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특례상장 기업이 속한 코스닥시장의 올해 개인투자자 거래대금 비중은 82.9%로 유가증권시장(54.3%)보다 높다.
 
이 연구위원은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기술성과에 관한 공시제도를 발전시키고 특례상장 기업들의 공시 위반이나 불공정거래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례상장 기업의 상장요건인 기술성 평가의 역량과 특례상장 기업과 관련한 투자자보호가 보강된다면 특례상장 제도는 코스닥 시장에서 더욱 중요한 상장방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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