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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톡톡 클래식
음악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음대입시 #수시 #미적지능 #음악적지능
이지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22 08:56:10
 
▲ 이지영 피아니스트·음악학박사
 입시철이다. 수시 입학 실기 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단 몇 분 만에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연주만이 살아남는다. 
 
어떤 프리젠테이션보다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감동을 줘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 ‘살아남다’ ‘완벽하다’라는 말이 다소 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현실이 그렇다. 
 
학생이 입시에서 선택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 레슨에 최선을 다하지만 무대는 선생이 해 줄 수 있는 일의 영역 밖이다. 낯선 장소에서 처음 마주하는 피아노 앞에서 건반 한 번 눌러 보지 못하고 바로 연주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입시다.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에 충분한 조건이다.
 
몇 명 선생님들이 모여 학생들을 위해 입시평가회를 했다. 입시평가회는 작은 연주홀을 빌려서 입시와 비슷한 환경을 미리 경험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학생은 연주에 대한 다양한 심사평을 들을 수 있고 선생은 학생이 실제 무대에서 어떻게 연주하는지 들을 수 있다. 평소 실력이 진짜 실력이라는 말은 아직 무대 경험이 적은 학생들에게는 억지 같이 들릴 수도 있다. 그만큼 무대는 긴장을 동반하는 곳이다.
 
왜 사람들은 많은 립스틱 중 특별히 샤넬 립스틱을 바르고 다니는 걸까? 특별히 입술에 더 잘 발리고 세상에 없는 색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도 왜 비싼 샤넬 립스틱을 선택하는 걸까? ‘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의 저자 폴린 브라운은 고객의 85%는 품질보다 ‘다른 무언가’ 때문에 이 제품을 구입한다고 했다. 
 
‘다른 무언가’가 바로 ‘미학’이라 말하며 이것이 특정 브랜드의 경쟁력을 만들어 낸다고 했다. 특정한 사물이나 경험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인 ’미적 지능’을 이야기하며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우듯 미적 지능도 훈련하면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적응’ ‘해석’ ‘명료화’ ‘큐레이션’ 등 총 네 단계의 훈련 과정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총 네 단계의 과정은 연주를 잘하기 위한 과정과 아주 흡사하다. 연주는 악보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미적 지능’을 사용하는 행위고 미적 지능이 높을수록 감동적인 연주, 기억에 남는 연주, 다시 듣고 싶은 연주가 된다.
 
폴린은 ‘적응’에서 중요한 것은 듣기라고 했다. 흘려듣는 것(hear)이 아닌 제대로 듣는(listen)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듣는 연습이 반복되면 ‘비로소’ 들린다. 들리면 변화를 줄 수 있다. 음색·분위기·템포에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이 단계가 ‘해석’이다. 좀 더 크게 또는 갑자기 작게 같은 악상의 변화부터 선율을 좀 더 길게 끌고 갈지, 서너 개의 작은 프레이즈로 나눠 갈지에 대한 인식을 감정적인 것과 연결하는 단계다. 
 
다음은 ‘명료화’다. 폴린이 말했듯 명료화는 편집이다. 꼭 들려주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단계다. 중심에 둘 것은 무엇인지, 덜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동안 세세하게 다루었던 부분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큰 그림을 보듯 완성해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큐레이션’은 간결하게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폴린은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색은 파란색도, 하늘색도 아닌 ‘로빈 에그 블루’라는 얘기를 했다. 블루계열 중 특별히 로빈 에그 블루가 티파니를 대표하는 브랜드 파워라는 말이다.
 
음악도 큐레이션이 잘 된 연주는 연주자의 색도 확실하다. 전하려는 음악적 색깔과 메시지가 분명하다. 같은 음악을 연주해도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연주가 특별하게 들리는 이유다. 독보적인 연주는 계속 듣고 싶게 만든다. “성공하는 브랜드는 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사고 싶게 만들 뿐이다.” 폴린의 말이다.
 
음대 입시는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미적 지능을 훈련해 온 학생들이지만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명료화와 큐레이션 과정이 필요할 때다. 본인을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리할 때다. 본인의 색이 뚜렷해질 때 무대에서의 긴장은 줄어들고 자신감도 커진다. 수시 입학 합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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