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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정석] 엔화 약세로 주목받는 일본 주식 투자
엔저 현상에 수익 짭짤한 日증시로 ‘개미 행진’
국내 투자자 8월 일본주식 132억원 순매수… 연초 대비 3배 이상 ↑
日증시 올 들어 3.8% 떨어지는 데 그쳐… 美는 19%, 韓은 20% 폭락
전문가들 “日증시, 추가 상승세 크지 않으나 변동성 제한적일 것”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4 00:07:01
▲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월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946만3801달러(약 132억5405만원)로 7월(711만2906달러) 대비 33.1% 늘어났다. 사진은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엔화 가치 약세로 일본 증시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도 최근 3개월간 7~8% 오르며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에 대해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마무리될 때까지 다른 나라보다 낮은 변동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일본 증시에 상장된 여행 관련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픽스·닛케이 ETF, 3개월간 7~8% 상승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월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946만3801달러(약 132억5405만원)로 집계됐다. 7월(711만2906달러)과 비교해 한 달 새 33.1% 늘어난 수치다. 올해 1월(259만9715달러)에 비해서는 무려 세 배 이상 커졌다. 8월 한 달간 순매도를 기록한 미국(-5억7153억달러)·유럽(-1596만달러)·중국(-598만달러)주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 셈이다. 일본 주식 순매수 규모는 5월과 6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7월부터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수건수와 매도건수를 합친 거래량도 지난달 9470건으로 2011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양을 기록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도쿄 증권거래소의 토픽스(TOPIX)지수를 추종하는 ‘KIDEX 일본TOPIX100 ETF’는 20일 기준 2개월간 1.7%, 3개월간 8.0% 올랐다. 닛케이(Nikkei)225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TIGER 일본닛케이225 ETF’도 2·3개월간 각각 2.0%, 7.7%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KINDEX 일본닛케이225(H) ETF’의 2·3개월 주가 상승률 역시 0.3%, 7.9%에 달했다. 엔화 선물에 투자하는 ‘TIGER엔선물 ETF’도 2개월 사이 1.9% 상승했다.
 
이처럼 ‘일학개미’들이 적지 않은 수익률을 거둔 것은 일본 증시의 안정적인 흐름 덕분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20일 기준 2만7688.42로 연초 대비 3.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가 각각 19.3%, 20.5%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주식시장 호황기였던 지난해 고점(3만414.61) 대비 하락 폭도 9.0%로 비교적 선방했다.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는 최근 1년간 고점 대비 20.0%, 24.8% 떨어진 상태다.
 
엔저 현상이 일본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5.90엔까지 올랐다가 일본은행(BOJ)의 외환시장 개입 발표 후 142.49엔으로 마감했다. 24년 전인 1998년 8월(147.68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초(115.00엔) 대비로는 26.9% 올랐다. 통상 엔저는 일본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간주된다.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키워 순이익을 뒷받침하고 수입품의 가격을 끌어올려 저물가 해소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 닛케이225지수는 20일 기준 2만7688.42로 연초 대비 3.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가 각각 19.3%, 20.5%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사진은 도쿄의 한 증권사 전광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따른 초저금리 정책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등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 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BOJ는 여전히 유동성을 풀고 있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단기금리)는 -0.1%다.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23% 정도다. 미국(3.25%)·유로존(0.75%)·영국(2.25%) 등 주요국보다 한참 낮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경제·산업이 엔화 약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역사적으로 엔·달러와 닛케이지수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면서 “전 세계 국가들이 긴축모드로 전환했지만 일본은 거의 유일하게 장기수익률제어(YCC) 정책을 고수하면서 유동성을 여전히 풀고 있는 것이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엔화 약세 이어질 것”… 여행 관련주 주목
 
증권업계는 엔저 현상에 대해 미국의 긴축 정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약세 속도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당분간 금리를 인상할 생각이 없다”며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마이너스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엔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낮아진 만큼 엔화 평가 절하 속도는 둔화될 전망”이라며 “연말에 접어들수록 약세 압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 내 물가상승 부담과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돼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엔화 약세 기조는 단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으로는 무역수지 악화에 따른 경상수급 부진, 엔화 약세가 불가피하고 일본은행 역시 미국과 달리 완화적인 통화정책 방향성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달러 대비 엔화의 약세 방향성은 지속될 것이다”면서도 “다만 미국과의 물가 차이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어 현재 레벨에서 엔화 약세 속도는 다소 제어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정부의 여행 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항공·공항·철도 등을 제시했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하네다 공항 입국장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승객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증권업계는 일본 증시에 대해 추가 상승 여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변동성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 정책 모멘텀이 크게 반영되는 국가인 만큼 추가로 발표될 정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엔화 약세 압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유럽 등의 국가 대비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연말에 접어들수록 엔화 강세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일본 지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회복 여력이 큰 업종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한다”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 증시의 상대적 강세 기조가 당분간은 지속될 여지가 있다. 엔화 약세, 확장적 통화정책 등이 단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일본 증시의 나홀로 독주 현상 역시 미국 등 글로벌 경기와 증시 흐름에 결국 동조화될 수밖에 없으므로 일본 증시 역시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및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에 연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일본 주식 중 어느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 한국투자증권은 여행 관련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다음달부터 하루 입국자수 상한 폐지, 무비자 입국, 자유 여행 허용 등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그 배경이다. 코로나19 이전 연 3000만명이던 외국인의 일본 방문이 단계적으로 회복할 경우 항공·공항·철도 관련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최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방일 외국인 지출 규모는 쇼핑, 숙박비, 음식비, 교통비 순이었다. 주로 쇼핑을 하는 장소는 편의점·공항면세점·드러그스토어·슈퍼마켓 등이었고 주요 지출 항목은 과자·화장품·음식료·의류 등이다”며 “여행 정책 도입으로 주목할 수 있는 업종으로는 항공·공항·철도 외에도 백화점·편의점·레스토랑 등이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수혜주로 △일본공항빌딩 △동일본여객철도 △이세탄 등을 꼽았다.
 
ETF 투자도 기대를 모은다. 일본 기업들을 포함한 대표적인 ETF로는 MSCI 일본 지수를 추종하는 EWJ가 있다. 토요타·소니·키엔스·미쓰비시·UFJ·KDDI 등을 담고 있다. 한국에 상장된 ‘KINDEX 일본닛케이225 ETF’과 ‘TIGER 일본닛케이225 ETF’도 주목할 만하다.
 
최 연구원은 “환헤지형 상품인 ‘KINDEX 일본닛케이225 ETF’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환율 변동성이 큰 시기에 주목해야 하고 9월 대비 엔화 약세 기조가 완화되는 시기에는 EWJ, ‘TIGER 일본닛케이225 ETF’를 주목할 수 있다”며 “또한 환율·금리 변동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고 미국 성장 기업 위주의 반발매수세가 유입되는 시기에는 전체 지수 추종 ETF가 아닌 세부 테마·업종 ETF로도 접근 가능할 전망”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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