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최인숙의 프랑스문학예술산책
불멸의 작곡가 오펜바흐와 호프만의 뱃노래
음악적 영감과 안식을 준 땅 노르망디 에트르타
2006년 탄생 200주년부터‘오펜바흐 페스티벌’ 열어
최인숙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27 10:58:30
 
▲ 최인숙 문화칼럼니스트·정치학박사
 “아!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 오~ 사랑의 아름다운 밤이여!” 미녀 쥴리에따와 그녀를 마중 나온 니클라우스가 부르는 2중창이다. 애틋하고 달콤한 이 노래는 자크 오펜바흐의 그 유명한 호프만의 뱃노래. 주인공 호프만은 세 명의 여성과 비극적 사랑을 나눈다. 그 무대는 베네치아. 대운하의 물결 위에 곤돌라가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사랑의 밤은 시작된다. 오펜바흐는 실제로 이 곡을 곤돌라가 베니치아를 항해하는 정겨운 풍경을 보고 작곡했다. 
 
틀을 거부한 천재 작곡가 오펜바흐
 
오펜바흐는 1819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인으로 살다가 1880년 몽마르트르에 묻혔다. 오펜바흐가 프랑스인이 된 것은 그의 아버지 이삭 쥐다 오펜바흐의 영향이 컸다. 유대인 음악가였던 이삭 쥐다는 바이올린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아들을 파리 음악학원에 입학시켰다. 
 
하지만 오펜바흐는 학교를 1년 다니다 그만두고 파리 오페라 코미크 단원으로 취직했다. 이때 짤막한 메들리를 작곡해 인정을 받으면서 코메디 프랑세즈의 단장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5년 만에 여기도 그만두고 스스로 극장을 만들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프랑스 희가극과 오페레타를 처음으로 고안해 냈다. 그가 명성을 얻은 것은 1858년 작곡한 ‘지옥의 오르페’가 히트를 치면서였다. 그 후 발표한 ‘아름다운 엘렌느’ 역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발표된 호프만의 자장가와 뱃노래는 그를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 에트르타 전경. [사진=위키피디아]
  
이 대가의 평화의 안식처는 에트르타였다. 파리 북서쪽 200km 지점, 알바트르 해안가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은 오펜바흐에게 무궁무진한 영감과 청춘의 샘물을 제공했다. 이방인인 오펜바흐가 프랑스 국적을 얻은 건 그의 나이 불혹이 되면서였다. 그러나 그가 에트르타에 흠뻑 빠진 건 이보다 4년 앞선 어느 해.
 
자기만의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싶던 오펜바흐에게 찬스가 왔다. ‘지옥의 오르페’가 성공해 큰돈이 들어온 것이다. 이 돈으로 오펜바흐는 에트르타에 별장을 짓고 ‘오르페’라고 명명했다. 
 
‘오르페’는 살결을 간질이는 아침 햇살과, 조개들과 싸우며 익살을 떠는 갈매기들, 은은하게 풍기는 기분 좋은 소금향, 그리고 하루의 에너지를 꽉 채우는 신선한 바람을 제공했다. 이곳에서 오펜바흐는 매년 여름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작업을 했다. 이는 그가 죽을 때까지 계속됐다.
 
▲ 에트르타의 오펜바흐 별장 [사진=franceinfo]
  
오펜바흐는 이곳에 ‘카르멘’의 작곡가 조르주 비제와 ‘지옥’의 화가 귀스타브 도레를 초대해 우정을 나눴고, 즉흥연주·가장 무도회·문학 살롱·연극 공연 등 수많은 예술 활동을 했다. 1861년 화재로 이곳이 불에 타 버렸지만 그 이듬해 다시 건축했다. 이 별장에는 방이 많은데 그 방에 자신의 작품 제목인 ‘아름다운 엘렌느’ ‘파리의 삶’ ‘어여쁜 조향사’ 등의 이름을 붙여 동반자로 삼았다.
 
동화의 나라 에트르타는 오펜바흐의 영원한 친구
 
페캉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에트르타는 하얀 석회석 절벽이 기가 막히다. 이 절벽 위로 미끄러지듯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광선은 신비 그 자체다. 코끼리 형상의 절벽 끝에 조그맣게 나 있는 구멍은 천국으로 가는 성문이다. 여기에 풍요로운 전원, 울퉁불퉁한 절벽과 출렁이는 바다, 해안에 좌초된 배까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 오펜바흐 페스티벌 포스터.  [사진=franceinfo]
 
오펜바흐도 세상을 떠난 지 어언 한 세기 반. 하지만 에트르타의 오펜바흐 사랑은 여전하다. 오펜바흐는 생전에 650여개의 작품을 작곡했다. 이 작품들을 알리기 위해 에트르타는 오랜 동안 페스티벌을 계획해 왔고 2006년 오펜바흐 탄생 200주년에 급기야 테이프를 끊었다. 
 
이 행사는 그의 별장 오르페와 노트르담 성당·동종 호텔에서 열린다. 오르페 별장에서 오펜바흐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이 모여 칵테일 파티를 하고 무도회 콘서트를 연다. 관광객은 유람마차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무료 콘서트·음악토크·바이올린 연주회 등이 열리고, 음악의 거장들이 오펜바흐를 노래하고 해석한다. 그야말로 오펜바흐가 생생히 살아 숨쉰다.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 동화 속 나라 에트르타에서 이 곡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프랑스 사람들이 제1의 신혼여행지로 꼽는 에트르타에서 이 아리아를 듣는다면 참으로 달콤하고 감미로울 것이다. 여러분이 직접 오펜바흐 페스티벌에 참가해 이 기분을 맛보시면 어떠할까!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5
좋아요
1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