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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 노량진과 공무원
노량진에 ‘컵밥’ 먹을 사람이 없다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8 00:02:30
▲ 김기찬 경제산업부 기자
‘가성비 음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으로 ‘컵밥’을 꼽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컵밥은 한마디로 볶음김치, 햄, 고기 등을 섞어 컵에 담은 음식이다. 3000~4000원대 저렴한 가격에 양도 꽤 많아 지갑이 얇은 공시생 및 학생들 사이에서는 한끼 식사로 충분한 가성비 최고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노량진 고시촌에는 ‘컵밥거리’가 형성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시생·자취생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든든한 음식으로 자리매김된 듯 싶다. 사실 노량진 컵밥거리는 코로나19 이전만해도 일반 시민은 물론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꼽힐 만큼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하지만 취재를 위해 노량진에 있는 ‘컵밥거리’를 방문했을 때는 한창 점심시간대임에도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예상대로라면  잠시 끼니를 때우기 위해 나온 공시생이 몇몇이라도 눈에 띄었을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두 명 지나는 행인이 컵밥을 사는 정도였다.
 
컵밥가게를 운영하는 한 주인은 “코로나19가 풀리면 좀 나아질 줄 알았지만 요새 노량진에서 장사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몇 년 동안 죽도록 공부해서 시험 합격해도 일반 중소기업보다 평균 20만~30만원씩 덜 받고 일하는데 누가 공무원 준비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고객이 뜸할 정도로 줄어드는데 물가는 치솟으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또 가격이 오르면 가성비를 챙기기 위해 컵밥을 먹는 의미가 없어지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라고 혀를 끌끌 찼다. “자식들 점심 챙겨준다는 봉사정신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제는 상황이 녹록지 않게 됐다”는 컵밥 주인의 하소연이 오랜동안 귓전을 맴돌았다.
 
실제로 컵밥거리 가게들의 메뉴판엔 가격표가 새로 붙어 있었다. 물가가 대폭 오르면서 상승분을 반영해 불가피하게 메뉴 가격을 올렸을 터이다. 가격경쟁력이 컵밥거리의 최대 강점이었던 만큼 가격 인상은 공시생에게도, 업장에도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왔을 것이 분명하다. 업주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이지만 공시생 등 고객이 아예 컵밥을 외면하는 예상치 않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과 7월 6%대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다시 5%대로 내려온 셈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컵밥가게 주인의 말대로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경직된 조직문화는 물론 낮은 급여 탓에 한때 열풍을 일으켰던 공무원시험의 열기가 시들해졌다는 얘기다.
 
통계청의 ‘2022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 인용, 고시 및 전문직 시험 등을 준비하는 시험 준비자가 전년 동월 대비 2.5%p(6만8000명)이 감소한 21만여명으로 집계됐다.
 
공무원 가운데 선발인원이 가장 많은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우 경쟁률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국가직 9급 공채시험 경쟁률은 2018년 41대1 수준을 보이더니 2019년 39.2대1로 하락했다. 이어 2020년 37.2대1, 지난해 35대1로 낮아지더니 올해는 급기야 29.2대1로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공무원 정원을 동결하는 등 감축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인력을 확충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린 만큼 선발된 인재에 대한 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재배치 등 공무원의 업무 효율화 없이 무분별하게 인원 감축만을 고집한다면 결과적으로 ‘인력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커 보인다.
 
바늘귀처럼 좁기만 한  ‘채용 길’을 뚫어보겠다고 얇은 지갑을 털어가며 정진하는 청년들을 정책당국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고시생들은 고물가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젊은이들이 노량진을 떠날 때 악몽이 아닌 추억을 간직할수 있도록 정부가 섬세하고도 신속한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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