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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고물가에 허리띠 졸라매는 자취생
무섭게 오르는 물가, 자취생에겐 ‘생존의 문제’
물가 고공행진에 외식물가 30년래 ‘최고’… 자취생·대학가도 ‘휘청’
“어느 식당을 가도 다 1만원 이상”… 최대한 외식 자제하는 자취생들
손님 ‘뚝’ 끊긴 노량진… “저렴함이 최대 무기인데 고물가 못 버틴다”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30 14:30:00
▲ 고물가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는 직장인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외식물가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의 여파로 자취생들의 지갑은 더 얇아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적은 생활비를 한푼이라도 절약하며 살아가는 청년 자취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8월 외식물가, 전년 동월 比 8.8% 상승… 14개월 만에 6.2%p 올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었으나 지난달 처음으로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1월 3.6%, 2월 3.7%, 3월 4.1%, 4월 4.8%, 5월 5.4%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6월에는 6.0%, 7월에는 6.3%까지 치솟으며 두 달 연속 6%대를 넘어섰다. 다만 8월에는 3개월 만에 다시 5%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주춤하고 있는 소비자물가와는 달리 외식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2.6%에 불과했던 외식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5.5%로 오르더니, 지난달 8.8%까지 상승해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외식물가를 결정하는 식재료값과 각종 요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채소와 과일 가격이 오르면서 1년 전보다 10.4% 상승했고, 축산물은 수입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이 3.7% 올랐다. 석유류·가공식품 등의 물가를 반영한 공업제품의 물가는 1년 전보다 7% 상승했고, 자취하면서 발생하는 전기·가스·수도요금 등 공과금은 15.7%나 올랐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라면업계 점유율 1위 농심은 9월15일부터 라면 제품 26종류의 가격을 평균 11.3%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신라면 한 봉지 당 편의점 기준 소비자판매가격은 900원에서 1000원이 됐고, 컵라면의 경우도 1250원에서 1400원(큰 컵 기준)으로 올랐다.
 
가공식품, 외식비 등의 음식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적은 생활비를 아껴가며 살아가는 자취생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물가가 크게 오르기 이전에도 외식을 하거나 호화스럽게 챙겨 먹진 않았지만, 뭘 먹을까 겁부터 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 자취생들이 밀집해 있는 노량진에 위치한 '컵밥거리'에서 자취생들이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컵밥 가게 앞에서 주문 후 대기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시 성북구에서 6년째 자취하고 있는 이유민(25) 씨는 “요즘 식당을 방문하면 1만원을 밑도는 메뉴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물가가 너무 올라 집에서 요리해 먹는 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데, 장을 볼 때 최대한 비교적 저렴한 인터넷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최대한 비용을 아끼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자취를 시작한 지 2개월째인 최정훈(가명·26) 씨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각오하고 자취를 시작했는데 고물가 시대가 겹치면서 식대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점심만큼은 직장 내 구내식당에서 꼬박꼬박 챙겨먹기로 자신과 약속하고, 저녁도 집에서 부모님이 싸 주신 음식들로 때우는 등 최대한 외식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의 여파는 대학생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서울시내 대학에 재학 중인 이름을 밝히기 꺼려한 대학생은 “예전과는 다르게 대학가 식당 가격이 너무 올랐다. 개강 이후 점심만큼은 꼭 학식을 챙겨먹으면서 돈을 아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믿었던 학생식당 가격마저 500원 인상돼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면서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다른 대학교도 대부분 학식 가격이 오른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자취생’ 없어진 노량진 상가… “물가가 너무 비싸서 집에서 대충 때워요”
 
이러한 물가 상승의 여파를 알아보기 위해 고시생이나 자취생들이 대거 모여 있는 서울 노량진을 방문했다. 노량진은 공무원 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 관련 학원들이 밀집해 자취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사람으로 가득했어야 할 평일 저녁시간대임에도 3000~4000원대 저렴한 가격에 컵밥을 먹을 수 있는 ‘노량진 컵밥거리’에는 예년과 같은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노량진에서 5년째 컵밥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메뉴 절반가량의 가격을 500원 인상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컵밥 가게이지만 대폭 상승한 물가 탓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A씨는 “자식들 식사 챙겨준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애정만으로 장사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그래도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컵밥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공무원 인기가 나날이 식어가고 있는 데다 가격도 오르다 보니 자취생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걸 체감한다”라고 말했다.
 
노량진 대부분의 일반 식당들도 메뉴판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가격표가 새로 붙어있었다. 공시생들을 대상으로 형성된 상권이라 서울 내에서 물가가 저렴한 편에 속하는데도 물가 상승 여파를 면치 못한 것이다. 
     
▲ 삼겹살이 싸기로 유명한 노량진의 한 식당. 물가가 오른 탓에 차림표 내 삼겹살 가격에 인상된 새로운 가격이 스티커로 붙어 있다. ⓒ스카이데일리
  
삼겹살 1인분 가격이 소주값(4000원)보다 저렴했기 때문에 과거 자취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노량진 한 고깃집도 예년 같지 않았다. 몇 년 전에만 해도 삼겹살 1인분에 2500원에서 3500원으로 판매했지만, 지금은 4500원으로 올라 소주값을 넘어섰다. 한때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던 이 가게는 저녁시간대에 방문했음에도 식사 중인 손님은 몇 명에 불과했다.
 
이 가게 사장은 “2002년 월드컵 때나 올림픽 같은 대형 행사가 있을 때면 손님들로 가득 찰만큼 가게가 활기찼는데 코로나19가 덮치면서 뚝 끊겼다”면서 “최근 코로나19가 완화됐지만 물가가 크게 올랐는데 돈 없는 자취생들이 고기 먹을 생각을 가질 리 만무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끔 얼굴 비추는 단골들에게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지 안부를 물으면 ‘요새 물가가 너무 비싸서 집에서 가져온 음식으로 대충 먹고 말아요’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한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열린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채소류 등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에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늦어도 10월 이후 점차 물가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경계감을 늦추긴 이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물가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만큼 소비여력이 위축되면서 민간 소비는 꺾일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하반기 국민 소비지출 계획’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59.7%)은 올해 하반기 소비지출을 상반기 대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기침체 우려로 소득 불확실성은 확대되는 반면 식료품과 같은 생활물가는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어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활력 제고 등 경제의 공급능력 확충을 통해 물가 안정에 주력하고, 선제적 세제·금융지원으로 가계에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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