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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 어때<60>]-SK하이닉스
‘메모리 비중 90%’… 실적 겨울 맞은 하이닉스 반도체 부문
전기 대비 매출 20.5%·영업이익 60.5% 감소… 재고 증가도 부담
수요 감소에 투자·생산량 감축 결정… 삼성전자 감산 여부 변수
업계 최초 238단 낸드 개발 등 고부가가치 상품 통해 위기 극복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11 16:00:00
▲ SK하이닉스가 최근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투자와 생산량 감축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복안이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스카이데일리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의 대부분을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SK하이닉스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시기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큰 수혜를 누린 만큼 실적 악화의 그늘도 짙어지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감축을 통해 시장 수급 밸런스 조절에 나섰지만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효과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D램·낸드플래시 가격 동반 하락… 4분기 전망도 어두워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고,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0조9829억 원, 영업이익 1조6556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기 대비 매출은 20.5%, 영업이익은 60.5% 감소한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7%, 영업이익은 60%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전 세계적인 거시경제 악화와 메모리 반도체 산업 시황 악화를 지목했다. 메모리 주요 공급처인 PC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10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22.46% 떨어졌다. D램 가격은 7월 전월 대비 14.03%, 8월에는 1.04% 떨어졌고 9월에는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10월에 다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하락세다. 10월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의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3.73% 내렸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6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단기간 공급조절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요 변화에 따라 가격이 등락하는 특징이 있다. 수요가 늘어났을 때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가격과 실적이 동반 상승한다. 반대로 공급 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수요가 하락하면 가격도 급락해 제조업체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 수요가 증가하고 PC와 그래픽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이했다.
 
네 2019년 매출 26조9907억 원·영업이익 2조7191억 원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는 2020년에는 매출액 31조9004억 원·영업이익 5조126억 원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실적 증가는 2021년에도 이어져 매출액 42조9977억 원, 영업이익 12조4103억 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임수진] ⓒ스카이데일리
 
올해 들어 SK하이닉스는 경기 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에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12조1556억 원의 매출과 2조859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매출액 13조8110억 원으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하며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메모리반도체 시장 위축에 따른 위기론이 꾸준히 나왔고, 이러한 우려는 3분기 실적이 악화되며 현실화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반도체의 매출 비중이 90%를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의 대부분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만큼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이득도 크지만 메모리 반도체 불황에 의한 타격도 더 크게 받게 된다는 평가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4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앞으로의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이 3분기보다 평균 15~20% 하락, D램 가격 역시 13~18%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낸드플래시 사업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높은 재고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11조8738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8조9166억 원) 대비 약 33% 늘어난 규모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많은 시기라면 재고가 쌓인다고 해서 큰 문제가 없지만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락하는 시점에서는 재고 비율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공급 감축으로 수급 밸런스 조절… 삼성전자 기조 유지는 변수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는 등 감축을 통해 반도체 불황을 헤쳐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SK하이닉스의 투자액 규모는 10조 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데, 내년 투자 규모는 7조~8조 원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감축을 결정한 것은 SK하이닉스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마이크론 역시 내년 설비투자를 30% 이상 줄일 예정이다. 일본 키옥시아도 올해 10월부터 칩 생산을 위한 웨이퍼 투입량을 30%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급 조절을 통해 제품 가격 하락과 재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감산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급감하는 수요 전망의 대응적 공급조절이 드디어 도출되고 있다”며 “선제적이었으면 더욱 효율적이었겠지만 지금이라도 과감한 판단이 내려지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수요 가격탄력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선두 업체의 동참이 필수적”이라며 “아쉬운 점은 선두 업체의 태도 변화가 아직 요원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 SK하이닉스가 개발한 현존 세계 최고층 238단 512Gb TLC 4D 낸드플래시. [사진제공=SK하이닉스]
    
삼성전자가 감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업계 1위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원가경쟁력이 지목된다. 고정비가 높은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생산량이 많을수록 원가도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돼 가장 많은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메모리 불황을 버티기 유리하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강점을 이용해 경쟁 기업의 감산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를 누리며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불황이라고 해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장기적으로는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수요 증가를 대비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반도체 산업 구도 변화와 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초당 5만 GB였던 데이터 트래픽은 2021년 초당 12만5000GB로 2.5배 늘어나며 급격하게 증가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역시 2016년 1252곳에서 2021년 1851곳으로 늘어났다. 경기 변동에 따라 투자를 조절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망 때문에 SK하이닉스의 감산이 단기적으로는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만큼의 점유율과 자금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전략을 따라가기도 어렵기 때문에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상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업계 최초로 DDR5 6400Mbps 속도의 32GB UDIMM 및 SODIMM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했다. 또한 8월과 9월에는 10나노급 4세대 미세공정이 적용된 DDR5 모듈 제품에 대해 고객사 인증을 완료했다. 또한 업계 최초로 238단 낸드를 개발하는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관계없이 감산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 수급 밸런스”라며 “수익성은 가격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감산 결정은 맞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 감산 없이 가겠다고 해서 반도체 가격을 더 떨어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기업에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SK하이닉스의 감산 결정이 효과가 있으며 기업 이익에 긍정적인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병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에 스마트폰이나 PC 수요가 늘어나며 물량 확보를 한 상태에서 수요가 줄어들어 공급 과잉이 일어났기 때문에 감산 하는 것이 맞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황이 좋지 않은데 투자를 늘리는 것은 위험성이 있는 만큼 기술 개발 투자는 그대로 가져가고 생산 쪽 투자를 자제하는 방법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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