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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칼럼]
다시 쓰는 ‘용산 사태의 불편한 진실’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28 00:02:40
 
▲ 조정진 편집인·주필
20131129일 필자는 김석기를 위한 변명이라는 칼럼을 썼다. 2009119 서울시 용산구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남일당 건물 점거와 고무줄 새총·화염병 투척 등 폭력 시위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6명 사망은 세입자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재개발 현장마다 개입해 먹고 사는 기업형 폭력시위 대행 회사인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예상대로 적잖은 반향이 있었다. 전철연은 나흘 후인 122일 신문사를 찾아와 다짜고짜 필자의 멱살을 잡고 김석기한테 얼마 먹었냐” “사과와 정정보도 안 하면 민·형사 소송을 걸겠다고 따졌다. 나름 용기를 내 용산 사태의 진실을 알리려고 쓴 칼럼이기에 전철연의 항의 방문을 기다리던 참이었던 필자는 진지한 대화를 제안했다. 회사 강당에서 필자와 전철연 회원 23명의 대화가 성사됐다.
 
필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 한 분이 나더러 김석기(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한테 얼마 먹었냐고 하시던데, 미안하지만 나는 구석기·신석기·이석기는 알아도 김석기라는 사람은 모른다. 그리고 나는 민주노총 소속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3년간 해직기자 생활을 했다. 불행한 일이 벌어진 용산 참사에 대해 오늘 여러분과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잘 오셨다.”
 
전철연을 대표하는 사람이 왜 억울하게 돌아가신 철거민을 영리 도구로 삼았다며 부관참시 했는지, 5년 동안 피눈물 흘리며 거리를 헤매는 유가족을 모욕하는 글을 썼는지, 왜 전철연에 대해 근거 없는 매도를 했는지를 따져 물었다.
 
필자는 하나하나 해명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노조 간부 시절, 서울 성북구 삼선동 민주노총 사무실 한켠에 전철연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케이크를 사다 준 사람이다. 진심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길 바랐다. 하지만 전철연은 그후 노선을 달리해 칼럼에서 지적한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어섰다. 전철연이 개입하는 현장마다 사람이 자꾸 죽어 나가는 일이 반복됐다.” 필자의 의외의 이력에 놀랐는지 전철연 회원들은 다행히 발언을 경청했다.
 
전철연이 처음 용산에 텐트를 치고 개입할 때부터 애정을 갖고 줄곧 지켜봤다. 분식점 아주머니를 비롯해 초기 전철연과 연대한 세입자 여러 사람의 상담을 해 줬다. 일정액의 회비를 걷은 것과 경기도 모처에서 이념 교육을 받은 것도 알고 있다. 2000~3000만 원대 세입자한테 1억 원 이상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등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여러 사람한테 들었다. 재개발지역이기 때문에 사람이 죽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오갔다.” 전철연 간부가 발언을 방해했지만 필자는 굽히지 않았다.
 
전철연을 포함해 우리가 노동조합을 하는 이유가 뭐냐. 한마디로 잘 먹고 잘사는 것아니냐. 그런데 왜 사람이 죽어야 돈을 버는 노선을 선택했냐. 이건 노동운동이 아니고 살인이고 범죄다. 외람되지만 지금의 전철연 노선이 지속되면 10년 안에 여기에 오신 여러분 모두 죽는다. 전치 50주가 나와도 안 주는데, 죽으면 돈이 나오니까. 나는 여러분들 생명을 지켜 주기 위해 칼럼을 쓴 것이다.”
 
필자의 설명이 채 끝나기 전에 전철연 간부가 내 말을 가로막더니 소리쳤다. “저 인간하고는 대화가 안 될 것 같다. 갑시다!” 그는 일행을 인솔해 모조리 밖으로 나갔다. 하루 뒤인 3일 전철연은 민주노총과 함께 회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다시 필자를 성토했다. 필자도 아는 유족 한 분은 조 논설위원 이××, 이리 나와!”라고 외쳤다. 필자가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도 다짜고짜 숨지 말고 나오라고 계속 외쳤다. 필자가 아주머니 저 여기 있잖아요하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칼럼이 나간 후 여기저기에서 용산 사태 관련 제보가 들어왔다. 전철연과 유족이 1년 가까이 시신을 순천향병원 영안실에 두고 투쟁한 결과, 사망자 1명 당 7억 원씩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필자를 가장 놀래킨 건 35억 원쯤 되는 총보상금의 출처다. 일단 서울시가 지급보증으로 유족한테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재개발지역 토지주에게 걷는다는 것이다. 사태로 재개발이 늦어져 수년 동안 천문학적인 액수의 재산손실을 입은 토지주들에게서 강제로 돈을 갹출한 것이다. 사망자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필자가 9년 전에 이처럼 용사사태의 불편한 진실을 밝힌 이후 더 이상 재개발 현장에서 사망 사건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건설회사는 물론 경찰도 전철연의 투쟁방식을 알았기에 대비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당시 필자의 말을 들은 전철연 회원들의 깨달음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희망 섞인 바람이 있다. 그럼에도 한 방송사가 용산 사태 10주년을 맞아 엉뚱한 방향에서 재조명하는 것을 보고, 후배 기자의 확증편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자는 현장에서 취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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