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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 건설업계 원자재 리스크 전망
“공사해 봐야 손해뿐”… 건설현장 시공 포기·부도 속출
수도권·지방 등 곳곳 공사비 인상 갈등… 시공권 포기도 속출
미분양 증가속 원자재값 상승… 고물가에 전기료·인건비 올라
원자재發 셧다운 재현 우려… “수요·공급 불균형 발생 가능성”
김재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3-03 00:07:00
▲ 지난해 대형사업장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건설현장 원자재 리스크가 올해 경기 불황 장기화와 맞물려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스카이데일리
 
지난해 건설현장 원자재 리스크가 올해 고물가 등 경기 불황 장기화와 맞물려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여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대형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미 1~2년 전 착공한 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에서 공사비로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에 손해를 감수하면서 불가피하게 사업을 철회하는 일부 건설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시장경제마저 불안한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에도 건설 원자재값은 여전히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여기에 건자재 수요-공급 불균형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앞으로 경기전망에 대한 위기 의식이 높아진다. 이에 오히려 지난해 건설 원자재 인상사태는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 규모 관계 없이 줄줄이 공사비 협상 난항, 올해 더욱 확산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시공할 예정인 마포자이힐스테이트(공덕1구역 재개발)’ 사업장은 지난해 6월 착공해야 했지만 조합과 시공단의 공사비 협상이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20173.3m²4485000원에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건설 원자재값 급등으로 시공단이 불가피한 증액을 요청했고 조합은 시공단의 증액분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1월 초 공사비 증액을 놓고 이견으로 맞서면서 현장 공사가 멈춰졌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센트레빌프리제(신성빌라 재건축)’ 사업장은 대립 약 한 달 만인 이달 1일 공사를 재개했다.
 
이 사업장은 기존 3.3m²710만 원 선에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112월 착공해 올해 10월 입주를 앞두고 있고, 공사진행률이 40%를 넘기는 순조로운 시기에 돌연 건설 원자재값이 급등했다.
 
당초 조합은 시공사의 증액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결국 시공사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이게 되면서 현장이 정상화됐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경남아파트 재건축)’ 현장도 차별화 설계 등에 따른 공사비 1560억 원 인상을 놓고 조합-시공사(삼성물산)가 대립해 오던 중 최근 조합이 사업비 인출 재개에 일단 합의하면서 큰 불을 끄게된 상황이.
 
지방 현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우건설은 울산광역시 동구의 한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아예 포기하고, 440억 원 규모 대출보증(후순위)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다.
 
원자재 부담 가중 등 사업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면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상환액은 이미 지난해 회계에 반영됐다.
 
대한건설협회 회원사들이 시공에 참여한 전국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231곳 중 32(13.9%)이 사업 지연 및 중단된 상태로, 이마저도 응답률이 10%대에 불과해 실제 중단된 전국 현장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지난해 우석건설 등 굵직한 지방건설사 5곳 이상이 도산했다.
 
▲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역시 공사비를 놓고 조합-시공사 간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해당 사업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고물가 따른 원자재값 또 줄인상올해 가장 큰 리스크
 
전국 미분양이 지난해 12월 기준 6만 가구를 돌파하는 등 건설사가 분양가를 속 시원히 인상할 수도 없는 가운데, 업황은 올해 오히려 더 척박해지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은 레미콘 제조사들과 올해 수도권 레미콘 가격을 8300원에서 10.4% 인상한 약 88651원 선으로 합의했다. 레미콘 주원료인 시멘트 가격이 작년 11월 톤당 92400원에서 105400원으로 인상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레미콘 제조사들 입장에서도 약 2개월간의 원가인상분을 고스란히 부담한 것이기에, 5월 마련될 예정인 협상테이블 역시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건설 핵심 자재인 철근 단가도 크게 인상될 전망이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의 올해 철근가공표준단가 적용지침에 따르면 올 1월부터 건축공사용 철근 가공단가는 t당 69000, 토목용은 t당 72000원으로 2년 전 표준단가 대비 각각 t당 6000원씩 인상됐다.
 
여기에 한국전력이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을 급격히 인상하면서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높은 철강업계는 전기요금 인상분을 결국 철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마저 우후죽순 오르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5(5.4%) 이후 올해 1월까지 9개월째 5% 이상 고물가 체제로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서 인건비도 올라 20209월 일일 8시간 근무 기준으로 평균 215000원대였던 건설노임(일반직종)이 지난해 9248000원대로 15% 증가(대한건설협회 ‘2022년 하반기 적용 건설업 임금 실태조사’)했다.
 
한국노총이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임금인상요구율인 9.1%를 확정하는 등 가파른 물가 상승과 맞물려 올해 원자재값, 건설노임비 등과 관련된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이 올해 가장 큰 공급망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 변동을 꼽고 있다원자재 가격 상승이 공급망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모니터링과 구체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건설사들은 올해 초 레미콘업계와 가격 인상에 또 한 번 합의했다. 레미콘을 포함해 전기 등 건설 관련 원자재값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레미콘 회사에 대기 중인 레미콘 차량들. ⓒ스카이데일리
 
이와 함께 경기 변동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자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요 건설자재 공급 패턴을 분석한 결과 건설경기 회복 및 확장기에는 수요량보다 더 많은 건설자재 생산이 이뤄진다. 하지만 건설경기 하락 국면에는 실제 수요보다 더욱 급격히 생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에 따른 재고 조절을 위해 움츠러드는 셈이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1~2년 전 착공한 현장의 증가로 지난해 건설자재 수요는 크게 증가했는데, 생산량과 비교해보면 2018~2020년까지 생산을 줄였으나 2021년 자재 생산이 다시 증가해 가까스로 수요량을 맞췄다면서 철근 및 봉강의 경우 2015년 이후부터 건설수요에 맞춰 생산하지 않아 왔기에 2020~2021년 수급난이 바로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패턴을 토대로 건산연은 건축착공면적으로 예측한 2023년 건축공사 물량에 건설기성자료(OLS)로 추정한 토목 공사의 소요 물량을 더해 올해 건설자재 수요를 전망, 시멘트 4.98.1%, 레미콘 2.78.8%, 골재 3.38.0%, 철근 및 봉강 6.68.9%의 수요 물량 증가가 전망됐다고 밝혔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올해 완공되는 현장이 증가해 전반적으로 건설자재 수요가 늘어나지만, 지난해부터 신규 착공이 감소한 관계로 재고 조정을 위해 자재 생산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하지만 건설경기가 불확실한 와중에 자재 수요공급 불일치로 가격 변동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적정 수준의 재고량 확보 및 가격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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