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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취임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42)의 1년 성적표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45)와 함께 이끄는 40대의 ‘젊은 리더십’이 큰 기대를 받았으나, 영업이익은 줄었고 주가는 떨어졌다. 다만 외형 확대와 내부 소통에 성공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키운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연내 출시 예정인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주목하고 있다.
소통·사내 복지 강화는 합격점… 실적·주가는 부정적
최 대표는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로 직원에게 이메일 쓰기를 언급하며 내부 소통 강화에 나섰다. 최 대표는 네이버 최고경영자(CEO) 선임 이전부터 직원들과의 면담과 사내 미팅을 진행하는 등 ‘소통하는 CEO’로써의 모습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후 임직원들이 함께 소통하는 ‘컴패니언 데이’를 만드는 등 지속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 대표는 사내 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틀 연속 연차를 사용하는 직원들에게 휴가비를 지원하고 3년 이상 근속하는 직원에게는 최대 6개월까지 무급 휴직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사내 식당에서 중식·석식을 모두 제공하고 육아 휴직 제도를 정비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근무 형태를 직원들이 선택하는 ‘커넥티드 워크’ 제도를 도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근무제를 변경한 카카오가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컸던 반면에 네이버의 ‘커넥티드 워크’는 별다른 잡음 없이 안착했다. 최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철회하는 상황에서도 네이버는 커넥티드 워크 제도를 이어 나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사항들이 맞물리며 최 대표의 취임 1년은 직원 만족도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듣고 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네이버의 수익성 지표들은 나빠졌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연결 기준 8조22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반면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1304억 원이었다. 네이버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15.9%로 전년(19.4%) 대비 3.5%p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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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
네이버의 주가는 지난해 4월 30만~33만 원대에서 10월 15만 원대까지 떨어졌고, 올 2월 20만 원대를 회복했다가 이달 들어 다시 20만 원 아래에 머물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황으로 기업 수익성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역성장한 것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 감소와 주가 하락이 겹치면서 네이버는 본격적인 긴축 경영에 들어갔다. 네이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네이버 직원들의 성과급이 전년 대비 20~4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축소와 관련해 내부 불만이 커지자 김남선 CFO는 2월4일 컴패니언 데이에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 CFO가 타 기업과 네이버의 생산성 지표를 비교해 1인당 순이익이 낮다고 언급한 것이 영업이익 하락의 원인을 직원들에게 돌리는 것으로 여겨져 반발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CFO는 사과문을 통해 “인당 생산성은 재무 이론과 실무에서 주주 또는 경영진이 기업 건강 척도를 비교하는 지표로 네이버 구성원 한 사람의 가치나 역량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며 “생방송이라는 경직된 환경과 매번 준비된 대본 없이 장표들을 바로 설명드리는 포맷에서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한 메시지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올해 4월10일 최 대표와 김 CFO는 각각 네이버 주식 1026주와 519주를 매입했다. 최 대표와 김 CFO는 취임 당시에도 네이버 주식 314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번 주식 매입은 책임경영에 더해 주주들을 안심시켜 주가 반등을 노리는 행보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CEO와 CFO가 취임 1주년을 맞아 회사의 성장과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자사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포시마크·크림 등 수익성 숙제… 한글 기반 ‘서치GPT’ 기대
최수연·김남선 체제 1년 동안 네이버의 가장 큰 이슈는 지난해 10월 이뤄진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였다. 김 CFO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포시마크 인수는 주식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네이버 주가는 포시마크 인수를 발표한 4일 기준 전일 대비 8.79% 급락했다.
네이버가 당시 적자 상태인 포시마크를 인수하며 약 2조30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수익성이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네이버는 올해 1월6일 인수 가격 12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포시마크 인수를 완료했다.
김 CFO는 2월3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포시마크의 흑자전환을 자신했다. 김 CFO는 “포시마크는 마지막 공시에서 연간 300억 원의 EBITA 손실을 기록했다”며 “네이버와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비용 효율화를 요청하면서 4분기 적자가 50억 원으로 줄었으며 올해 1분기에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포시마크가 들인 비용만큼의 이익을 네이버에 안겨줄지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시마크와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코로나19 시기를 타고 성장했으나 사업적 한계에 부딪혔다”며 “온라인 커머스 자체가 코로나19 시기만큼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지 않아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포시마크가 당장 수익원이 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포시마크 인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너무 비싸게 샀다는 점이다”며 “싸게 샀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본전을 회수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에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이나 콘텐츠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지 않는 이상 좋은 평가를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네이버 산하 리셀 플랫폼 ‘크림’도 수익성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크림은 지난해 연간 거래액 1조7000억 원, 월 순이용자 규모 100만 명의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무료이던 크림 거래 수수료를 5%로 올렸다. 무료 플랫폼이 유료로 전환됐음에도 거래액과 이용자 수가 확대되며 수익성 또한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크림의 지난해 매출은 349억 원으로 2021년(32억 원) 대비 크게 성장했으나 영업손실 역시 2021년 595억 원에서 860억 원으로 확대됐다. 크림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최수연 대표 역시 크림의 수수료 조정을 언급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네이버가 올해 1분기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는 1분기 매출 2조2774억 원, 영업이익 3220억 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광고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으나 성장률 둔화 속도가 진정됐다는 점에서 하반기 성장률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또한 올해 네이버의 주력 성장동력인 커머스 사업에서 다양한 버티컬 커머스 서비스의 수익성 강화가 지속되고 있고 기존 커머스 수익 전략을 적용한 포시마크의 수익화 또한 양질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올해 키워드는 인공지능이다. 네이버는 올해 내에 챗GPT와 같은 생성 인공지능 ‘서치GPT’를 출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탑재하고 구글 또한 ‘바드’를 공개하며 맞불을 놓는 등 검색엔진 기반 플랫폼들의 생성 AI 확보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네이버 또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네이버 검색 및 서비스에 생성 서치GPT를 연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챗GPT와 비교되는 서치GPT의 차별점으로 네이버가 가진 검색 데이터를 제시했다. 하이퍼클로바는 한국에 최적화된 언어 모델로 GPT-3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이상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목받는 AI 모델이 영어 기반 모델이라 한국어 번역 시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한국형 GPT’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전창배 IAAE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챗GPT와 같이 영어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생성 AI를 사용했을 때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느끼는 어색함이 있었기 때문에 한글 기반으로 만든 생성 AI는 한국인이 쓰기에 더 좋은 면이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카카오의 AI 챗봇 ‘다다음’이 오픈베타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중지한 사례도 있듯이 나오기 전에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며 “생성 AI는 시기보다 퀄리티가 중요한 만큼 확실하게 준비하고 나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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