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칼럼] 가정은 세상 평화의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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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01 00:02:40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정신이 있다. 오늘 우리 사회에 요구되는 정신은 선진민주주의 구현과 경제성장 및 양극화 해소·남북평화 실현과 통일이라고 하겠다. 이 가운데 경제 문제는 화급을 다툰다.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로 상징되는 복합위기 시대다. 서민을 넘어 중산층까지 곤고한 삶에 힘겨워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는 인간 존재의 기본요건이다. 가진 자들은 권세와 명예, 더 많은 재물 등을 꿈꾸지만 소시민은 당장 오늘의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위정자들의 책무가 크고 무겁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아야 하고, 백성은 먹고사는 문제를 하늘로 여긴다(王者以民爲天而民以食爲天).”

이른바 민생이 화두다.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대·중소기업, 성장과 생산적 복지 등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발굴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다. 그렇다. 오늘날 숱한 직업이 생기고 없어지지만 추구하는 근본은 같다. 부(富)의 창출이다. 문제는 과도한 빈부차다. 상대적 박탈감은 인간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린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속성 상 빈부차가 전혀 없을 순 없다. 하지만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극심하면 위화감을 조성해 국민통합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금·은·동·흙수저의 비율 격차나 고착화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대하면 우울함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국세청의 ‘소득 천분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종합소득 상위 0.1% 구간 소득자 9399명이 벌어들인 소득은 총 31조1285억 원이다. 상위 0.1% 소득자 1인당 평균 소득은 33억3317만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하위 20% 소득자 186만7893명이 올린 소득은 4조4505억 원으로, 1인당 평균 소득은 238만 원에 그쳤다. 상위 0.1%와 하위 20%의 소득 차이가 1400배에 달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외환위기 이전인 1995년에만 해도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29.2%로 미국(40.5%)은 물론 싱가포르(30.2%)·일본(34%) 등 비교대상 대부분의 국가보다 낮았다. 그러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의 성과 대부분이 상위 10% 소득층에 배분됐음을 의미한다.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라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몇 년 전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미국의 대표적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자청했다. 신선한 충격이다. 조지 소로스와 페이스북 공동설립자인 크리스 휴즈를 비롯한 미국의 억만장자 19명이 “우리에게 적당한 부유세를 부과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오늘날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 시대다. 미국에 의해 세계질서가 정해진다. 다 이유가 있다. 예컨대 6·25 전쟁 당시 미 8군사령관 밴플리트 장군을 비롯해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장성의 아들들은 모두 142명이고, 그 가운데 35명이 전사했다. 건국 역사 247년에 불과한 미국이 세계의 지도국이 된 저력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도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를 위시한 많은 기부자들이 세상을 훈훈하게 했다. 그러나 졸부들과 일부 재벌 2·3세들의 갑질은 끊이지 않는다.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철학 부재다. 돈을 뜻 있게 잘 쓰고 솔선수범하는 삶이야말로 세상의 사다리가 되고 빛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예나 지금이나 백성은 오로지 두루 편안함을 복으로 여기기에 ‘맹자’는 “백성은 가난을 근심하는 게 아니라, 고르지 아니함을 근심한다(民不患貧患不均)”고 했던 것이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지수를 개선해 계층 간 이동을 원활케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누구나 올곧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꿈’을 이루고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 주는 사회 구현이 절실하다.

물론 이를 위해선 경제가 살아야 한다. 기업들이 마음껏 사업을 하도록 규제개혁 등 여건을 만들어 주는 정부의 뒷받침과 기업 및 근로자 모두의 노력이 요청된다. 옛말에 ‘남이 하는대로 따라 하면 끝까지 남에게 뒤지기 마련이다. 스스로 일가를 이뤄야 비로소 참다운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했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경책의 말이다. 창의성은 튼실한 정부와 기업의 기반 위에서 행복한 가정을 설계하는 필수 요소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세상 평화의 시발점이다. 가정마다 부모와 자녀가 희망의 내일을 꿈꾸게 하자.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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