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도 외화벌이 나선 글로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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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이복현 금감원장 행보 주목

금융사도 외화벌이 나선 글로벌 시대

임진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17 00:02:4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8일부터 12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3개국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국내 대기업 CEO들이 해외 출장길에 나서는 것은 의례적인 일이지만 이복현 원장과 같은 국내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이 해외 출장길에 나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이번 이 원장의 동남아 출장 길엔 국내 대형 금융사들이 함께했다.

은행권 대표로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이 원장과 함께 동남아를 순행했다.

증권가에선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이 원장과 함께 동남아를 방문했고, 보험업계에선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이사가 역시 동남아 곳곳을 이 원장과 함께 누볐다.

이처럼 이 원장이 국내 금융사 수장들과 함께 해외 기업투자유치(IR) 활동에 나선 것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국내 금융권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읽힌다.

그 시작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기간에 동행 기업인들과 자리한 만찬 간담회에서 자신을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곧바로 같은 달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스스로를 “저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영업사원을 자처하면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인 이 원장이 국내 금융업계 해외 투자유치(IR) 활동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에 국가의 지원이 뒷받침되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진다.

대표적으로 지난 산업화 시대에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 등은 외화벌이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국가를 든든한 뒷배경으로 현대건설·대림산업(현 DL이앤씨)·쌍용건설 등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당시 미개척 지역인 중동에 적극 진출했고, 이들 건설사들이 벌어 온 외화는 ‘중동 붐’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주도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지금까지 해외 시장 개척에 소극적이었다. 건설사들이 수십년 전부터 중동의 모랫바람을 맞아 가면서 해외 건설사들과 경쟁한 것과 달리 국내 금융사들은 아직도 국내 내수 시장에 의지하는 경향이 크다.

물론 건설과 금융이라는 다른 업황의 특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 해외 선진 기업들과 수주 경쟁에서 저비용으로 일감을 따낸 후 속된 말로 ‘노가다’ 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공하는 건설업은 후발 주자인 국내 건설사들이 ‘도전 정신’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경우였다.

금융 시장은 얘기가 다르다. 해외 소비자들이 자신의 돈을 맡기려면 오랜 세월 쌓아 온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JP모건·씨티은행·골드만삭스와 같은 해외 선진국 은행들은 그 업력만도 족히 150년 이상에서 200년 이상은 되는 기업들이다.

건설업에선 미국 건설사든 한국 건설사든 발주처만 만족시킬 수 있는 최상의 건물을 지어 내면 수주 시장에서 인정받지만, 금융업에선 100년 혹은 200여년 현지인들과 깊은 유대를 쌓아 온 선발 주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국내 금융사들은 전통적으로 내수 시장 기업에 머물러 왔다. 최근 들어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국내 금융사들이 법인과 지점을 내는 등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 등 오랜 금융업의 전통이 존재하는 선진국 시장에서 현지 금융사들과 ‘맞짱’을 뜨는 국내 금융사들의 행보는 전무한 실정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당당히 현지 및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국내 건설사들과 국내 금융사들의 움직임은 더욱 대비된다.

실제로 이번에 금감원장이 해외 IR 활동에 나선 것도 1962년 옛 은행감독원 시절부터 계산해도 현재까지 6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겨우 두 번째로 있는 일이었다니 국내 금융권이 해외 진출에 얼마나 소극적이었는지 알 만하다.

마침내 ‘세일즈 외교’와 ‘실리 외교’를 외교 아젠다로 삼는 윤석열정부가 국내 금융사들과 함께 민관 합동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 원장의 이번 동남아 순방은 그 첫 시작이다.

더군다나 ‘관치금융’의 전통이 강한 국내 금융업계 특성상 오히려 정부와 민간 기업의 합동 해외 진출 시도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윤 정부와 금융사들의 협업 플레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동남아 세일즈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데 이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부터 19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해외 출장길에 나선 상태다.

금감원의 동남아 순행에 이어 금융위가 중앙아시아 출장길에서 돌아올 때는 어떤 선물 보따리를 가져올지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임진영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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