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에 자기부담금 생긴다고 과도한 경쟁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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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의 바른 보험

어차피 악용하는 사례는 또 생겨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30 08:02:00

운전자보험의 과도한 경쟁이 우려가 된다고 상담현장에서 이야기한지가 벌써 1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다른 보장성보험에 비해서 수시로 보장들이 변경됐다. 보험사 간의 과도한 상품경쟁이 원인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시장의 변화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손해사정사들과 보험설계사들 간의 대화에서도 이젠 운전자보험이 변호사까지 영업하는 것 같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했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우려를 눈치 채기라도 한 것일까. 늦은 감이 있지만 금융당국이 올해 초 각 보험사에 ‘주의’라는 딱지를 운전자보험에 붙였다. 운전자보험의 가입경쟁이 너무 과열돼 과거 운전자보험 가입자들에 비해 교통사고처리지원금(형사합의지원금) 및 변호사선임비용의 가입금액이 지나치게 상향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운전자보험과 비교해보면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은 많게는 7~8배, 변호사선임비용은 최고 14배의 보장금액이 상향이 된 것이다. 이에 일부 보험사들이 가입금액을 조금씩 낮춰 판매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보험사에 요구해 왔다.

그 결과 위에서 언급한 두 보장에 대해 20% 자기부담이라는 제도를 신설해 적용하겠다고 보험사들이 결정했다. 말 그대로 높은 금액의 합의금과 변호사선임비용을 책정하더라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 또한 늘어날 수 있으니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 않겠느냐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는 임시방편적인 해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제도가 적용돼 운전자보험의 판매가 된다고 할지라도 언제든 보장금액은 슬금슬금 올려서 판매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기부담금이 생겼을 경우 이는 자칫 서류를 꾸며서라도 더 높은 합의금과 변호사 선임비용을 부르면서 자기부담금을 일부 돌려주는 부도덕한 사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에게 병원 측이 치료에 관한 비용을 높게 책정하면서 실손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서류를 작성해주고 병원비의 일부 금액을 ‘페이백’이라는 명목 하에 불법적으로 돌려주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이 예시는 실제 필자의 고객 중 병원의 제안이 있었고 치료를 만류하는 상담을 진행했었기에 기재하는 바이다.)

보험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는 늘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을 누는 해법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이와 같은 대응이 결국 늦장 대응이고 ‘사후약방문’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도 이에 동의한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볼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보장이 높은 운전자보험의 가입자들을 상당수 확보한 상황에서 제도 변경에 앞서 절판마케팅까지 성행하면 결국 보험사들의 배만 불려줄 수 있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

한편 실손보험도 그랬지만 운전자보험도 아무것도 모르는 착한 소비자만 뭇매를 맞고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가 가지는 또 다른 우려다.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나와 주기를 바라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이번 대처는 조금 아쉽다는 쓴 소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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