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부동산시장은 '미분양 무덤' …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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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입주 물량 3만 가구 대기 중
"할인분양·전세전환도 쉽지 않아"

박상훈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5-30 09:34:04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 부동산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부동산시장 조사분석 제41호'에 실린 '미분양을 보면 시장이 보인다-대구사례를 중심으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현재 대구 부동산 시장은 2008년 시장과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1만4000가구(2월 기준)의 미분양과 2023년 3만가구의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다. 2008년에는 미분양 2만1000가구, 입주물량 3만2000가구였다.

대구에서는 2008년 미분양 정점을 찍은 뒤 2009년부터 할인분양과 전세전환으로 본격적인 미분양 마케팅이 시작됐다. 당시 분양가격의 30% 수준 가격으로 전세를 놓으면서 미분양 가구의 입주가 단시간에 이뤄졌고, 이러한 단지들이 2년 후 할인분양하면서 미분양이 해소됐다.

2008년에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라 전세전환이나 할인분양을 통한 분양 마케팅이 용이한 측면이 있었다. 건설사가 전세를 놓기 때문에 선순위가 없어서 전세 전환이 쉬웠기 때문이다.

대구 청약시장은 2020년까지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그러나 입주물량이 본격으로 증가하기 시작하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장의 청약경쟁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평균 청약경쟁률이 1:1 미만의 단지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현대건설이 대구 동구에 공급한 '힐스테이트 동대구 센트럴'은 478가구 모집에 28명만 신청해 평균 경쟁률 0.06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현재 대구의 미분양은 2021년 하반기부터 미분양이 생기기 시작해 공사가 진행 중인 미분양이다. 대부분 1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과거와 같은 파격적 마케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일부 단지에서 전세 전환을 고민하는 단지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부분 시행사가 위탁자로 돼 있고 신탁사가 수탁자로 돼 있어 전세계약을 신탁사와 해야 한다. 여기에 금융기관이 1순위 우선 수익자로 돼 있어 전세금이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서울보증보험에서 전세 보증을 받아 전세 전환을 해야 하는데 신탁사나 우선수익권자와의 협의가 쉽지 않다.

미분양도 문제지만 실제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미입주다. 대구는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7만8000가구의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다. 3년 동안의 입주 물량이 지역 가능 수요 6년치 물량이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미입주는 미분양보다 사회적 파장이 훨씬 크다. 분양 당사자도 신용의 불이익을 당하겠지만 시행사나 건설사는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위험에 노출되고, 금융기관도 중도금 대출의 상환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진우 소장은 "우리나라의 개발 사업은 대출로 시작해 대출로 끝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대출의 문제로 사업의 시작도, 마무리도 어려워져 버렸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시장 개입과 미국발 금리인상 등 외부 변수가 합쳐져 발생한 상황인 만큼 이들에게 숨 쉴 여건은 만들어 줘야 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도 대구 부동산 시장 한파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22일 기준)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15%, 전세가격은 -0.25%를 기록했다.

특히 전세가격은 입주예정 물량이 집중되는 자치구를 중심으로 떨어졌다. 동구(-0.44%)는 신암·신서동, 남구(-0.41%)는 봉덕·대명 중대형 단지를 위주로 하락했다. 이어 중구(-0.38%)·북구(-0.37%)·서구(-0.31%) 순으로 집계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미분양 문제에 대해 "미분양이 9만선까지 가다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며 "준공 후 미분양은 900가구선에서 멈춰 있는데 몇개월 내 갑자기 늘어날 만한 지표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 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양가를 낮추거나 등록임대로 전환하는 (건설사의) 자구노력이 우선이 돼야 하며 이를 통해 미분양 상당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ps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